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수용할 경우,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구하고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정대로라면 이들은 7월 11일 정식 임명된다.
'국민 검사' 안대희, '2호 여성대법관' 전수안 주목
눈에 띄는 인물로는 단연 안대희(사시 17회) 서울고검장을 들 수 있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각종 비리 사건 수사를 맡아 왔고,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에는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해 일약 '국민 검사'로 떠올랐다. 그 뒤 부산고검장을 거쳐 서울고검장까지 지냈으며, 항상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었다.
하지만 김종빈 전 총장의 사퇴 파문 당시 동기인 정상명 총장에게 밀려나자 주위에서는 "총장 자리는 영영 물 건너간 것"이라고 애석해 했었다. 하지만 안 고검장은 대법관 후보가 됐다. 당초 수사 전문가로 대법관에는 적합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당하기도 했던 '대법관' 안대희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심거리가 됐다.
전수안 광주지법원장(18회)의 제청으로 '제2호 여성대법관'이 탄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게 됐다.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고 남성 일색의 사법부에 2002년 전효숙 판사가 헌법재판관이 된 이후, 2004년에는 김영란 대법관이 '제1호 여성대법관'이 됐다.
하지만 '더 많은 여성 대법관'의 필요성이 강조됐고, 결국 전 지법원장이 '제2호'가 됐다. 전 지법원장은 '여성'이라는 것 외에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중한 양형으로도 유명해 최근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전 지법원장은 보통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드는 관행과는 달리, 횡령·배임·사기 등의 화이트칼라 기업 범죄인에 대해서는 1심의 집행유예를 깨고 실형을 선고하는 등 매우 엄격한 양형을 선고했었다.
이홍훈 지법원장, 시민사회단체 추천 단골 엘리트 법관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14회)도 '진보와 보수'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법원장은 '기본권 보호'에 개혁적 판결을 내려 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주목 받아 왔다. 이로 인해 그는 법원 내 주류 엘리트 판사이면서도 진보 진영이 추천하는 대법관 후보에 단골 손님이었다.
이 지법원장은 지난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수험생 정보자료 CD 배포 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신청인들의 인격권 및 사생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고 가처분을 받아들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고, 일조권, 산업재해보상 소송 사건 등에서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기본권 보호를 우선한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다.
이 지법원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사건에 대해 "국보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법 적용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고, 민주노총이 내건 '국보법 철폐' 현수막을 춘천시청이 불허한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박일환·김능환 지법원장, '정통법관'
이름(나이) | 본적 | 학력 | 사시횟수 | 현직 |
김능환(55) | 충북 진천 | 경기고-서울대 법대 | 17 | 울산지법워장 |
박일환(55) | 대구 | 경북고-서울대 법대 | 15 | 서울서부지법원장 |
안대희(51) | 경남 함안 | 경기고-서울대 법대 | 17 | 서울 고검장 |
이홍훈(60) | 전북 고창 | 경기고-서울대 법대 | 14 | 서울중앙지검장 |
전수안(54) | 서울 | 경기여고-서울대 법대 | 18 | 광주지법원장 |
이밖에 김능환 울산지법원장(17회)은 법원 내 '실력파'로 통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로, 노 대통령이 "가장 우수한 법관"이라고 칭찬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김 지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새만금 항소심을 맡고 있다가 지난해 10월 울산지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김 판사는 서울고법 부장 시절 김민수 서울대 미대 조교수의 재임용 거부 취소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으며, 이중국적자가 만 18세 이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15회)은 법원내 주요 요직을 거쳐 온 정통법관으로 실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경북고-서울대를 나온 TK출신으로 '지역 안배' 몫으로 자주 거론됐었다.
대법원 주변에서는 지난해 대법관 임명시 박일환, 김지형 대법관(사시 21회)이 대법관에 임명되며 '기수와 서열의 파괴'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두며 박 지법원장이 적임자였다는 평가다.
재야·학계 인사, 또 '다음 기회에'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학계'와 '재야' 출신 대법관은 제청되지 못 했다. 당초 학계에서는 양창수 서울대 교수와 채이식 고려대 법대 교수 등이 15명의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모두 이번 제청에서 제외됐다.
재야에서는 한상호 변호사가 15명의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한 변호사는 법원에서 부장판사까지 지낸 엘리트 법관임을 감안할 때 '정통 재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번 대법관 인선에서는 '재야 변호사'는 한 명도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 셈이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야 인사의 경우 대부분 자문위원회 단계에서 전체 동의를 얻지 못해 후보군에서 탈락했다"며 "그러나 이번에 제청된 5명의 인사들 모두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적 법률지식, 합리적 판단력, 인품 등 대법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자질에다 국민을 위한 봉사 자세 등을 평가해 선정됐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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