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저명한 문인과 한학자를 배출한 연안 이 씨 집안의 종손으로 1920년 충북 제천 출생인 노촌은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민족의식에 눈을 떠, 1943년 독서회 사건에 연루돼 1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 이후 해방공간에는 사회주의 계열에 참여해 활동했고 한국전쟁 시기에 월북했다. 1958년 공작원으로 남파된 노촌은 경찰에 검거돼 22년간 복역하다가 1980년 출소했다.
장기수로 복역하면서 그는 신영복 교수, 심지연 경남대 교수 등 시국사건 관련 투옥자들에게 한문과 서예를 가르쳤다. 특히 신영복 교수는 4년간 노촌 선생과 한방에서 지내면서 동양학과 서예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촌은 출소 이후 '이문학회(以文學會)'라는 한학 관련 모임을 만들어 후학 양성과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평생 써 온 글씨 100여 점을 모아 '글로써 벗을 모으고'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또 부친 이주승과 작은아버지 이조승이 구한말 의병활동에 참여해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의병.독립운동 자료 6000여 점을 노촌은 충북 제천에 세워질 의병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1남2녀가 있으며, 빈소는 강북삼성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2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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