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의 김영선 의원이 질문을 포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정부 질문자로 예정된 의원이 질문을 포기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김 의원이 예정된 질문을 포기한 이유는 같은 당 의원들끼리 질문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정부질문 순서도 박-이 신경전?
김 의원에 따르면 질의 순서는 일주일 전에 정해졌었다. 김 의원 측은 대정부질문자로 정해진 후 지난 일주일 동안 내용을 준비해 왔고, 지난 7일에는 질문 내용이 중복되지 않도록 한나라당 의원들끼리 조율 작업도 마쳤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첫번째 질문자 역할에 맞게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에 포커스를 두고, 구체적인 사안들은 뒷 순서 의원들에게 대폭 넘겨줬다고 한다. 그러나 대정부질문 하루 전인 8일 저녁 7시께 이병석 원내 수석부대표가 전화로 "김학원 의원이 3선이고 나이도 많으시니까 양보하라"며 순서를 바꿨다고 통지했다고 한다.
원내대표단으로부터 이 같은 통지를 받은 김영선 의원은 "첫번째로 하는 것으로 알고 일주일동안 준비해 온 질문서 내용이 두번째 순서에 나가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고, 내용을 제대로 고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고 판단해서 질문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3선 의원이고 당의 대표까지 지낸 의원이 이미 예고된 대정부 질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난도 한나라 일각에서 나왔다. 또한 정기국회의 주요 일정 가운데 하나인 대정부질문이 특정당 내부의 문제로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이유 불문하고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적절하지 않은 내용의 질문으로 수백 명의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그리고 전국에서 중계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간을 뺏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번 해프닝의 본질을 이명박 대선주자 진영으로 분류되는 이병석 수석부대표가 원래 자민련 소속이던 충남 부여 청양 출신의 김학원 의원의 호의를 사기 위해 '오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영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계로 분류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포항 출신의 이병석 의원은 평소 '이명박 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어깨에 무등을 태우고 포항에 가겠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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