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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보도' MBC 이상호 기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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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보도' MBC 이상호 기자 무죄

법원 "공익성 인정"…월간조선 편집장은 선고유예

안기부 'X파일'을 입수해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에 대해 법원이 '보도 목적의 공익성'과 '취재 과정의 사생활 보호 등의 노력'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X파일' 전문을 게재한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에 대해서는 "보도 목적의 공익성은 인정되나 전문을 그대로 게재해 공익성과는 상관없는 사생활까지 노출시켰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 "X파일 내용,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득환 부장판사)는 11일 선고공판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호 기자에게 무죄, 김연광 편집장에게는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다만 김 편집장에 대해 선고유예 결정을 내려 직접 처벌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 자체에서는 아무런 위법성 조각사유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기는 하되 언론의 기능상 보도가 불가피하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형법상 정당행위 조항 내지 언론중재법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해서는 "정보의 내용이 국가의 안전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그 정보에 대한 공공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지었다.
▲ 이상호 MBC 기자가 11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들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측면에서 재판부는 이상호 기자의 'X파일' 보도는 내용 자체가 '중대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료에 담겨 있던 내용은 주로 대기업 및 언론기관의 고위 경영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대통령 선거정국의 기류 변화에 따른 여야 후보진영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문제"라며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대통령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뤄져야 함이 국가의 통치질서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보의 내용은 민주적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돼 있어 그 공개의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 떡값' 부분에 대해서도 "선거과정에서 대통령 후보자를 비롯한 정치인과 선거부정사범 및 모든 형사사건의 최종적, 독립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조직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는 수명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법을 준수해야 하고 그 직무의 순결성이 보장돼야 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내용 공개의 위법성 조각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에 일침을 가하기도했다.

"목적의 공익성만으로는 조각사유 인정 안 돼. 취재·보도 과정의 노력 인정돼야"

다만 '자료 입수 및 보도 과정의 정당성' 문제는 남아 있다. 재판부는 "공중의 관심 대상이더라도 언론사가 불법적인 정보수집에 관여하거나 취재원에게 부당하게 막대한 금원을 제공함으로써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조장하는 등 불법에 깊이 관여하거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면 보도의 자유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기자와 MBC의 보도에 대해 △취재원에게 금원을 제공했으나 내용의 중대성을 감안한 관행 수준을 넘지 않은 점 △'X파일' 입수 후, 성문분석과 출처에 대한 보강취재를 통해 자료의 진정성을 확인한 점 △X파일이 유출되지 않게 보안을 유지한 점 △실명 공개가 타 언론의 보도에 의해 소극적으로 이뤄진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최초 불법적인 자료를 취득하기는 했지만, 그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 불법성에 깊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판단함이 정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대화당사자나 대화의 대상이 된 인물들은 모두 국정의 방향, 국가조직의 운영, 기본적인 국가정치질서, 국민의 정치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인물들"이라며 "대화 당사자들이 이러한 공적 인물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정치자금이나 대선자금, 떡값 등의 제공을 논의하고 이를 일부 실행했다는 점에 관해 충분히 의심할만한 자료가 있는 이상, 이에 관한 언론보도의 결과로 인해 입게 되는 어느 정도의 인격권의 침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반면 'X파일' 전문을 게재한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에 대해서는 "월간조선의 전문 게재는 그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지라도 수단,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 내지 비례성을 갖지 못하므로 위법성의 조각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기사를 게재하게 된 목적의 일단에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도 일부 작용한 점, 당시의 상황은 이미 위 녹취록 및 녹취보고서의 주요한 내용을 다른 언론매체에서 모두 공개한 뒤여서 피고인에게 큰 위법성의 인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 등 정상을 참작하여 그 선고를 유예했다"고 덧붙였다.
"내가 읽은 어떤 시, 소설보다 감동스러웠다"

이상호 기자는 이날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을 듣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기자는 선고 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죄가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제가 읽은 어떤 시, 소설, 수필보다도 감동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기자는 이어 "X파일을 보도하기 전 법률적 문제로 고난을 겪었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 (X파일 내용을) 추가보도하지 않을 핑계가 사라졌다"며 'X파일' 내용의 추가 공개를 시사했다.

이 기자는 삼성그룹에 대해서도 "삼성의 와이브로가 미국 표준으로 채택됐는데, 이는 박수를 보낼 일"이라며 "이는 삼성의 노동자와 기술자들, 전문 경영인들의 승리로, 이건희 체제와 삼성그룹 자체를 구분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호 기자의 변호를 맡은 한상혁 변호사는 "이번 사건 판결은 위법성 조각사유가 없는 통신비밀보호법과 언론의 자유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 한편 "앞으로 언론은 보도 목적의 정당성만 갖고서는 언론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취재·보도 과정에서 사생활 보호 등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지극히 정당하고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고,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사법부가 고심 끝에 내린 판결에 찬사를 보내며 언론사에 길이 남을 판결"이라며 "다만 삼성재벌에 무릎을 꿇은 검찰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선고공판에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이 '지각'하는 바람에 선고가 1시간 가량 연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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