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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국정원'은 정치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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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만복 국정원'은 정치화할 수밖에 없다"

[인터뷰]서동만 교수가 보는 현정부의 가치와 국정원 개혁

당초 1일 단행된 정부 외교안보 부처장들의 인사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서동만 상지대 교수의 평가는 국가정보원에 집중됐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김만복 원장 체제의 국정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첫 국정원 기조실장이기도 했던 서동만 교수는 그 동안 참았던 말을 털어놓는다는듯 이번 국정원장 인사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서 교수가 얘기하는 '김만복 국정원'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갈래로 요약된다. 우선 노무현 정부가 임기말 자기 출신 지역의 인사를 국정원장에 앉히기로 작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국정원의 정치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김만복 내정자 본인이 이미 국정원 내부의 '좌절'을 불러온 당사자라는 점에서 '국정원 개혁의 좌절'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그 동안 자신의 전공인 외교안보 분야 외에 '한 때의 일터'였던 국정원과 관련된 얘기를 한사코 사양하던 서 교수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털어놓은 국정원의 최근 인사와 그 여파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이 자리에서도 서 교수는 국정원의 업무 내용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2일 오전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진행된 서 교수와의 인터뷰는 김창희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김창희 편집국장: 말도 많고 탈고 많던 외교안보라인 개편 작업이 1일로 일단락됐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교체논의가 본격화됐고, 공교롭게도 '6자회담 재개' 발표 직후 교체가 단행됐다. 외교안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입장에서 새 외교안보 라인업을 어떻게 보는가?

서동만 교수: 여러 가지 얘기가 있었지만,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의 UN 사무총장 출마로 인해 그의 당락과 관계없이 외교부 장관의 교체는 예정된 일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외교안보 각 부처에 대한 교체 검토가 이미 진행됐던 것으로 안다. 국정원과 관련해서는 대북 정책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교체 대상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 발생한 북핵 문제와 간첩사건이 교체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견됐던 외교안보 라인 개편…'현상유지' 지향"

김창희: 이번 외교안보 라인 교체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서동만: 노무현 대통령이 북핵실험 사태 당시 초기에 혼선을 보였던 측면이 있다. 여당이 중심을 잡으면서 정부도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아간 것으로 보이는데, 새 통일부 장관 인선을 볼 때 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기존의 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희: 외교안보 정책을 조금 구분해서 보자면, 대외적으로는 북핵 문제가 6자회담으로 정리되어 가는 국면 속에서 북한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이냐는 문제가 있을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국방 분야와 국정원의 개혁 문제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 두 측면이 다 순조로울 수 있다고 보나?

서동만: 사실상 정권말기이고,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새로운 개혁과제를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번 인사는 현상 유지나 최소한의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로 보인다.

김창희: 현 정부 기간 중 외교안보정책의 기조에 혼선이 있었고, 외교통상부 중심의 라인업이 그런 혼선을 불렀다는 지적도 기왕에 있었다. 이런 현상이 정리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있는데….

서동만: 외교안보 라인의 전반적인 팀웍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 당시 부처간 이견이 제기됐으나 이를 실무적으로 조정하고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것이 노 대통령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인선을 통해 다시 중심을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NSC 체제에서 청와대 안보실 체제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한반도 브리핑 참고)

▲ 서동만 상지대 교수(전 국정원 기조실장)ⓒ프레시안

'부산 사람 시키기로 작심한 국정원장 인사'


김창희: 서 교수의 희망대로 외교안보 라인의 '팀웍'이 다시 형성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서동만: 대북정책과 관련해 표면적인 역할은 통일부 장관이 한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 막강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은 국정원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역량을 통해 대북관계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해외정보를 관리하는 외교 분야도 마찬가지이고, 통상 임기 말에는 공직사회의 균형추 역할 및 국정 전반에서의 역할도 커지게 된다.

