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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논쟁서 찔끔찔끔 물러서는 청와대,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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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논쟁서 찔끔찔끔 물러서는 청와대, 믿어도 될까?

<기자의눈> 'FTA 진실게임' 이미 시작

"멕시코의 양극화 현상은 나프타(NAFTA) 때문이 아니라 멕시코판 IMF 사태(페소화 위기) 때문이다."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13일 <청와대브리핑>에 "멕시코 양극화 원인? 멕시코판 IMF인가, NAFTA인가 : 한미 FTA, '성공의 보장'이 아닌 '성공의 기회'일 뿐"이라는 글을 올려 '멕시코 논쟁'에 가세했다. 그는 본지를 비롯해 KBS, MBC 등에서 1992년 미국과 나프타를 체결한 멕시코의 암울한 경제 현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반박글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 수석은 오히려 이 글에서 멕시코의 '실패'를 인정해 그 간 멕시코를 미국과 양자 무역협정의 성공 사례로 제시했던 정부 입장을 스스로 뒤집었다.

이 수석은 또 청와대가 그간 "한미 FTA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던 것에서도 한발 물러섰다. 나프타가 발효된 지 12년이 지나면서 "멕시코 양극화 현상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인정했다. 멕시코의 현실은 양극화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나프타가 양극화의 심화를 막는 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잘 보여준다.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우리 하기 달렸다"

이 수석은 또 "한미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하기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지만 멕시코처럼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FTA 반대는 '쇄국'이며, '쇄국'은 곧 '망국'이라고 자신하던 불과 며칠 전 입장과 비교했을 때 한참 후퇴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하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나프타 체결국 중 멕시코만 '실패'한 이유는?

지난달 방영된 KBS의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우리는 멕시코와 다르다"고 말하면서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 수석도 마찬가지로 지난 4일 방영된 MBC <피디수첩>의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을 언급하면서 "한국과 멕시코는 경제발전수준과 개방의 경험이 크게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전체 경쟁력이 1992년 멕시코 경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개방의 경험에서도 한국이 훨씬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 FTA는 양자 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멕시코의 경제력의 차이는 이 수석 주장만큼 엄청난 차이를 발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차이다.

이 수석이 지적했듯이 1992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 국이 나프타를 체결하고 각 나라의 국회의 비준을 받아 공식 발효된 1994년 1월 이후 미국과 캐나다는 곧 정상궤도에 진입했으나 유독 멕시코만 주저 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수석은 1995년 멕시코판 IMF인 '페소화 위기'에서 '실패'의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으나, 경제위기 후 11년이 지난 지금도 멕시코 경제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간 청와대가 주장해 온 것처럼 FTA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멕시코의 양극화 현상은 1997년 IMF 사태를 맞은 우리나라보다는 덜 심각한 것이어야 맞다. 하지만 최근 쏟아지고 있는 멕시코 상황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수시로 말 바꾸는 정부, 언론 비난할 자격 있나?

이 수석은 "한미FTA를 계기로 NAFTA에 대한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면서 MBC <PD수첩>의 멕시코 관련 보도를 "편파보도"라고 못 박았다.

그는 "언론인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사회의 공기인 언론기관이라면 진실보도를 통해 시청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라며 "왜곡보도로 진실을 숨기고, 국민여론을 오도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냐"고 문제제기했다.

하지만 과연 누가 국민을 상대로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도 열지 않고, 또 협상 진행 과정에서 그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무조건 한미 FTA가 경제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우격다짐해 오지 않았나? 그러면서 한미 FTA를 비판하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자 멕시코의 선례를 평가하는 기조 등에서 오히려 슬글슬금 후퇴하는 모양새를 보여 온 당사자가 바로 정부 아닌가?

문제는 진실이다. 국민들은 애매모호함의 장막을 걷고서 한미 FTA의 내용과 파장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판단하기를 원한다. 그 진실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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