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부동산 정책라인 쇄신해야"

"부동산은 정부 규제·개입 불가피"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은 17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라인을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며칠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물러났지만, 인적쇄신 말고도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정경제부와 당내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이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장악한 데 대한 정면 반발이자 대권 경쟁과 관련한 '개혁 드라이브' 행보로 풀이된다.
  
  "정책결정 라인에 보건복지부 포함돼야"
  
  천 의원은 이날 경북대 강연 원고를 통해 "재경부가 총괄하고 건교부가 주무부처인 현재의 부동산 정책 시스템을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개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건교부의 주거복지 기능을 보건복지부의 업무로 이관해 정책결정 라인에 보건복지부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장기적으로는 대통령 직속의 부동산 정책 특위를 설치하고 재경부, 건교부, 보건복지부, 행자부, 환경부, 기획예산처, 국세청,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련부처와 민간전문가들을 골고루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특히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정책이 공공부문은 공공성에 맞게 하고 민간부문은 시장 논리에 맞게 가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고 주택이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는 "11.15 부동산 대책은 공급확대에 치중하고 분양가를 인하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빠져 있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분양가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모호한 각종 부담금을 정비해 택지가격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모든 주택에 대해 매입자가 다시 팔 때에는 공공부문이 환매권을 가지도록 하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가칭 '주택은행제도'를 도입하면 투기 수요를 줄이는 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투기소득에 대해 철저하게 중과세하서 환수하는 조치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시장의 신뢰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청문회 열자"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정치권의 역할과 관련해 천 의원은 "내년 대선을 앞둔 집값 추가상승 기대심리 방지를 위해 여야정의 부동산 대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야가 대협약을 이루기 어렵다면 과거 '정치개혁자문위원회'의 경우와 같이 여야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의장 직속의 '부동산정책자문위원회'를 설치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와 함께 국회는 부동산 정책청문회를 열어 부동산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따지고 정부의 정책 타당성을 분석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투자 확대해야"
  
  천 의원은 "우리의 사회복지 지출비중은 GDP 대비 9%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인 23%에 비해 매우 낮다"며 "그럼에도 시장만능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은 최소한의 국가복지조차도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역비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참여정부와 우리당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잃어감에 따라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며 "그러나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은 그만큼 소비를 해서 내수시장을 확대할 것이고 이는 다시 생산과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복지를 의미하는 사회정책을 경제정책과 연관 지어 국가정책을 설계하는 소위 '사회투자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ㆍ의료ㆍ교통 등 사회 인프라를 갖추고, 아동복지, 여성복지, 노인복지에 대한 투자와 이들의 인적자본 개발을 투자전략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만 다녔다"
  
  천 의원은 한편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서 당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정말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우리를 압도적으로 성원해주셨던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이 민생문제를 비롯한 국정운영에 무능했다. 이런 말을 하기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한 "당과 정부간에 협력도 매우 미흡했다"면서 "우리당은 청와대를 이끌어가기는커녕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만 다녔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천 의원은 이 외에 "앞으로 내가 정치를 계속 하는 한 계속적으로, 끈질기게, 타협하지 않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