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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어느날 갑자기: D-day

감독 김은경 | 출연 은성, 유주희, 김리나, 허진용 제작 CJ엔터테인먼트, 소프트랜드영상사업부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5분 | 2006년 | 상영관 CGV 여학생 전용 재수 기숙학원에 새로운 '입소자'들이 들어오는 날. 대학 진학에 실패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여학생들은 기숙학원의 엄격한 규율 체계에 또 한 번 기가 죽는다. 보람과 유진, 은수, 다영은 한 방을 쓰며 동고동락을 함께 할 룸메이트가 되고, 그렇게 입시를 향한 'D- day'가 서서히 시작된다. 6시 기상 후 빽빽하게 들어찬 기숙학원의 스케줄은 가히 살인적이다. 거기다 소설, 음악, 액세서리 등 입시와 관계없는 것들은 모두 금지되고, 경쟁심을 조장하기 위해 독서실 자리 배정은 '성적순'이다. 오로지 입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기숙생들. 보람(은성)과 은수(김리나), 다영(허진용)은 엄격한 이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가지만, 유진(유주희)만은 예외다. 강압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진은 계속해서 겉돌고, 교사들은 그런 유진에게 '폭력'에 가까운 처벌을 쉼 없이 가한다. 몸과 정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유진은 어느 날, 오래 전 이 기숙학원에서 일어났던 집단 살해 장면을 환영으로 보기 시작한다.
어느날 갑자기: D-day ⓒ프레시안무비
〈D-day>는 재수 기숙학원을 배경으로 오로지 '입시'를 향해 매진하는 여학생들의 일상을 공포의 소재로 가져온 것과 폭압적인 교육 권력의 모순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얼핏 <여고괴담> 시리즈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공포의 강도는 <여고괴담> 시리즈만큼 강하지 않다. 괴기스런 사운드를 사용해 공포감을 조성하지도, 무서운 영상을 늘어놓아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감옥같이 꽉 막힌 공간, 빈틈없이 짜인 시간표에 옥죄인 아이들이 신경증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따라가며 공포감을 만들어낼 뿐이다. 공포영화 서사의 틀을 벗어 던지고, '심리극'에 방점을 찍지만 이상하게도 〈D-day>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서늘하고 섬뜩한 기운을 전한다. 그것은 주인공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참고 기다린 'D-day'가 대학 수능 시험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걸 영화의 주인공들은 물론 관객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을 목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경쟁 구조 속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삶이란 야생 동물들이 들판에서 벌이는 '약육 강식'보다 더 비열하고 치열하다. 영화 후반부, 칼부림이 일었던 기숙학원에서 살아남은 보람은 입사 면접시험을 다녀오는 길에 "여덟 번째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다. 우리는 모두 그해 한 해만 견디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고 읊조린다. 그리고 그 순간 보람은 잠시, 우리의 'D-day'는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짓는다. 죽음의 'D-day'가 엄습하기까지 끊임없이 규율에 얽매여 경쟁하고 이겨야 한다는 섬뜩한 깨달음, 이것이 바로 영화 〈D-day>가 품고 있는 최고의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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