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엔 '참여'가 없다"
강원택, 박순성, 손호철, 정대화 교수 등 정치학자 103명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자칭해 왔지만, 참여정부와는 거리가 먼 폐쇄적 정책결정을 계속해 왔다"며 "한미FTA 협상과정에서도 '참여 없는 참여정부'의 행태가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온 국민의 삶에 지각변동을 야기할 수 있는 한미FTA가 충분한 연구와 국민적인 토론 없이 밀실에서 결정됐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은 FTA 그 자체가 악이라는 근본주의적 태도 때문이 아니다"며 "지속가능한 개방을 위해 FTA가 유용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해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그러나 "문제는 한미FTA가 상품무역뿐만 아니라 사실상 경제통합을 위한 협정의 성격을 띠고 있어 지속가능한 개방을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과 사회 구성원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에는 자본과 투자자에 대한 보호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의 시장근본주의자들은 한국을 인간의 존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가지지 못한 미국의 한 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 실시하면 사법주권 상실"
이들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꼽았다. 이들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외국기업이 투자규칙을 위반한 정부를 국내의 사법제도가 아닌 국제기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로 소송 절차가 비밀로 유지될 수 있어 민주적 투명성을 훼손시키고 원고인 투자자가 중재인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중재 절차의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분쟁 해결 절차의 사유화로 국가의 사법 주권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삶의 형태를 결정하는 권한을 자본과 투자자를 위한 기구가 갖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본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는 이미 대표성과 책임성을 상실한 상태"라며 "국제협상 이전에 이루어져야 할 국내협상은 실종됐고,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북한의 핵 실험 이후에는 안보의 이름으로 한미 FTA를 정당화하는 담론조차 등장하고 있다"며 "안보를 핑계로 민주주의를 질식시켰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만약 이 상태에서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이 유령처럼 존재하는 새로운 헌법인 한미 FTA에 의해 지배되는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한미FTA의 졸속추진을 반대하는 우리 정치학자들은 노무현정부가 지금이라도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함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주권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린 정부로 기록되지 않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미 FTA 졸속추진을 반대하는 정치학자 103명의 명단이다.
강명세(세종연구소), 강명구(아주대), 강원택(숭실대), 곽해룡(명지대), 권순미(연세대), 고세훈(고려대), 공진성(서강대), 구갑우(북한대학원), 구춘권(영남대), 김갑식(서울대), 김근식(경남대), 김동근(안동대), 김동택(성균관대),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김미자(경북대), 김성현(한양대), 김세균(서울대), 김순영(고려대), 김연각(서원대), 김영철(고대), 김영명(한림대), 김영수(경상대), 김영순(서울산업대), 김용현(동국대), 김유향(한정연), 김원(서강대), 김정숙(신라대), 김준형(한동대), 김지영(외국어대), 김학노(영남대), 김형철(비교민주주의 연구센터), 나영주(고려대), 남기업(성균관대), 문병주(건국대), 문성호(한국자치경찰연구소), 박경순(우석대), 박사명(강원대), 박상훈(한정연), 박순성(동국대), 박용수(서강대), 박영자(숙명여대), 박은홍(성공회대), 박정원(교원대), 박주원(서강대), 박찬표(목포대), 박호성(서강대), 배성인(한신대), 백창재(서울대), 서복경, 서창호(목포대), 손호철(서강대), 송주명(한신대), 송태수(한국노동교육원), 신재일(외국어대), 심지연(경남대), 안병진(창원대), 양길현(제주대), 오승룡(한정연), 오현철(한양대), 유석진(서강대), 유영국(부산대), 이광일(성공회대), 이구표(인천대), 이나미(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대근(경향신문), 이삼성(한림대), 이성형(이화여대), 이원태(한정연), 이원택(연세대), 이재봉(원광대), 이중호(전북대), 이지수(명지대), 이창희(경북대), 이헌근(부경대), 이희옥(한신대), 임형진(경기대), 장성호(배제대), 장윤수(전남대), 전성흥(서강대), 전재호(서강대), 정대화(상지대), 정범구(cbs), 정병기(서울대), 정상호(한양대), 정승현(서강대), 정영태(인하대), 정용하(부산대), 정해구(성공회대), 조영재(한양대), 조철호(고려대), 조현수(국민대), 조현연(성공회대), 진시원(부산대), 차문석(한정연), 채장수(경북대), 최문성(진주교대), 최영진(중앙대), 최정운(서울대), 최태욱(한림대), 함택영(경남대), 홍성민(동아대), 홍재우(비교민주주의연구센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