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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외압 의혹, 사실인가?

"조사거부로 확인에 한계…VHS 삭제는 끝까지 추적할 것"

박복용 KBS PD가 사내 전자게시판을 통해 "'KBS 스페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와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한 KBS 노동조합의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KBS 노조 집행부 및 PD협회 조합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박복용 PD 양심선언 진상조사위원회'는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8일부터 열흘 간 진행된 사실여부 확인작업은 관계자들의 조사거부로 인해 일정한 한계를 가졌지만 당시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이들의 증언에는 박 PD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박 PD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지목한 핵심 관계자들과의 접촉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이번 결과를 가지고 정확한 진위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PD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몇몇 정황이 확인됐고, 특히 방영 후 참여연대 부설단체와 관련된 내용이 VHS에서 부분삭제된 것은 사실로 밝혀져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사장 발언, 어떤 식으로든 영향 미쳤을 것"

박 PD는 '양심선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6일부터 9일까지 4차례에 걸쳐 방영된 '양극화 사회-희망의 로드맵'이란 KBS 스페셜 프로그램이 위의 지시로 제작된 '오더 프로그램(Order Program)'이며 기획 당시 정연주 사장이 이규환 KBS 스페셜 팀장에게 "최민희, 김기식 씨의 자문을 받으라"며 프로그램 제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는 "양극화 관련 방송은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공사인 KBS가 충분히 다룰만한 프로그램이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프로그램의 기획 및 제작 과정에서 이규환 팀장이 독단적으로 외부인사 섭외를 추진한 점이나 마지막 편이었던 '도농의 양극화'의 폐지 문제에 대한 팀장의 발언 및 행동은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또 조사위원회는 "정연주 사장이 '최민희, 김기식 씨의 자문을 받으라'고 한 발언은 사실이나 박 PD는 이 발언이 단정적인 지시였다고 주장한 반면, 이규환 팀장은 사장으로써 할 수 있는 권고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제 이들 외부인사가 스페셜 팀 관련 회의에 참석한 것을 감안하면 정연주 사장의 발언이 어떤 형태로든지 제작과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박 PD가 주장하듯 '외부인사를 동원해 제작진에게 강의를 받게 했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위원회는 "정연주 사장, 최규환 팀장, 김기식, 최민희 씨 등 핵심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연주 사장이 제작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현재 판단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로비여부 확인 안 돼…팀장의 제작관여는 부당"

또 지난 3월 27일 방영된 '자본은 왜 파업을 하는가?'의 제작에 관해 박 PD는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이 참여연대의 부설단체인 '좋은기업지배연구소'와 관련된 내용을 빼달라며 KBS에 부적절한 로비를 했고, 이규환 스페셜 팀장은 이 부분을 빼달라고 나에게 요구하다 안 되자 제작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조사위원회는 "사측 간부와 참여연대 측이 진술을 거부해 김기식 씨의 로비 여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며 "그러나 박 PD의 후배 PD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당시 팀장의 부분삭제 요구는 사실로 보이며 이는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팀장의 부당한 관여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PD는 "방송 후 KBS 스페셜팀 누군가가 KBS 미디어에 지시해 시청자 판매용 VHS 사본에 '좋은기업지배 연구소'와 관련된 핵심적인 내용이 삭제돼 판매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KBS 미디어 팀장은 통상적인 절차로 저작권 여부를 묻기 위해 스페셜 팀에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이가 참여연대와 관련된 부분에 해당되는 5분 분량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조사위원회는 "그러나 스페셜팀 일선 PD들과 이규환 팀장은 모두 이같은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조사위원회는 "VHS의 특정 부분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공사 업무 방해와 저작권 침해 등에 해당되는 중요 범죄행위인 만큼 외부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진실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밝혀 향후 이 사건에 관한 KBS 노조의 추가활동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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