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컨설팅업체 한 곳에 수의계약으로 비슷한 내용의 컨설팅을 반복 의뢰하고, 한 건 당 수십억 원 씩의 비용을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은 2001년 8월부터 2006년 7월까지 기업은행이 외부에 의뢰한 경영관련 컨설팅 용역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업은행이 지난 5년 동안 단 2개월을 제외하고 매달 컨설팅을 받았으며, 컨설팅 비용으로 모두 198억 원을 지출했고, 그 중 48%인 96억 원을 엔플랫폼㈜라는 회사 한 곳에 지불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가 같은 기간 동안 기업은행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컨설팅은 모두 4건으로 건 수로는 이 기간 동안 기업은행이 의뢰한 컨설팅 17건의 20% 남짓이지만, 금액으로는 절반에 가깝다. 엔플렛폼㈜는 2000년 3월에 설립된 신생회사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엔플랫폼㈜에 의뢰한 4건의 컨설팅 중 3건의 내용이 "유사·중복된다"는 것이 이한구 의원의 주장이다. 이 3건의 컨설팅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발주됐다.
이 세 건의 컨설팅 이름은 '사업부제 조기정착', '사업부제 실행력 강화', 그리고 '영업경쟁력 강화'였다. 기업은행은 이 세 건에 대해 각기 29억 원, 40억 원, 그리고 18억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29일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이한구 의원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이를 본 정의화 위원장은 강 행장에 대한 질책과 함께 기업은행이 의뢰한 전체 컨설팅 내용을 문서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또, 2005년에는 '통합 CRM구축 마스터 플랜'이라는 컨설팅 용역을 IBM BCS에 의뢰했고, 그 용역이 끝난 3개월 후에 '통합 CRM구축 전략 수립'이라는 연구 용역을 엑센츄어(유)에 의뢰했다. 이 의원은 이 두 가지 컨설팅도 사실상 중복된 내용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두 용역의 비용은 각기 6억 원, 9억 원이었다.
기업은행은 최근 3년 8개월간 골프장 회원권 구입에 93억 원을 사용했고, 임원들의 임금은 연 14.9~24.5% 씩 인상했다. 이에 대해 이한구 의원은 "경기하락세로 중소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데, 기업은행 임원들은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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