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언론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8개 언론·인권단체들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요 언론들이 본질을 외면한 채 한미 FTA 반대 집회에 참가한 민중을 '폭도'로 낙인 찍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오판에는 언론 책임이 막중하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이라도 언론은 담장을 넘고 가로수를 다 태울 수밖에 없는 민중의 울분들을 추적해야 한다"며 "언론은 집회와 시위에서 발생하는 '대항적 폭력'을 부른 '구조적 폭력'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한미 FTA 반대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뒤 23일 전국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집회에서 폭력상황이 발생한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특히 <조선>, <동아>를 비롯한 대부분 일간지들은 충남도청 울타리에 심어진 향나무 울타리가 불타는 장면을 1면에 보도했다.
또 지난 24일에는 <한겨레>, <경향>을 제외한 전 일간지가 사설을 통해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폭력사태를 불렀다"며 정부에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24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불법·폭력집단행위에 대해 주동자뿐만 아니라 적극가담자, 배후조종자까지 철저히 밝혀내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들은 "22일 집회 과정의 문제를 이유삼아 향후 집회 자체를 원천 불허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민주주의의 실현이 두려워 집회를 봉쇄했던 과거 독재정권의 논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외치고 있는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이란 거리의 민주주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독선의 원칙일 뿐"이라며 "이는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폭도로 만들어 배제하려는 파쇼의 원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폭력/비폭력, 불법/합법의 이분법만 메아리치는 한국 언론"
이들은 "한국 언론들의 보도에서 정부의 총체적 실정에 맞서는 생존권 투쟁의 진실은 뿌옇게 실종되고, 폭력/비폭력, 불법/합법의 이분법만 뚜렷하게 메아리를 치고 있다"며 "집회 참가자들은 폭도가 아니며 농민이고 노동자고 장애인이고 시민"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양문석 사무처장은 "조·중·동과 노무현 대통령은 늘 같은 입장이었다"며 "생존권 박탈에 대항하기 위해 집회를 통해 얘기하는 것이 폭동인가"라고 되물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언론이 해야 되는 역할은 왜 농민들이 불을 질렀는지에 대해서 보도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정부가 국민의 입을 틀어막을 궁리를 하고 있을 때 언론이 이런 정부의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규모 도심 집회 잇따랐던 프랑스에서는? 이 자리에서 문화연대는 지난 수년 동안 대규모 도심 집회가 끊이지 않았던 프랑스에서 언론이 어떻게 이를 보도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프랑스에서 집회에 대한 언론 보도의 기사구성에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언제, 어디서, 몇 명의 사람들이 모였는가를 분석해 집회에 대한 통계적 집계를 보도한다. 이때 경찰 추산 참가자수와 집회 주최 측이 집계한 찹가자 수를 항상 비교한다. 둘째, 사람들이 집회를 조직한 이유에 주목한다. 어떤 사회적 이슈를 위해 모였고, 이 문제의 현황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셋째, 집회의 이유가 된 사회적 이슈를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관련자를 만나 인터뷰한다. 적절한 단어와 용어인지 재차 확인한다. 프랑스에서는 고용법, 이민법 등과 관련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200~3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주말마다 모여 거리행진을 벌였다. 지난 2월 25일 약 50여 명의 '미등록 이주민'들은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이민법에 항의하기 위해 영화제 시상식이 열리는 극장의 마당을 점거해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주변에 있던 경찰들은 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화연대의 김완 활동가는 "한국 언론들은 집회를 보도할 때 이미 가치판단을 내리고 난 뒤 감정보도를 하고 있다"며 프랑스 언론들의 태도와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점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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