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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졌다 주검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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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졌다 주검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아시아 인권 투어] <9> 인권침해 당하는 인권운동가들

인권은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장돼야 하는 전 인류의 보편적 천부의 가치다.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이고 개인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 아무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발전한 국가에서도 개인의 인권은 정부 권력에 의해 손쉽게 침해되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에서 국가권력을 대상으로 인권의 보편성을 주창하고 일상화된 대규모 침해에 정면으로 저항하고 있는 인권운동가는 특별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권위주의 정권 시절 탄압받던 사람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던 민주·인권 운동가들이 있었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권은 그들의 노력에 기초하고 있다.

유엔에서도 이러한 인권운동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별히 1998년 '범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보호하기 위한 개인·단체·기관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선언문(인권운동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인권운동가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권위주의적 국가권력은 인권운동가들을 감시와 탄압의 집중 타겟으로 삼고 있다. 감옥에는 수많은 양심수가 넘쳐나고 매일같이 인권운동가의 죽음과 실종 사건이 터져 나온다.

인권운동가들이 실종되고 있다

아시아인권위원회(AHRC)는 2006년 제2회 아시아 인권옹호자상 수상자로 태국의 솜차이 변호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상을 받기 위해 나타난 것은 부인인 앙카나였다. 태국 남부 이슬람 지역의 경찰 고문 피해자들에 대한 변호를 맡고 있던 인권변호사 솜차이는 2003년 강제 실종된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제실종은 폭력을 저지른 뒤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저질러지는 가장 흔하면서도 잔인한 인권침해다. 부인인 앙카나는 온갖 모략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난한 노력 끝에 가해자인 경찰 중 일부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필리핀, 스리랑카, 중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가해사실조차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권운동가들이 실종되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중국의 민주화운동가 치즈융은 2005년 2월 15일 밤 11시경 행방불명돼 연락이 두절됐다. 이런 실종자들의 가족은 법에 호소하기도 어려워 진상을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보안법을 빌미로 한 탄압과 외부 교통권이 단절된 구금

자신의 정치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인권운동가들의 인권옹호 활동을 음해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 권력자들도 많다. 이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테러방지법, 비상사태 관련법, 그리고 안보조치와 관련된 정책이다. 오래지 않은 과거에 우리나라 역시 인권운동가들이나 정부비판자들에게 간첩 누명을 씌워 제거하거나 국가보안법의 애매한 법조문을 적용해 잡아들이는 일이 빈번했다.
▲ 파륜궁 수련생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에 맞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EPA

'반국가단체 소속', '과격한 야당지지자' 또는 '무장저항 세력과의 결탁' 등의 음모론으로 인권운동가들의 활동에 물타기를 하고 목을 옭죄는 일은 아시아 지역 곳곳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네팔에서 보고되고 있는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들은 네팔 당국이 이런 국내법을 이용해 어떻게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하는지, 그리고 사법부가 이런 문제 대처에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준다. 네팔 정부는 정치적, 시민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과 고문방지협약(CAT)을 비준했지만, 네팔 국내법에는 24시간 이상의 연금을 정당화하는 테러 및 분란 행위(단속 및 처벌)에 관한 법령과 다른 국내법들이 있어 '합법적으로' 외부와 연락이 단절되는 구금을 조장하고 있다. 고문은 변호인이나 가족, 인척 또는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접촉이 차단된 사람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외부교통권이 박탈된 구금은 그 자체만으로 고문에 해당된다.

중국의 경우, 파룬궁(法輪功) 수련생들에 대한 인권탄압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파룬궁 수련생은 물론 이들에 대한 인권탄압에 반대하는 사람들마저도 배후에 정치적 라이벌을 숨겨둔 음모적 집단으로 몰아가서 불법적으로 구금하고 있으며 이들이 어디에 잡혀 있는지 가족들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다고 한다.

2006년 2월 이후 중국에서 단식투쟁 중이던 인권운동가들의 체포 및 실종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는데 이들 중 소재가 파악되거나 외부와 연락이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다. 행방이 묘연하거나 가택 연금돼 있거나 어딘가에 체포되어 갔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만이 있을 뿐이어서 이들이 체포 과정이나 구금상태에서 자신이 당하는 인권침해와 부당하고 불법적인 처우를 호소할 통로는 없는 실정이다.

폭력에 노출되고 살해되는 인권운동가들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 인권운동가들은 사라지고 감금될 뿐 아니라 공공연히 구타를 당하거나 살해되기도 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적어도 8명의 인권운동가들이 정치적인 무장범죄단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권문제에 관한 어떤 비판도 반대 세력의 술수로 받아들이며 인권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왔고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살해협박이 계속되고 있다.

2006년 3월에는 필리핀에서 인권운동가 크리산토 테어도로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총격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러나 필리핀 경찰당국과 정부는 이같은 인권운동가나 정치적 활동가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004년 인권변호사 무니르가 암스테르담행 비행기 안에서 독살됐다. 경찰은 비행기 조종사를 체포하고 2명의 승무원을 용의선상에 올리기는 했지만 정부기관이 얽혀 있다는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으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건은 미결상태로 남아 있다.

수 천 년간 이어진 카스트 제도로 차별이 만연하고 인종적, 종교적 소수자들이 차별받고 있는 인도에서도 법이 무색하다. 인도 서뱅골주에서 기근과 불가촉천민(인도의 최하층 신분. 제5계급. Dalit) 관련 활동을 하던 인권운동가 고판 샤르마는 '분쟁을 일으킨다'고 시비를 거는 지역 행정관에 의해 구타 당한 후 불법적으로 구금됐으나 경찰은 사건 접수조차 거부했다.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옹호활동을 보호하라
▲ 지난 5월 4일 정부가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권침해가 자행됐다. ⓒ평택범대위

경제적,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도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믿음으로 활동을 펼치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의 반대편에 서게 된다. 그것은 그 권력이 휘두를 수 있는 폭력의 위협 앞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월 9일 새벽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던 45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또다시 연행됐다. 3월 15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연행된 박래군에게는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사전 신고가 없는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였으나 당사자들은 이는 대법원 판례로도 증명된 '긴급집회'에 해당하며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한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 항의하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은 일반 국민에 비해 사소한 행정위반에도 구금돼 조사를 받거나 많은 벌금을 내게 되는 등 활동 자체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 방해죄, 국가보안법 위반 등 국가의 권위와 질서에 도전한다고 여겨지는 법 위반을 빌미로 인권옹호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권활동단체와 국제인권단체들은 평택 사태의 인권 침해적 요소에 대해서 항의하고 알리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이들의 석방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인권옹호활동을 위한 권리의 보호'가 곧 인권을 지키는 일임을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인권옹호 활동에 국제적인 관심과 연대를

인권옹호활동의 권리가 국내법상으로 침해된다면 국제사회의 개입 역시 필요하다. 유엔은 인권운동가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누가 옳고 그른가, 누구를 지지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국 그 활동가가 지지하려고 하는 권리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보고 '인권운동가 선언문'을 위반한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국제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필리핀의 계속된 인권운동가 살해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아시아의 인권단체들은 필리핀의 인권운동가 보호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30여 개 국의 사람들이 이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점점 확대돼 가고 있다. 국가가 인권운동가를 지켜주기는커녕 탄압을 일삼는다면 이렇듯 국경을 초월한 국제적인 관심과 압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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