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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운동이 변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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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운동이 변해야 하는 이유

[이슈 인 시네마] 영화계 보혁갈등 재연 조짐

질문1. 보기 중 다음의 성명이 발표된 곳은? "영화발전기금은 스크린 쿼터와 무관하게 조성되어야 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하며 공정해야 한다." 보기. 1) 감독협회 2)「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영화인대책위. 질문2. 역시 보기 중 다음의 성명이 발표된 곳은?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가로 조성되는 1,000억원의 기금, 우리 영화인들은 결코 원치 않는다." 보기. 1) 감독협회 2)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영화인대책위. 1번 답: 1) 감독협회 2번 답: 2) 영화인대책위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시위 ⓒ프레시안무비

내가 가르치는 영화과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말 고사 때는 이런 문제를 낼까 싶다. 아마도 학생들은 시험을 치다가 손을 들고 이렇게 질문을 할 것이다. "교수님. 이거 같은 문제가 중복되서 나왔는데요?!" 스크린쿼터, 영화발전기금, 스크린독과점규제법, 문화부의 영화산업중장기계획 등등 복잡하고 미묘한 영화계 현안을 단 한줄의 객관식 문항으로 풀라고 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영화계에는 너무나 많은 목소리가 차별성을 상실한 채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도 학생들은,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관객층들은 지금 어느 쪽 투쟁을 지원해야 할지 헷갈리고 있을 것이다. 스크린쿼터 문제라는 '이구동성'에 영화문화의 발전이 진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아무 생각없이 감독협회쪽에 줄을 서게 될지도 모른다. 허 참 근데 그거 정말 웃긴 얘기가 된다. 얼마 전 감독협회가 주관하는 '춘사영화대상' 시상식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이번 '춘사영화대상'의 무대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올라 축하인사를 했으며 몇몇 원로영화인들은 지금까지의 한국영화 발전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를 했다. 영화상 시상식 무대에는 그 어떤 누구도 올라가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다. 또 어떤 얘기를 해도 무방한 자리다. '춘사영화대상' 관계자들이 명백하게 다음 대권을 한나라당이나 박근혜씨가 차지하기를 바라는 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날의 발언을 곰곰히 곱씹어 보면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박근혜가 아니라 '과거의 박정희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뿌리칠 수가 없다. 이건 명백히 과거로의 회귀이며 따라서 일종의 역사적 반동에 해당하는 것이다. 감독협회가 같은 성명에서 지금의 '영화진흥위원회를 해체하라'고 주장한 건 그때문이다. 오늘은 감독협회든 '춘사영화대상'쪽이든 이른바 우파 쪽을 탓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쪽, 영화계 진보주의자들을 탓하고 싶다. 국민의 정부에서 지금의 참여정부까지 국내의 영화정책은, 우여곡절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원칙이 '비교적' 합리적으로 관철돼 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영화인대책위'는 현재 지나치게 반정부적 전술로 나아가고 있다. 그 전술은 지금의 정부를 다른 정부로 대체하고자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정부를 교화하고자 하는 것인가. 쿼터 문제에 '올인'해서 그나마의 우군을 잃으면 이후의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지 참으로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지금의 스크린쿼터 투쟁에 있어 我와 他는 누구인지를 좀더 명료하게 구분하고 가야할 때가 왔다. 결국 쿼터를 지키겠다는 '최선의 의도'가 한국영화계를 살리겠다는 '최선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파는 우파만을 걱정한다. 하지만 좌파는 세상을 걱정하는 법이다. 쿼터를 포함한 영화계 각각의 현안을 두고 벌어지는 작금의 고민과 논란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에 게재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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