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기분 좋은 명절날 남의 집 가서 눈치 보며 기분 잡쳐야겠냐"는 대사가 나온 것을 계기로 네티즌들 사이에 명절문화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림단체 관계자가 "추석 명절에 친가(시가)뿐 아니라 처가(친정)를 같은 비중으로 챙기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혀, 이같은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과도한 가사노동 부담과 여성들의 의식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남성 중심의 명절문화가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종 '질병'을 낳을 정도로 가시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10여 년 만에 '전통'을 중시하는 유림단체 관계자가 명절문화를 남녀가 평등한 문화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추석 당일, 시가와 친정을 격년으로 찾아야"
유림단체인 성균관 인천 유도회원이자 인천시민어버이대학 이사장인 이현칠 씨는 지난 7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에 출연해 "남녀가 가사를 분담하고 추석 명절에 친가뿐 아니라 처가를 같은 비중으로 챙기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것이 지금 지각 있는 유림단체 인사들 대부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꼭 친가(시가)를 추석 당일에, 처가(친정)를 추석 연휴 다른 날이나 추석 연휴를 피해 찾아가는 것도 옳지 않다"며 "올해 추석 당일에는 처가, 내년 추석 당일에는 친가, 이런 식을 격년으로 찾아뵈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드시 처가와 친가 중 친가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도 잘못"이라며 "중요한 것은 명절을 통해 가족이 회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절문화도 시대변화 좇아가야"
보수적인 유림단체가 '남녀평등 명절문화'를 계몽하고 나선 것은 더 이상 여성을 상대적으로 소외시키는 남성 중심의 전통적인 명절문화를 고집할 수 없다는 의식을 갖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현칠 이사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명절문화가 시대를 좇아가지 못해 명절이 도리어 가족을 파괴하는 걸림돌이 되는 상황은 유림 전통에도 결코 맞지 않는 일"이라며 "혹 집안일을 제대로 돕지 못한 남자라면 남은 시간이라도 따뜻한 말 한 마디와 배려의 행동으로 아내를 품어줘야 한다"고 남성들의 변화를 요구했다.
일부 남성 네티즌 "운전은 남자가 도맡아 한다"
유림단체 관계자의 이같은 주장을 놓고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댓글 논쟁이 한창이다.
네이버 뉴스의 해당 기사에는 8일 오후 4시 30분 현재 718개의 댓글이 붙었고, 미디어 다음과 엠파스 뉴스에는 각각 410개와 55개의 댓글이 붙었다.
'paran'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미디어 다음에 "여성들이 명절에 유독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일 때문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결혼과 동시에 가족과 함께 지내는 명절이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큰 충격"이라고 친가와 시가를 똑같이 챙겨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아이디가 '신데렐라'인 네티즌은 "유림에서도 이런 말을 하는데 조금씩 바꿔보는 게 어떠냐"며 남성들의 인식변화를 촉구했다.
반면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귀성ㆍ귀경길) 운전은 왜 남성들이 도맡아 해야 하냐"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명절에 각자 자기 집으로 가자. 명절날 남의 집 가서 눈치 보며 기분 잡쳐야겠냐"라는 드라마 대사와 관련해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 게시판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도 명절문화에 대한 남녀 간 인식차이가 드러났다.
우선 1029명의 여성과 229명의 남성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이 문제에 대해 남성들의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여성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882명(86%)이 시가를 방문하는 것이 싫다는 드라마 대사에 동조한 반면, 남성 응답자의 68%에 달하는 156명이 "기분이 잡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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