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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이후 더 고통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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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이후 더 고통받는 사람들

[아시아 인권 투어] <7> 인간이 만든 또다른 재앙

인도양의 쓰나미가 2004년 12월 26일 아침 남아시아를 할퀴고 지나간 지 어느덧 일 년 반이 지났다. 가공할 피해를 당한 인도·인도네시아·스리랑카·태국·몰디브 지역의 재난이 복구되기도 전에 다시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에선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고 필리핀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했다.

쓰나미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의 아시아 지역에서만 자연재해로 인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파괴된 삶의 터전에서 고통에 시달리며 가족을 잃은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보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복구 과정에서조차 차별과 폭력을 당하며 소외되고 있다.

쓰나미와 같은 천재지변은 그저 불가항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자연과의 소통의 역사'라고 할 만큼 자연과의 관계는 인간의 삶 자체다. 그래서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인권의 문제이며 동시에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삶의 조건을 보장 받는 것도 인권의 문제다. 2005년 1월 국제사회는 일본에서 열린 '유엔재난방지 국제회의'에서 천재지변에 대한 예방과 대응에 일차적인 책임은 각국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처우에 있어서 인권적 접근과 그 기준을 확고히 했다.

쓰나미 그 이후…지금 그들은 어떻게 되었나?
▲ 2004년 12월 찾아온 쓰나미로 인해 황폐화된 스리랑카 서부의 한 마을 모라투와의 모습. 기본 골격 외의 모든 것이 날아간 집의 형체에서 당시 쓰나미의 충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EPA

유엔 집계에 의하면 쓰나미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은 총 23만 명에 달한다. 또 2백만 명의 실향민이 발생했고 43만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5000마일의 해안선과 2000마일의 도로가 유실됐으며 10만이 넘는 선박이 파괴됐다. 전무후무한 지진해일피해에 전 세계는 경악했고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나 기업 등 모든 사람들이 남아시아의 지진해일 피해자를 돕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 결과 1360억 달러라는 돈이 재난구호 기금으로 모였다.

1년이 지난 2006년 1월까지 현지에 보내진 기금은 75% 수준이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나름대로 국제사회에서는 역사에 남을 거대한 규모의 구호사업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그렇게도 보이기도 한다. 수마가 할퀴고 간 뒤에도 전염병이 2차 피해로 등장하지도 않았고 식량들은 전달됐으며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수만 명이 직장을 다시 얻었다.

그런데 아직 생존자의 80%가 온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기준미달의 임시주거지에서 살고 있다. 세계적인 구호기구 '옥스팜'의 보고에 따르면 가장 피해가 컸던 인도네시아 북부의 아체 지역에서는 집을 잃은 50만 명 중 20만 명이 아직도 친지 집에 거주하고 7만 명 정도가 바라크(임시로 지은 허술한 집)에 임시거주하고 있다. 또 6만7000명은 텐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안정된 거주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깨끗한 식수조차 조달되지 않아 이로 인한 위생과 보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더욱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돈벌이를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으며 해일 당시 입었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마련한 기금과 전문 구호 인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비참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크게는 피해국 정부의 잘못된 구호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피해국 정부가 자국민을 조기경보 시스템이나 평소의 재난대책계획 등을 마련해 자연재해로부터 최대한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기는 커녕 그토록 절박한 순간에도 부패하고 권위적으로 정권의 이익만을 좇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정부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에서조차 피해자의 인권과 필요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원조하겠다는데 이마저 거부하는 '이상한' 정권
▲ 일부 아시아국가들은 쓰나미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를 거부하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사진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 도착한 국제사회의 원조 식량을 정리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 EPA

자연재해를 입은 사람들은 자국 정부 혹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해당 정부가 구호를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 요청해 피해자들에게 원조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 국제적 인권 기준이다.

그런데 쓰나미 이후 버마정부는 오히려 희생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를 거부했다. 태국정부는 삶의 터전을 잃고 버마로부터 이주해온 수 천 명에 이르는 이주자들을 방치하고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6000만 달러의 원조 기금을 들여 아체의 희생자들을 위해 3만5000채의 집을 짓겠다는 유엔난민위원회의 계획을 거부하고 구호인력에게 아체를 떠나라고 강요했다.

이들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국제법상의 의무를 공공연히 외면하면서까지 원조를 거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동안 자행해 온 거대한 조직적 인권침해 상황을 외부에 감추고 동시에 원조를 빌미로 취해질 수 있는 외부의 정치적 개입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원조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실 이들 정부에게 자연재해는 성가신 반정부 세력이나 복잡한 이주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국 수 많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권위적 정권을 강화·유지하기에 급급한 것이다.

