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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민주주의 후퇴 불러올 수도"

[한미FTA 뜯어보기 142] 인권재단 심포지엄…"사회경제권 보호 중요"

20세기 군사독재 및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시민·정치적 권리 인권 분야가 주요 화두였다면, 신자유주의가 도래한 21세기에는 경제·사회적 권리에 대한 요구가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양극화, 한미FTA 등 경제적 이슈가 사회의 주요 쟁점이 됐고, 여기에서 소외되는 자들의 경제사회권 요구를 무시하면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3일 오후 한국인권재단 주최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06 한국 인권논의의 지평과 전망' 심포지엄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이 발제자로 나서 현재 한국사회의 인권 상황 및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바로 '경제적 사회적 인권' 문제가 가장 주목 받은 화두였다.

경제사회권 불평등이 민주주의 후퇴 도래

이날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인권의 개념을 시민적 권리, 정치적 권리, 경제적 권리, 사회적 권리, 문화적 권리 등 5개 영역으로 나눴다. 임 교수는 "민주주의와의 관계가 가장 명확한 인권은 '자유권'으로 불리는 시민적 권리와 정치적 권리인데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억압받은 이 권리들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하며 상당히 향상됐다"고 말했다.
▲ 13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인권재단의 주최로 열린 2006 한국 인권논의의 지평과 전망 심포지움.ⓒ프레시안

임 교수는 그러나 "IMF 이후 양극화 현상, 비정규직의 확산,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로 인해 '사회권'으로 불리는 경제적, 사회적 권리는 아직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권'과 '사회권'의 관계에 대해 임 교수는 "'자유권'은 국가권력으로부터 얻어야 할 권리였지만, '사회권'은 국가가 보호해야 할 권리"며 "민주주의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 확대되면서 사회권은 민주주의의 필수전제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히 "경제사회권의 불평등은 부를 소유한 기득권이 경제적 자원을 이용해 정치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자본주의적인 구조적 불평등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배제가 정치적 배제를 낳고, 다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돼 전반적인 시민권이 약화되면 결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공세는 사회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결론 지었다.

"한미FTA로 사회경제권 침해 우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사회권 현실은 어떠한가. 정원규 서울대 교수(사회교육)는 한미FTA에 따른 인권 침해 요소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정 교수는 "이번 한미FTA 협상 과정에 이른바 4대 현안(쇠고기, 의약품, 자동차, 스크린쿼터)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은 대부분 관세나 경제적 이해관계와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안전의 기준, 보험체계, 오염통제 기준, 문화적 독자성에 대한 판단의 가치기준 등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경제가 인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한미FTA로 인해 국내적으로는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고, 피해를 보는 집단이 생기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익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자유주의 사회에서 시장을 통한 경쟁의 결과로 사회적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 당사자들이 감수해야 할 결과로 생각될 수 있지만, 한미FTA로 인한 이익이나 손해가 과연 공정경쟁의 결과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시장이 개방돼 있었다면 과연 농사를 지었겠으며, 자동차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시장이 개방돼 있었으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즉 FTA를 통해 손익이 갈리는 것은 경쟁조건의 변화에 따른 것이지 공정경쟁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손해를 보는 집단은 사회권 침해의 책임을 협상 당사자들에게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정원규 서울대 교수는 한미FTA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단의 사회경제적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고, 인권적 측면에서 협상을 해서는 안 되는 분야를 국내적 합의를 이룬 다음에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프레시안

"전체 위해 소수 희생? 개발독재 시기로 후퇴하자는 얘기"


정 교수는 이어 "정부가 협상 내용을 한사코 숨기려고 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전체적으로 국익만 증대한다면 국내 소수 집단의 손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듯 하다"며 "전체의 이익, 사실은 특정 집단 또는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켰던 개발독재 시기로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는 매우 심각한 정치·경제적 일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정부는 국내적으로 인권적 차원에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보건, 농산물, 교육 부문)을 가리는 합의를 이뤄야 하고, FTA협상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회권 보장 차원에서 이를 보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우선적으로 국민의 의지를 실행하는 기관이어야지, 국민을 선도하는 기관임만을 강조해서는 안 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동양의 공동체적 가치와 인권의 관계, 평화권, 과학과 인권 등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으며, 발제 논문들은 한국인권재단이 12월부터 발간하는 인권전문학술지 '인권평론'에 수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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