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뷰 포인트] 비욘드 더 씨 Beyond the Sea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뷰 포인트] 비욘드 더 씨 Beyond the Sea

감독 케빈 스페이시 출연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보스워스 수입,배급 아미가스 필름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109분 | 2004년 | 상영관 미정 연기자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생각을 실현시키고자 그동안 이뤄왔던 모든 것을 거는 경우가 있다. 그 생각이란, 무명시절에 똑같이 닮으려 했던 우상의 일생을 자신이 직접 제작과 감독, 주연을 맡아 전기영화로 만드는 것이다. 이건 일종의 동일시에 대한 욕구다. 연기자는 그렇게 동경해 마지 않았던 과거의 스타를 직접 연기함으로써 비로서 스스로가 진짜 스타가 됐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다. 케빈 스페이시에게 있어 마음 속 우상은 바로 195,6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가수이자 영화배우였던 바비 다린이다. 스페이시는 어릴 적 바비 다린처럼 되는 것을 꿈꿨음이 분명하고 결국 이번 영화 <비욘드 더 씨>를 만듦으로써 스스로가 바비 다린처럼 됐음을 알리고 싶어 한다.
비욘드 더 씨 Beyond the Sea ⓒ프레시안무비
스페이시가 바비 다린의 일생에 도전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케빈 스페이시 역시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인만큼 바비 다린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바비 다린처럼 노래할 수 있을까? 바비 다린이 '드림 러버'나 '비욘드 더 씨'를 부를 때 만들어 냈던 그 달콤한 느낌을 그대로 살려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다. 눈을 감고 영화속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바비 다린이 마치 케빈 스페이시를 통해 환생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케빈 스페이시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건 이번의 색다른 모험에서 완벽에 가까울 만큼 바비 다린의 모습을 재현해 냄으로써 스스로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연기파 배우임을 입증해내는데 성공했다. 직접 시나리오까지 맡은 이번 영화에서 케빈 스페이시는 드라마를 구성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 <비욘드 더 씨>는 한편으로는 바비 다린에 대한 헌사 같은 영화지만 또 한편으로는 1961년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1979년에 로이 샤이더가 주연을 맡았던 음악영화 <올 댓 재즈>와 같은 작품들의 예술혼을 이어가겠다는 꿈을 피력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비욘드 더 씨>의 많은 장면 하나하나가 이들 영화에서 선보였던 화려한 무대예술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건 그때문이다. 뉴욕 브롱스의 거리에서 펼쳐지는 군무의 장면은 이 영화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같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전통을 얼마나 아끼고 흠모하고 있는 가를 보여준다. 바비 다린이 노래하는 장면에서 활용되는 부감 샷의 화려한 카메라 테크닉 등은 <올 댓 재즈>같은 작품이 결코 잊혀져서는 안되는 영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비욘드 더 씨>는 한 연기자의 고독한 집념이 얼마나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케빈 스페이시는 30대에 요절한 한 팝가수의 굴절된 인생사를 통해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집념, 끝없는 고민이라고 하는 것이 물신주의가 극에 달한 지금의 시대에 오히려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가를 역설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잊고 사는 얘기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예술이며 그 예술을 이루려는 사람의 노력이다. 바비 다린은 1960년대를 접어들면서 컨템포러리 팝을 스스로 포기하고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포크 송 가수로 거듭나기 위해 애쓴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에게 '드림 러버'나 부르라고 야유를 퍼붓는다. 노래로든 아니면 정치운동으로든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늘 아름다운 법이다. 케빈 스페이시가 이번 영화에서 바비 다린의 '달콤한' 성공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그의 쓰라린 좌절에 더 무게를 실은 것은 그때문이다. 달콤한 노래로 시작해 안타까운 죽음의 이야기로, 화려한 팝가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이 영화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얘기는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모든 실천적 행위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비욘드 더 씨>가 흥미로운 음악영화이면서 동시에 의미있는 인생 드라마인 것은 그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