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에도 '이건희 방패막이' 튼튼?

노회찬 "증인채택 반대하면 떳떳히 이유 밝혀라"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한 차례 파동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증인채택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증인채택에 찬성하는 의원들 수는 손꼽힐 정도여서 향후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지난 13일 이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 건을 부결시킨 재경위와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성영 "나는 이건희 증인채택 반대한다"
  
  피감기관장들의 현황보고가 끝나자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세간에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는 속어가 있는데, 우리 법사위도 미뤄 조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건희 증인채택 문제를 여기서 마무리 짓자"고 촉구했다.
  
  그는 "오늘 결정을 하지 않으면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통지기간 조항에 걸려서 국감 끝날 때까지 합법적으로 출두를 회피할 우려가 있다. 이건희 회장 본인이 부르면 온다고 했는데, 우리가 증인 채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있는가. 오늘 표결로라도 결론을 내리자"고 요구했다.
  
  임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꼭 표결을 원하느냐"면서 못할 것도 없다는 자세를 잡았다.
  
  이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지금까지 법사위의 관례라고 하면서 표결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극도로 회피해 온 위원장이 이 건에 대해서는 급작스럽게 표결을 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노 의원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양당 간사가 더 협의해서 결정을 내리자. 지금까지 증인 채택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위원은 없다"면서 "만약 증인 채택을 반대하면 국민 앞에 떳떳하게 불채택을 설명해야지 표결이라는 그늘 뒤에 숨어서 자신이 반대한다는 것을 나타내지 않고 기권해서 좌절시키려고 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성급한 처리에 반대했다.
  
  노 의원의 발언에 자극을 받은 듯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나는 이건희 회장의 증인채택에 반대한다"면서 그 이유를 "검찰이 이미 이건희, 이재용, 이학수 세 사람을 조사해서 불기소로 결정을 내린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노회찬 의원은 증인으로 요청한 사람으로부터 고발 당했기 때문에 증인을 채택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의원은 이에 맞서 "이건희 회장 출석요구는 작년에 주성영 의원도 동의했던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노 의원은 "검찰조사는 홍석현 증인이 돈 받은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종결된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본인을 불러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의 박세환 의원은 "나도 청와대 수석들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했는데 그 결정이 미루어지고 있다"고 물타기성 방향틀기를 시도하며 "찬반근거를 밝히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강요"라고 노회찬 의원을 비판했다.
  
  이처럼 양 측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한 공방이 계속되자 안상수 위원장은 갑자기 국감을 정회하고 법사위 전체회의로 돌려 국감증인채택을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선병렬 이상민 이상경 의원 등이 차례로 의사 진행발언에 나서서 표결에 반대하고 좀 더 시간을 갖고 양당 간사 합의로 처리할 것과 간사들은 토의내용을 위원들에게 상세하게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처음에 표결 처리를 요구했던 임종인 의원도 '간사협의를 통한 처리'를 주장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조순형 의원은 "이 안건을 이처럼 공개된 국정감사장에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식사 후에 시간을 내서 의원간담회로 처리하자"고 중재안을 냈다.
  
  강한 반대에 부닥친 안상수 위원장은 양당 간사들이 좀 더 협의해 증인 채택 건을 결정하기로 정리하고 국감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