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이틀째를 맞은 28일,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족자카르타 도시 곳곳에는 "도와주세요"라는 성금 모금함을 들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창 건기인 인도네시아에는 28일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다. 현지인들은 이곳에 비가 내리기는 수 십 년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7일 새벽 족자카르타를 강타한 리히터 6.2의 지진으로 2911m 높이의 메라피 화산의 활동이 촉진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화산이 뿜어내는 증기가 족자카르타에 때아닌 비를 내리고 있는 것.
지진 발생 이틀이 지났지만 모두가 잠든 새벽 찾아온 지진의 충격은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끝없이 발견되는 시신과 살아 있는 자들의 힘겨운 생활 속에서 아직 채 가시지 못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더욱이 집을 잃은 20만 이재민들은 플라스틱과 천막, 판지 등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건기에 찾아온 때 아닌 비를 피하며 또 하루를 살고 있다. 더욱이 지진으로 끊긴 전력이 이틀이 지나도록 복구되지 않아 해가 지면 도시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 잠기고 만다.
사망자 4600명 이상…부상자는 2만 명
사망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4600명을 넘어섰으며 부상자도 2만 명에 달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집계로는 2000명 수준이나 유엔아동기금(UNICEF) 대변인 존 버드는 부상자가 2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상자들은 구급차가 부족해 화물차나 버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스스로 걸어서 병원으로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눈에 띄고 있다.
더욱이 병원도 이번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곳이 많아 길 바닥에 침상을 가져다 놓고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의료진과 의료 물자 역시 밀려드는 부상자들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국가비상사태 선포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4년 쓰나미를 떠올리게 하는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8일 밤 내각회의를 마치고 "(지진 피해 주민들에게) 음식과 의료 서비스, 피난처를 제공할 목적"으로 "비상사태가 오는 8월까지 3개월 간 지속될 것"이라며 비상사태 선포의 배경을 밝혔다.
칼라 부통령은 "이번 지진으로 가옥 및 건물 3만500채와 2000억 루피아 상당의 전력 시설이 파괴됐으며 5만 명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가옥을 복구하고 생필품 등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약 1조 루피아(약 1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각료들과 함께 28일 피해지역을 찾아 구조활동을 지켜봤으며 생존자들과 함께 텐트에서 밤을 보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단 500억 루피아(550만 달러)를 긴급 구호금으로 배정했다.
지원금 및 구호물자 잇따라…한국 정부도 긴급구호팀 파견
국제사회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앞다퉈 의료팀과 구호 물자, 그리고 지원금을 보내고 있다.
유엔은 의약품과 텐트 등 구호물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세계 각국은 속속 긴급 지원금을 보내 이재민들의 생활과 피해 복구를 돕기로 했다.
영국은 550만 달러를 피해 복구를 위해 지원하기로 했으며 유럽연합이 380만 달러, 미국이 250만 달러, 호주가 230만 달러를 보태기로 했다. 중국도 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며 캐나다도 180만 달러를 보내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28일 19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을 긴급 파견했으며 10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이날 항공편으로 지진 발생 현지로 보냈다. 정부는 피해 규모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현금은 물론 담요나 식량 등의 구호물자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산하 인도지원 관련기구 대표들은 29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회의를 갖고 인도네시아의 지진 피해 복구 활동을 돕기 위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도요노 대통령, 남북한 동시방문 연기
한편 당초 다음달 5~9일 남북한을 방문해 양국의 최고지도자를 만날 계획이던 유도요노 대통령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지역 구호활동을 돕기 위해 방문계획을 연기한다고 28일 밝혔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구호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돕고 싶다"며 남북한 방문 연기 계획을 밝혔으며 구체적인 새 방문 일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대통령 대변인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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