김창희: 그렇다면 앞으로 김만복 체제의 국정원이 그런 균형추의 역할을 감당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서동만: 그에 앞서서 언론에 비친 국정원장 후보들의 면면을 볼 때 이미 문제가 있었다. 윤광웅 국방장관, 이종백 서울고검장, 김만복 국정원 1차장이 물망에 올랐는데, 모두 부산 출신 인사 아닌가. 처음부터 누가 돼도 특정지역 사람이 국정원장이 되는 인사였다. 알다시피 김승규 국정원장은 호남 출신이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국정원 내부에서는 영남과 호남 인맥들의 대립이 악화돼 있는 상황이다. 기왕에 김승규 원장은 대북정책에 대한 보수성뿐만 아니라 출신 지역에 따른 인맥 문제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김창희: 최소한 현 정부 들어선 뒤에는 출신 지역에 따른 국정원 내부의 갈등과 대립이 잘 부각되지 않았는데….

서동만: 김대중 정부 말기에 국정원에서 호남 출신의 편중 인사가 극심했다. 이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어느 정권이나 임기 말에는 권력누수 현상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그런 경향이 있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초기에 국정원 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과거사 청산을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그렇고, 인사 편중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들도 많이 했다. 내가 처음 참여했던 국정원 개혁에서도 호남 편중인사를 치유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였고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인사를 보면 이런 개혁의 노력들이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된다.

"지역주의 구도에 휘말리고…개혁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김창희: 그 얘기는 노무현 정부가 국정원 개혁을 내걸고 '국내정치 불관여' 등의 측면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낸 것이 인정되나 정권 말기에 내부개혁에 실패해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인가?

서동만: 안 그래도 국정원 내부에 지역 편중 인사에 따른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지역이 고려된 인사가 이뤄졌다는 것은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미 보도가 된 것이지만 청와대의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이상업 제2차장-김만복 제1차장으로 이어지는 부산라인과 김승규 원장의 호남 라인 간의 지역 갈등이 악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가 결국은 호남 지지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문제인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부산 출신 인사들이 지금 내걸고 있는 것이 '영남지역주의의 극복'이다. 그 명분의 내용은 결국 자신들의 생존의 문제다. 그런 구도 속에서 국정원이 이번 인사로 인해 자칫 지역주의 구도에 휘말려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부산지역주의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국정원의 정치화가 다시 이뤄지고 개혁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김창희: 김만복 체제의 문제점은 결국 그 지역성에서 오는 것인가?

서동만: 그것뿐이 아니다. 김만복 내정자가 기조실장을 하던 때 김 내정자의 책임 하에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2,3급 정원을 대폭 줄이는 조직개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미 2,3급으로 승진한 사람들은 정년 보장 차원에서 그대로 남아 있었고, 젊은 직원들의 승진 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신진대사나 세대교체 차원에서는 역효과가 생긴 것이고,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다보니 인사적체와 인사경색이 극심해지고 젊고 유능한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승진경쟁이 과열되면서 인사를 둘러싼 지역주의 갈등이 증폭된 것도 상당 부분 이에 연유한다. 게다가 기계적으로 인력을 줄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했던 해외파트의 인력마저 줄어들어 해외 정보 역량이 크게 위축되기도 했다. 해외파트는 외교부와의 균형과 견제를 위해 다른 부서보다 2-3급직이 상대적으로 증원되어 있었다. 출발점은 외시 합격 외교관과 같은데 외교부 쪽은 대체로 대사나 공사로 승진하는데, 국정원 쪽은 3-4급으로 생애를 끝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거의 절망적 수준이었던 것으로 안다. 이 모든 것이 김만복 내정자가 기조실장 시절에 이루어진 것인데 그 장본인이 해외파트 책임자인 제1차장에 이어 원장이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김 내정자의 역량과 성향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최초의 공채 출신 국정원장'이라는 허울

김창희: 그러나 김만복 내정자에 대해서는 '최초의 공채 출신 원장'이라는 평가도 있다. 내부승진에 의해 원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일단 내부 조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론인데….