자연재해도 서러운데 피해정부에 의한 원조 차별까지…

국제인권 기준은 종족분쟁이나 내전과 같은 이유로 이미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던 지역에서 일어난 자연재해 희생자에 대해서 다른 지역의 희생자들과 차별적으로 원조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같은 자연재해로도 보다 심각한 피해가 나타나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에는 우선 제공돼야 할 구호의 손길이 제 때 닿지 않는 차별이 정권에 의해 인위적으로 자행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하층민 달릿계층이 살고 있는 지역의 경우 실제로 그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보다 복구 작업이 늦게 시작됐다. 이는 인도사회의 묵은 신분차별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스리랑카의 경우도 정부와 오랫동안 분쟁을 벌어온 동부의 무슬림지역과 남부의 타밀지역에 대한 구호작업이 차별적으로 진행됐다.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은 오랜 분쟁지역으로 원조분배 차별이 예상돼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했던 지역이다. 초기에는 군대가 국제구호단체의 접근을 불허해 신속한 구호 활동에 지장을 입었고 구호물자 분배 작업을 군대가 담당하면서 분리주의자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희생자들은 구호물자를 제공받지 못하는 차별이 발생했다.

이러한 차별 정책으로 인해 구호활동이 너무 늦거나 불충분하게 진행돼 결국 살릴수 있었던 수많은 생명들이 방치됐으며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조차도 아직까지 임시거주지에서 생존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 자연재해 그 자체도 서러운데 때로 소외된 지역에 대한 피해국 정부의 의도적 차별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진은 구호물자를 얻으려고 서로 손내밀고 있는 인도 사람들. ⓒ EPA

임시캠프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도 심각

피해를 입은 지역이 복구될 때까지 자연재해의 희생자들이 임시 캠프나 피난처에 수용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피해자 자신들의 의지에 반하거나 다른 선택권을 제공함이 없이 강제로 이뤄졌을 때는 이동권에 대한 침해로 인권적 기준을 훼손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구호물품조차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현실 속에서 이같은 이동권의 자유는 너무나 쉽게 무시되고 있다. 특히 분쟁지역의 피해자들은 군대에 의해 불법적 감시를 받아야 했다.

쓰나미와 같은 천재지변의 경우 군대의 도움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피난처가 지속적으로 군대에 의해 통제될 경우 캠프 자체가 군대의 포로 수용소와 같은 형태로 전략할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구호에 있어서 인권적 기준은 임시거주지는 반드시 민간에 의해 관리·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임시 캠프에 수용된 쓰나미 고아들이 군인으로 동원되거나 인신매매나 장기적출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 또한 여성의 경우에는 군인들의 성폭력에 아주 쉽게 노출되는 위험도 안고 있다. 무력 분쟁을 겪고 있는 아체에서는 이같은 위험성이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더 이상 '사람이 만든 재앙, 부패와 관료주의'에 의한 희생자는 없어야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 과정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관료주의와 만연한 부패다. 이 문제는 재건복구사업에도 어김없이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부패는 유럽의 개발원조단체들이 지원을 기피할 정도로 심각하다. 2005년 가을 스리랑카의 한 감사원 직원은 인터뷰를 통해 "스리랑카에 쏟아졌던 엄청난 구호기금의 3분의 2가 도착한 직후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이 사실이 스리랑카 의회에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실태조사단조차 꾸리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05년 상반기까지 어디에서도 도로나, 교량, 항구가 재건되고 있는 곳이 없었다"고 '아체와 니아스 지역의 복구와 재건단(BRR)' 대표는 탄식했다. 이후 2005년 하반기에 약간 속도가 붙기는 했지만 12만채의 집을 짓기 위한 토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그리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제기구의 소통문제로 효율이 떨어졌으며 원자재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도 비쌌다. 이밖에도 운송수단 등 여러 운영문제가 모든 절차를 '거북이 걸음'으로 만들고 있었다. 인도의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의 한 피해자는 정부가 수백만구호기금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잘못된 실태조사 결과로 한국 돈 46원에 해당하는 2루피를 보상받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금세기들어 가장 불안정한 환태평양 지진대는 화산과 더불어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잦은 지진과 화산폭발, 산사태로 아시아 지역은 매해 수 차례씩 생명과 가족, 삶의 터전을 잃고 울부짖는 사람들의 참상을 목도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는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 많은 재앙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재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하여서는 안된다.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국제적 차원, 지역적, 일국적 차원에서 경주돼야 할 때다. 그리고 재앙을 당한 사람들이 "사람이 만드는 재앙"에 희생되지 않도록 국제적 인권기준을 준수하며 구호와 재건사업이 이뤄지는지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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