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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교육청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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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교육청의 생각은?

최순영 의원, 서울시교육청 사무관과 학교 행정실장들의 대화내용 공개

학교에는 학생과 교사만 있다? 그렇지 않다. 급식을 위한 조리원, 행정업무를 하거나 과학실험을 지원하는 인력 등 다양한 이들의 수고가 있어야 학교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들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다. 그들이 처한 노동조건은 여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다.
  
  오랫동안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학교 비정규직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지난 8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5만4000여 명을 정규직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할 무렵이었다.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31만여 명 가운데 10만여 명이 학교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나온 비정규직 대책은 학교 비정규직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분명치 않다. 하지만 학교 비정규직을 대하는 일선 공무원과 학교 행정담당자들의 태도만 놓고 보면 그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나이 많아서 껄끄러운 비정규직, 조용히 내쫒을 방법은?"
  
  교육 공무원들이 학교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료가 공개됐다. 27일 서울시 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나온 뒤 열린 회의에서 공무원들이 나눈 대화의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9월 29일 서울 서부교육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비정규직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서울시 교육청의 사무관과 일선 고등학교 행정실장들의 발언을 회의 참가자 중 한 명이 받아 적은 것이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제보를 통해 이 기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사무관은 비정규직 담당자가 생긴 것에 대해 노조가 환영하자 "솔직히 (양심에) 찔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규직화해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정규직화해준다"는 시혜적 표현으로 말한 것도 놀랍지만, 이어진 발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무기계약(정규직화)에 대한 정부의 기준이 ('상시적', '지속적' 이라는) 두 가지밖에 없어 황당했다"며 "그런(학교 비정규직에 대해 2년 안에 계약해지하라는) 지침을 공개적으로 내릴 수 없으니 학교에서 알아서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교 행정실장들의 발언은 한술 더 뜬다. "나이가 많아서 일시키기가 껄끄러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하면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일용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해고하는 것을 두려워 말라"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의 근거를 만들라"고 충고했다.
  
  27일 국감에서 최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 대해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비정규직이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교육청 사무관 "학교 비정규직, 개별 학교가 알아서 조용히 처리하길"
  
  다음은 이날 최 의원이 공개한 교육청 사무관의 발언 내용이다.
  
  "교육청에 비정규직 대책 담당자가 생기자 비정규직 노조에서 반기더군요. 그러나 솔직히 (양심에) 찔렸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해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학교의)조리 종사원만 전국에 4만 명에 이릅니다. 교육청 입장에서 볼 때 5만4000명을 정규직으로 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비정규직 영양사의 경우 공무원 대우를 받고 있는 정규직 영양사와 비교대상이 있어서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면 교보(교무 보조원), 과보(과학실험 보조원)의 경우 정규직과 비교대상이 없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차별을 금지해달라는 주장의 근거가 없으니까요"
  
  "저희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그런 지침(2년 안에 계약해지)를 공개적으로 못 내립니다. 따라서 각 학교 운영에서 알아서 고려해주십시오. 제가 보기에도 노조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부의 법안은 비정규 보호가 아니라고 봅니다."
  
  "무기계약(정규직화)에 대한 정부의 기준은 두가지 밖에 없어 교육청 입장에서 황당했습니다. 상시적, 지속적 업무라는 것 외에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비정규보호법안 통과시 교육기관은 인력운영의 어려움에 처해집니다. 그래서 외주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학교에서는 비정규직 중 정규직화 말에 설왕설래 중입니다. 낙담할 직원을 고려해서 정부와 기관의 입장 해명에 적극 나서고 진정시켜 주세요. (정규직) 전환 제외자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나이 많아서 일 시키기 껄끄러워"…"해고를 두려워 말라"
  
  다음은 9월 29일 회의에서 교육청 사무관의 발언에 이어진 학교 행정실장들의 발언 내용이다.
  
  "학교 회계직으로 교무보조가 있습니다. 나이도 많고 그래서 일 시키기 정말 껄끄럽습니다. 이 사람을 무기계약(정규직)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없는 겁니까? 그러면(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혹시 소송에 휘말리지 않겠습니까? 일용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나이 많고 임금 많으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근무평가보다 차라리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해고의 근거를 만드십시오, 그게 훨씬 신속합니다. 임금이 높으면 동결이 가능합니다. 노무사 도움을 받아요. 그래서 나도 해고시켰습니다. 돈이 없는데 자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해고를 무서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발언에 대한 교육청 사무관의 대답이다.
  
  "행정실장님 말씀이 모범답안입니다. 여기 실장님들이 악역을 맡아 주십시오. 그래야 교육청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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