서동만: 그것은 실상을 왜곡하는 겉포장 논리에 불과하다. 물론 내부 인사가 국정원장에 오르는 것은 개혁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과거 국정원장에는 늘 외부의 정치적 인사가 임명되어 왔기 때문에 조직 운영이 파행이었던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국정원 내부 직원들이 얼마나 수긍할 만한 인사인지 미지수다. 김 내정자는 2급 단장직이었고 계급정년 제도로 인해 퇴출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NSC로 파견을 가며 1,2급 공통보직인 정보관리실장으로 있다가 지휘라인의 1급 부서장도 안 거친 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로부터 1년도 안 돼 1차장이 됐고, 다시 국정원장이 된 것이다. 군에 비유하자면 준장 내지 소장이 3년 좀 넘는 기간에 사단장 등 지휘관을 거치지 않고 참모총장이나 국방장관으로 승진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왜 국정원을 군 조직에 비유하느냐 하면, 정보기관이라는 것 자체가 명령계통을 중시하는 계급조직의 문화를 일정부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지휘계통의 부서장 경험이 없이는 내부 조직통솔이나 기강 확립에 애를 먹게 된다. 그래서 고급공무원단 제도에서도 국정원을 제외시켰던 것이다. 그런 마당에 정통 지휘계통을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진 초고속 승진에 대해 국정원 내부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혹시 '정권에 줄만 잘 서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 이게 무슨 개혁인가. 나아가 이 정부가 과연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잇는 정부인지도 심각하게 회의하게 된다.

"민주화운동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모독"

김창희: 김만복 내정자에 대해서는 중앙정보부 시절 정보기관에 들어가서 '학원 사찰'의 실무 역할을 했던 이력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런 대목도 지금과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인가?

서동만: 김 내정자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74년 당시 중앙정보부에 들어가서 서울대 운동권을 관리하고 탄압하던 인물이다. 당시 서울대 운동권 출신들 가운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만복 씨는 잊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생생한 기억을 갖고 있다. 1978년 5월8일 서울대 시위로 내가 관악경찰서에 연행돼 갔을 때 그가 취조실로 찾아와 "다음 타자(시위주동자)가 누구인지만 귀띔해 달라"고 회유했던 일이다. 그런 인물이 내가 기조실장에서 해임된 뒤 후임으로 온 것이다. 나의 해임 경위에 대해서는 신문 보도도 있었고 개인감정의 이야기가 될까봐 말을 아끼고 싶다. 다만 내가 이 정부의 첫 국정원 기조실장에 내정되고 논란 가운데 청문회까지 거쳐 그 자리에 임명된 것은 나름대로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가 성역과도 같던 국정원에 들어갔다는 데에 시대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런 인선을 밀어붙였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의 후임자로 학생운동 시절 나를 '담당'했던 정보기관원이 임명된 것이다. 나는 부당한 해임에 이어 두 번 죽임을 당했다는 심정이었다. 그렇지만 당시는 이른바 탄핵정국이었다. 나로 인해 국정원 인사가 문제가 된다면 정쟁에 이용될 것이 분명하고, 어려운 정국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참았다. 어쨌든 이런 인사 조치는 민주화운동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모독이었으며, 그런 인물이 이제 국정원장까지 된 것이다. 지금 국정원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진상규명 하겠다고까지 하고 있으나 김 내정자와 같은 인물이 파행 승진을 거듭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개혁이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양심에 따라 진정으로 참회하고 반성했다면 어떻게 초고속승진에 나서고 원장까지 하려고 할 수 있는가.

김창희: 국정원장의 임명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전직 기조실장으로서 이런 우려를 사전에 전달할 수 있지 않았나?

서동만: 국정원에서 나온 뒤 전반적인 운명 문제 등을 두고 요로를 통해 이런저런 얘기를 할 기회가 없진 않았지만 이미 포기한 지 오래 됐다. 조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국정원장 임명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정원장 인사가 담고 있는 가치가 무엇이냐를 생각해 볼 때 비판적인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좋든 싫든 노무현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초기 개혁과제를 담당했던 참여자로서 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사실 국정원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정말이지 국정원 문제로 언론에 나서고 싶지 않다. 이수일 전 제2차장이 X파일 수사 도중 자살했을 때 너무도 가슴이 아파 언론에 추도사도 썼지만 그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한 마디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조직이 발전하기를 바라고,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직도 살리고 개혁도 이뤄지는 방향으로 심도 있는 검증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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