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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우리 개 이야기 All about my d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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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우리 개 이야기 All about my dogs

감독 이누도 잇신, 사토 신스케, 네즈 데츠히사 외 출연 나카무라 시도, 미야자키 아오이, 이토 미사키, 코니시 마나미 수입 (주)영화랑 | 등급 전체 관람가 | 시간 94분 2005년 | 상영관 씨네코아, 메가박스 우연한 사고로 헤어진 남자 야마다(나카무라 시도우)를 찾아 전국을 헤맨 포치는 그가 지냈을 만한 병원에 정착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수년간 그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포치는 택시에서 내리는 야마다의 환영을 보게 되고 그걸 끝으로 이 세상을 하직한다. 여느 멜로 드라마, 그것도 최루성이 강한 초절정 신파형 멜로드라마의 얘기를 그대로 빼닮은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사람 얘기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터에서 우정을 나눴던 개와 사람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어떤 멜로영화보다도 더 가슴아프고, 더 감동적인 작품이다. 남녀 사이의 숱한 멜로 드라마는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잊혀지는 것이 대다수다. 대체로 다들 실제 현실보다는, 저렇게 아름다운 일이 벌어졌으면 하는 식의 판타지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이야기보다 개와 사람간의 이야기가 더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더 진실되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를, 혹은 여자는 남자를 종종 거짓으로 대하지만 개는 사람을 그렇게 대하는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개 이야기 All about my dogs ⓒ프레시안무비
<우리 개 이야기>는 야마다와 포치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한편에서는 마리모란 이름의 개와 여주인공 미카(미야자키 아오이)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그밖에 여러 에피소드를 얹혀 놓는 식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포치와 마리모의 얘기를 포함해서 에피소드는 모두 11개다. 각 에피소드들의 이야기 형식도 다양하게 변주시켜 놓았다. 뮤지컬도 있고 애니메이션도 있으며 뮤직비디오처럼 만든 구절도 있다. 언뜻 보면 전체적으로는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듯한 인상이 짙지만 잘 들여다 보면 그 모든 이야기가 야마다를 찾아가는 포치의 여정과, 어렸을 때부터 미카와 살다가 먼저 세상을 뜨게 되는 마리모의 삶과 교묘하게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병원 문 앞에서 오매불망 야마다만을 기다리는 포치를 그곳 간호원 중의 한명은 차가운 시선으로 대한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 법한 이 간호원은 바로 미카였음을 알게 된다. 미카는 갓 태어난 새끼 때부터 키워 온 마리모가 나이를 먹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다른 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조차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게 돼버렸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먼저 잃는다는 슬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아예 사랑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분절돼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연결돼 있고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붙어 있는 듯한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실제 삶의 모습과 빼닮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 모두는 별개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상 세상사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비록 얇은 끈이라 할지언정, 하나같이 다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개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로 만든다는 것, 개와 관련된 에피소드 가운데 감동과 눈물의 이야기가 많이 섞여 있다는 건, 한편으로 보면 사람들이 모두들 그만큼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파편화되고 해체화된 사회에서 모두들 홀로 살아가는 데 힘겨워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보다는 개가 더 친한 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단순한 개 이야기가 아니다. 개들처럼 남을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는, 무엇보다 끝까지 사랑할 줄 아는 순수함을 잃지 말라는, 인류와 문명에 대한 작은 경고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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