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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달에는 가면서 가난은 왜 못 없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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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달에는 가면서 가난은 왜 못 없애나?"

<기고> '마이크로 크레딧'의 한국 상황을 돌아보니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함에 따라 빈곤 퇴치 수단으로서 마이크로 크레딧(micorcredit. 소액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유누스 총재는 오는 18일 제8회 서울평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라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유누스 총재는 '사회연대은행'(http://www.bss.or.kr), '신나는조합'(http://www.joyfulunion.or.kr) 등 국내 무담보 소액대출 운영기관 관계자들을 만나고 대중 강연회 등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2003년부터 국내에서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한 빈곤층 자활지원사업을 벌여 온 사회연대은행에서 이번 유누스 총재의 노벨평화상 수상의 의의와 현재 국내 소액대출 사업의 현황 등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20여 년 간 방글라데시 인구의 5%인 600만 명 이상을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마이크로 크레딧의 출발점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됐다. 유누스의 '가난과의 전쟁' 수단인 마이크로 크레딧은 이제 100여 개 국가에 전파돼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 탈출을 돕고 있다.

한국도 지난 2000년 신나는조합에 이어 사회연대은행이 설립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액대출을 통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연대은행은 320여 개 업체에 총 60여억 원 가량의 창업 자금을 지원해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했다.

사회연대은행은 기금특성상 저소득층 여성가장이나 공동체 등 대출 대상이 한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자활에 대한 의지가 충분하다면 대출 자격이 있고, 대부분의 기금이 연 2%(고정금리)로 대출된다.

이제까지 삼성, 삼성생명, LG전자 ,KT 등 대기업과 신한지주, 신한은행(전 조흥은행 기금 포함), 국민은행, 산업은행, 금감원 등 금융권, 그리고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연세대 등 정부와 민간에서 만들어진 기금이 사회연대은행의 재원으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의 소액대출을 위한 재원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규모 또한 대출을 희망하는 저소득층 수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생계형 창업 희망자 수는 1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해서 꼭 소액대출이 빈곤국가에서만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Accion'과 같은 소액대출 기관을 통한 빈민구제 사업이 역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IMF 이후 심각한 부의 불균형으로 빈곤층이 갈수록 늘고 있는 한국에서도 무담보 소액대출은 저소득층에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나 빈곤층에게 일반 금융의 '벽'은 높기만 하다. 금융시스템에 접근이 힘들다보니 저소득층일수록 사채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고리대금의 횡포에 가난의 골은 더 깊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기업과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와 이에 따른 실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산발적이고 단발적인 행동에 그치고 있다. 이번 유누스 총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소액대출 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 신나는 조합, 아름다운 재단 등의 운영 노하우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좀 더 한국적 상황에 맞는 대안금융의 형태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 기업, 그리고 금융권이 공동 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

현재 턱없이 부족한 소액대출기금으로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휴면예금을 활용하거나, 기업과 정부의 사회 공헌 및 복지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소액대출과 관련된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 안전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부, 기업, 개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유누스 총재는 노벨평화상 수상 인터뷰에서 "빈곤은 테러리즘의 근원"이라면서 "테러리즘은 군사적 수단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이제 빈곤과의 싸움은 세계적으로 더욱 강도가 높아져 각국에서 소액대출을 이용한 가난과 전쟁을 굳건하게 뒷받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기 이름도 낯선 먼 곳에서 시작된 작은 울림이 이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 퍼져 '가난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커다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제 그가 전 세계인에게 던진 화두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인간이 달에까지 가는 세상에 어째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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