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루퍼트 웨인라이트
출연 톰 웰링, 매기 그레이스, 셀마 블레어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00분 | 2005년
상영관 용산랜드시네마 미국 B급 호러의 대가급으로 불리며 웨스 크레이븐과 함께 현대 공포영화 역사의 산증인쯤으로 불리는 존 카펜터 감독의 작품은 늘 양가적(兩價的)이다.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그리는 그의 대다수의 작품들은 언뜻 매우 진보적으로 보이다가도 때론 정반대로 외부세계, 곧 타 종교와 타 인종, 타 민족을 이적시하는 반동적인 태도를 지닌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정치적으로 모호하기가 일쑤다. 존 카펜터의 영화는 결국 보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달려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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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그 The fog ⓒ프레시안무비 |
자신의 1980년도 작품을 리메이크하되 이번엔 메가폰을 잡는 대신 프로듀서를 맡은 <더 포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북부 캘리포니아 한 작은 해변마을에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그 설정 모태가 심상치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마을에 엄청난 안개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연달아 살해당한다는 이야기인데 주인공들이 그 살해동기를 추적해보니 200년 전, 자신의 선조들이 저지른 악행이 원인이었다는 이야기다. 자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선조가 저지른 악행이란, 당시 중국인 노동자들이 퍼뜨린 (혹은 퍼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나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군의 사람들을 물 속에 수장시킨 사건을 말한다. 「중국인들=나병환자들=외부 이민족」이 주인공들 선조가 저지른 잘못을 응징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영화는 복수를 하는 원혼들에 정당성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200년 전의 문제를 가지고 현재 아무 잘못도 없는 「주인공들=미국인들」만 억울하게 불행한 일을 겪는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입장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 지점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영화가 무책임하고 현실도피적으로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현실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것을 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현재 미국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 해답을 기대한다는 건 그래서, 어불성설의 얘기일 뿐이다. 다만 존 카펜터와 그의 대리인인 루퍼트 웨인라이트 감독이 '이딴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미국인들의 결여된 현실인식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역설한다는 점에서만이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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