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최근 일각에서 개혁 피로증이라는 말이 있는데 변화 없는 사회는 침체되고 낙오된다"며 "변화는 개혁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며 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부 정책 방향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부동산ㆍ교육개혁 정책 흔드는 것 가장 위험"
특히 노 대통령은 "부동산과 교육개혁과 관련해 교조적 논리로 정부 정책을 흔드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신임의장이 취임 후 "지표경제는 잘 나가는데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귀를 열고 마음의 문을 열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히는 등 여당의 정부 부동산 정책 등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진정한 개혁은 자기 혁신으로부터 시작된다"며 "공무원이 저항 있는 정책에 대해 설득하면서 정부가 먼저 혁신하고 열린 자세로 과거의 불신을 제거하면 저항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소비자가 지배하는 정치와 소비자가 지배하는 시장을 만드는 게 개혁의 진정한 방향"이라며 "소비자 주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언론의 공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공직자가 자신의 시선을 우리 아이,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맞춰갈 때 진정한 개혁이 이뤄진다"며 "공직자들이 이런 풍토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과 못내는 고위공무원, 가차 없이 평가 받을 것"
한편 노 대통령은 오는 7월 시행되는 고위공무원단 제도와 관련해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정착을 위해 조직 이기주의에 빠지지 말고 책임 있게 일해 달라"며 "공직사회의 계급주의 문화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공무원 조직의 활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고위공무원단 제도 시행의 의미에 대해 "부처 간 교류를 활성화 하고 공무원도 평가에 의해 도태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면서 "공무원 조직이 동종교배 인사를 극복하지 않으면 침체되고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경쟁'의 중요성과 관련해 "공직사회도 민간영역과 경쟁해야 하고 성과를 내지 않으면 민영화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성과를 내지 않는 고위 공무원들은 가차 없이 평가 받을 것이며 중앙인사위원회에서 특별히 그 역할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영화'와 관련된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정태호 대변인은 "경쟁력 없는 기관을 민영화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민영화 요구를 끊임없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공직사회가 민간보다 더 경쟁력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간 노 대통령은 민영화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정책방송(KTV), 적극 지원하라"
노 대통령은 또 이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으로부터 한국정책방송(KTV) 혁신안 및 공직자 참여 활성화 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고 "국정홍보처와 기획예산처는 KTV 활동을 적극 지원하라"고 요청했다.
기존 언론에 맞선 '관영 대안언론'으로 <국정브리핑>, <청와대브리핑>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이 마찬가지 관점에서 KTV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정부 보조금을 소개한 프로그램 등을 언급하며 "KTV를 보면 '정책을 알면 돈이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며 △시청자 수준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 △공무원들이 정부 정책을 공유할 수 있는 공직자 프로그램 △정책 이슈 별로 해당수요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또 "마케팅 없는 기업은 망하는 것처럼 정부도 정책 홍보를 통해 정책 추진력을 높여가야 한다"며 "장관들도 KTV를 통한 정책 홍보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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