각종 통계나 증언들도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한 '고비용 구조'를 증명한다. 우선 등록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연세대 인문계열의 경우 1996년 한 학기 등록금이 180만 원대였으나 10년이 지난 2006년에는 300만 원대를 돌파했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공학계열이나 의학계열은 500만 원에 육박한다.
반면 오른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가계의 수입 역시 올라갔는지는 의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실질국민총소득(GNI)은 1996년에 1만2197달러였고,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1998년 7355달러까지 뚝 떨어졌다. 그 뒤 다시 회복해 2006년 1만6291달러까지 상승했다. 10년 사이 등록금은 평균 60~70%가 올랐는데 국민소득은 결과적으로 34%정도만 오른 것이다.
또한 GNI 수치에 달러 환율의 하락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음을 감안하면 가계소득은 거의 제자리 수준인 셈이다. 게다가 양극화로 인한 서민경제의 악화까지 고려하면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대학 등록금 부담은 살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규모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학자금 대출 운영 첫해인 2005년 2학기 대출을 받은 대학(원)생은 18만1983명이고 규모는 5223억 원이었으나, 2006년 1학기에는 급증해 32만여 명이 신청을 했고, 심사 후 25만6223명이 8331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인원수로는 41%, 대출액으로는 59%가 급증한 것이다.
대학과 대학원 모두 합쳐 재학생이 207만 명(2005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무려 1/10이 훨씬 넘는 대학생들이 '빚'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대학생 1/10이 등록금 빚…"취직 전후 부담"
이런 '빚쟁이' 대학생들은 다른 조사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지난해 여름 실시한 '대학생 재정현황' 조사에 따르면 대학 4학년생 평균 빚이 640만 원이고, 대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학비'(88%)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평균'일 뿐, 가정 형편이 안 좋은 대학생은 수차례 대출을 받고, 형편이 좋은 대학생은 대출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대출 받는 대학생들의 빚부담은 1000만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잡코리아는 "높은 입학금 및 등록금, 지방 출신 학생들의 서울 생활 정착금 등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학자금 대출이 직장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조사 응답자의 31.4%는 "대출금을 빨리 갚기 위해 '묻지마 지원'을 했다"고 답했다. '빚' 부담 때문에 더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한 '취업 재수'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또 상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졸업 후 7년이 지나서야 학자금 대출 상환을 끝낸 직장인 김모(35. 남) 씨는 "대학 다닐 때는 등록금 부담을 없애줘 '공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자를 합한 대출금이 2000만 원에 육박하다보니 부채로 남아 나중에 전세자금 등을 대출 받을 때 대출 심사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며 "학자금 대출이 당장의 어려움은 해소하지만 나중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말하자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가 '교육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정부의 취지만큼 저소득층 대학생들에게 숨통을 틔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극화 및 사후의 부담 등 그 그림자 역시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넌 '스펙'이 어떻게 되니?"
더 심각한 양극화의 현장은 대학생 사교육 시장이다. 다양한 취업학원이나 취업 관련 자격증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 '취업용' 대학생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급성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토익이나 영어회화 학원이 '취업용'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아나운서나 항공사 승무원(스튜어디스), 언론사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인기 학원부터 최근에는 국정원 시험 대비 학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학원들은 통상 8월에 치러지는 국정원 입사 시험을 대비해 5~6월쯤 국정원 과목을 개설하는데, 국가정보학, 국사, 논술 등 4~5과목에 강의료가 월 1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요즘은 '공무원' 인기와 함께 공무원 시험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명목에 각종 사설 자격증이 넘쳐나고 그 자격증 취득 시험에 대비하는 학원의 종류만 해도 구체적으로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취업과외'에 매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이 힘들어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스펙'이라는 말이 있다. '명세서'라는 의미의 영어 'Specification'을 줄여 쓴 말인데,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자격증, 어학연수나 인턴 경력 등 '이력서'에 기입할 수 있는 자신의 경력이나 능력을 객관화해 설명하는 말이다. 한 마디로 자신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심지어 소개팅을 할 때도 "걔는 스펙이 어떻게 돼?"라고 묻기도 한다.
이렇게 '스펙'이 중시되다보니 취업경쟁에서 '스펙'을 쌓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잡코리아'가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과외를 받는 대학생 응답자의 60%가량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다른 취업준비생들과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 최근 취업·경력관리 포털 '스카우트'(www.scout.co.kr)가 구직자 8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직활동을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3.68%가 "지원희망회사의 자격조건에 미달될 때"라고 답했고, 그 다음으로 20.33%가 "주변인들에 비해 자신의 스펙이 낮다고 느껴질 때"라고 답했다. 54% 가량이 자신의 '스펙'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떻게 대처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56.68%가 "모든 것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스펙'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답했다. 취업시장에서 '스펙'을 넓히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대학 사교육 시장 팽창하며 저소득층 박탈감 커져
잡코리아가 지난 봄에 실시한 '대학생 취업사교육 현황과 비용'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775명의 대학생 중 55%가 취업을 위해 과외학습을 받고 있었다.
또 취업과외에 연 188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외비용을 출처에 대해 '스스로 번 돈+부모님께 보조를 받는다'는 응답이 50.8%였고, '부모님께 받는다'는 응답도 20.2%였다. 반면 '스스로 번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절반가량의 대학생들은 과외를 받고 있고, 그 중 2/3가 넘는(71%) 대학생들의 사교육비가 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가 발표한 '한국의 사교육비 격차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 1500가구를 분석한 결과 사교육비 지출 하위 20%와 상위 20%간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2001년에는 7.6배 차이였던 것이 2004년에는 8.6배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사교육비 시장의 양극화는 급속화되고 있다. '패널 조사'는 동일한 가구에 대해 장기간 추적조사하는 기법으로 조사 신뢰도가 높다.
물론 이 통계에는 초·중·고 사교육비가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대학 입학 이후 엄청나게 부담이 커지는 등록금 및 취업과외 비용을 감안하면 중고등학생 시절의 교육시장 양극화 현상이 대학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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