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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리턴 The Return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 출연 도브론라보브 이반, 가린 블라디미르, 콘스탄틴 라브로넨코 수입 위드시네마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105분 | 2003년 | 상영관 필름포럼 형제인 안드레이(가린 블라디미르)와 이반(도브론바보브 이반)은 날마다 티격태격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하다. 싸우고 화해하는 것을 반복하며 지내던 형제 앞에 어느 날, 아버지가 나타난다. 12년 만이다. 얼굴도, 기억도 없는 아버지는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어 자고 있다.
리턴 The Return ⓒ프레시안무비
12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에게 형제는 반가움과 동시에 낯모를 경계심을 느낀다. '아버지는 어디서 돌아왔는가, 왜 돌아왔는가, 그는 어떤 사람인가.' 형제는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아버지가 형제에게 불쑥 낚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리턴>은 여행길에 오른 낯선 아버지와 형제의 이야기다. 형제는 아버지와의 여행길에서 서로 싸우고 화해하며, 태양과 비를 모두 만나고, 바다를 건너고 물고기를 낚는다. 그리고 결국 '죽음의 순간'을 목도한다. <리턴>은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안드레이와 이반이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처럼 관객 역시 아버지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아버지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게 되는 '당연한' 드라마 구조를 <리턴>은 거부한다. 여행길에서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고, 누군가를 은밀히 만나며, 무언가 비밀스런 상자를 땅 속에서 파내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누구'와 '무엇'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물음표로 남는다. 안드레이와 이반 역시 끝내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의 주인공 요제프 K나 <성>의 측량기사 K가 법원의 출두 명령을 받고, 성으로부터 호출을 받지만 누가, 왜 호출하는지에 대해 주인공도 독자도 알 수 없는 것처럼 <리턴>의 드라마 전개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관객은 아버지라는 캐릭터와 12년을 가로지르는 드라마의 연관관계에 대한 설명을 듣는 대신, 상상으로 그 빈 공간을 채워 넣어야 한다.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하다'라는 식의 명확한 드라마 구도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리턴>은 분명 낯설고 당혹스런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낯선 드라마 얼개가 오히려 신선함을 낳기도 한다. 그저 '보는' 영화를 넘어 <리턴>을 관람하는 것은 관객 스스로 캐릭터에 성격과 사연을 입히는 과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설명을 떼어내고 관객의 '알 권리'에 불친절한 대신, <리턴>은 관객의 '상상할 권리'에 더욱 친절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TV 드라마에서 배우와 연출자로 활약하던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 감독은 영화 연출 데뷔작인 <리턴>으로 2003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과 신인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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