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는 5일 대법관 후보 15명을 선정해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이 중 5명이 오는 7월 대법관에 임명된다.
이날 추천된 인사들을 살펴보면 법원 내부 인사로는 김종대 창원지법원장,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 민형기 인천지법원장,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 신영철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우근 서울행정법원장,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차한성 청주지법원장(가나다 순) 등 10명이며 검찰에서는 김희옥 법무부 차관과 안대희 서울고검장이 추천됐다.
재야인사로는 한상호 변호사가 추천됐고, 학계에서는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와 채이식 고려대 법대 학장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다.
이들 가운데 법원 내부 인사로는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사시 14회)과 전수안 광주지법원장(사시 18회)이 대법관 자리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이홍훈, 전수안 지법원장 '개혁적' 성향 대법관 후보 1순위
이홍훈 지법원장은 법원 내부의 주류 엘리트 법관으로 평가받으면서도 개혁적 성향으로 참여연대와 법원 공무원 노조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는 등 보수층와 진보층에서 두루 신망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지법원장은 환경권 분야에서 일조권을 인정한 판결, 표현의 자유 분야에서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현수막의 철거에 대해 부당하다고 결정한 판결, 기타 철도청의 내부고발자를 보호한 판결, NEIS가 개인정보보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본 판결 등으로 유명하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 및 사회적 약자 보호에 관심이 깊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수안 지법원장도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대법관에 제청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 후배인 김영란 대법관(20회)이 이미 대법관이 됐지만, 13명의 대법관 중에서 여성 대법관이 한 명에 그치고 있어 여성 대법관이 확충돼야 한다는 의견이 법원 안팎에 높다.
전 지법원장은 보통 항소심에서 형량을 줄이는 관례에 얽매이지 않았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깨고 법정구속하거나 원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엄격한 법적용을 해온 판사로 유명하다. 그는 특히 최근 강조되고 있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엄격하고 성폭력 범죄 등 '인권유린' 범죄에 대해서도 무거운 형량을 선고해왔다.
이밖에 김민수 교수에 대한 서울대의 재임용 거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던 김능환 울산지법원장(17회)은 실력파 법관으로 법원 내부의 신망이 두텁고,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19회)은 배심제 도입 등 사법개혁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했으며, 하급심 재직 시 내린 판결 대부분이 대법원 판례로 굳어질 정도로 법리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대희 고검장, 대법관 되나
오는 7월 퇴임하는 검찰 출신의 강신욱 대법관의 후임자가 검찰에서 임명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검찰 인사로는 안대희 서울고검장(17회)과 김희옥 법무부 차관(18회)이 추천됐다.
우선 안대희 고검장은 대법관으로 제청될 가능성이 높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고, 이후 서울고검장 자리에 올랐으며, "검찰총장 1순위"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검찰총장 자리는 동기인 정상명 총장에게 내줬으며, 정 총장 취임 후에도 '동기나 후배가 취임하면 물러난다'는 관행을 깨고 검찰을 지키고 있다.
다만 안 고검장이 초임 검사 시절부터 특수수사를 통해 다져진 '특수통' 수사 전문가임을 감안할 때 판결을 내리는 대법관으로는 성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른 한편 안 고검장은 부산고검장 시절 <조세형사법>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고, 그의 '풍부한 현장경험'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김희옥 차관은 검찰 내에서 유명한 '학구파'다. 그는 <형사소송법연구>,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 <즉결심판제도 연구>, <최신형사판례해설> 등 여러 권의 책을 냈고, 법 이론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몫' 돌아갈 지도 주목
재야인사로는 한상호 변호사(23회)가 추천됐다. 양창수(16회) 채이식(11회) 교수의 대법원 입성도 관심사 중에 하나다. 양 교수는 법관 경력은 많지 않으나 학계로 자리를 옮긴 뒤 민법 분야의 전문가로 판례 연구를 적극적으로 해온 편이어서 실무 판결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채 교수는 국내에는 드문 '해상법'의 전문가이고 기업 관련 상법에도 정통해 국제화되고 있는 법률분쟁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유일하게 재야인사로 추천된 한상호 변호사는 1998년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고 김&장 법률사무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정통 재야인사'에서는 다소 빗겨나가 있는 인물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각 후보에 대한 심의 내용 등을 참고해 5명의 대상자를 최종 선정한 뒤 7~9일 사이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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