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구성 다양성은 출신 직역이 아니라 성향의 균형"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의 주최로 29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대)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판사, 학계, 검사 등 출신 직역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적으로 중요한 기준은 '출신 직역'이 아니라 '성향'"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재작년 김영란 대법관이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됐고, 작년에는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임명된 것은 대법원이 보수적 색채 일변도의 인사에서 벗어난 긍정적 변화로 평가된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시민사회는 목 마르다. 현재 우리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수준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다양성 수준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특히 "최근 새만금 사건 판결을 보면 겨우 2명의 대법관(김영란, 박시환)만이 '국민의 환경권'이라는 기본권의 중요성에 기반해 공사 중지의 소수의견을 냈을 뿐 나머지 11명의 대법관들은 환경 파괴의 현실을 외면한 채 행정부의 의사에 동조해주는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다수 의견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즉 2~3명의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으로는 '다수결'에 의해 중요 판례가 만들어지는 대법원에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진보적 인사가 대법관으로 충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아울러 '균형'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진보와 보수는 그 뜻을 정하기 불확정적인 개념이고, '진보가 낫다. 보수가 낫다'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개념"이라며 "다만 '기존의 체제나 법질서의 유지 및 변화에 대한 선호 여부'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기수와 서열'을 중시한 엘리트 법관 위주로 대법관을 선발해 왔기 때문에 자연히 대법관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인사가 태반이었는데,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춰 기존의 질서와 법체제에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대법관이 충원돼 수적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앞으로 고등법원 상고부가 설치돼 일반 사건 대부분을 고법 상고부에서 처리하게 되면 대법원의 정책적 기능의 위상과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기 때문에 편파적이지 않고 합리적 정책적 판단을 위해서라도 대법관 성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이밖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장주영 변호사는 "과거에는 주요 사회적 논란 사안에 대해 시위나 정치적 방법으로 풀려는 시도가 강했으나 상대적으로 최근에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법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 대법관에 대해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홍훈 서울지법원장 등 20명 대법관 후보 물망
한편 대법관 후보로 20여 명이 추천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조용환 변호사 등 7명을 추천했고, 법원노조 등으로 구성된 '대법관후보자 범국민추천위원회'는 이홍훈, 전수안 지법원장을 비롯해 송두환 변호사,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 등 12명을 추천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보수적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도 대법관 후보를 각각 15명과 6명씩 추천했으나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장 산하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는 다음달 5일경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심의내용을 바탕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은 다음달 중순께 대통령에게 후보자 5명을 임명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관의 자격은 법조경력 15년 이상으로 40세 이상이어야 한다. 심사대상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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