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집회에서는 법안 통과를 강행한 정부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 발언뿐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사실상 '내 문제'로 여기지 않아 온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11월30일은 민주노총이 패배한 날"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8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이름으로 860만 비정규직에게 사과드린다"며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된 11월30일은 민주노총이 패배한 날이라고 시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를 가슴에 묻고 다시는 패배하지 말자. 비정규직의 한을 곱씹고 곱씹어서 다시는 패배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과연 기간제 노동자의 문제를 우리 문제로 놓고 싸웠나 하고 반성을 하게 된다. 민주노동당도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반성했다. 그는 "남의 싸움을 대신 싸울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함께 싸울 수 있도록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는 산별노조로 모이자"고 호소했다. 문 대표는 또 "민노당은 앞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가 부딪칠 때 비정규직의 편을 들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004년 이전에는 우리 말을 들어주는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어제는 9명의 의원으로도 비정규직 법안을 막지 못했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권 의원은 "비정규직 무효투쟁으로 보수세력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법안 통과,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조위원장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밝히면서 절박감을 토로했다.
여성연맹의 이찬배 위원장은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된 것은 우리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비통함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도시철도공사에서는 벌써 1381명의 노동자 중 30%를 감원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 해고노동자의 복직도, 악덕업주의 처벌도 불가능해진다. 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소속이 바뀌는데, 복직마저 안되면 이젠 설 자리가 없다"고 절박감을 호소했다.
비정규직법 무효화를 주장하면서 총파업을 진행 중인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도 항의집회를 가졌다. 특히 울산지역에선 노조원들이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 사무실과 열린우리당 울산광역시당 사무실을 거쳐 울산시청까지 2㎞ 구간을 행진하는 과정에서 이들 건물에 수백여개의 계란과 돌 등을 던져 최 의원 사무실,열린우리당 울산시당 사무실, 시청 경비실 유리창 등이 깨지기도 했다. 또 이 과정에서 전경과 충돌이 빚어져 전경과 집회 참가자 1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단위노조별로 총파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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