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7일 리비아를 방문해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을 만났다.
미국에 의해 '반테러 활동 비협조국가'로 낙인찍혀 무기금수조치를 당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 27년 만에 미국과 관계정상화에 성공한 리비아의 국가원수를 만난 것은 그 만남 자체로도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유럽과 북아프리카 순방길의 마지막으로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를 방문해 석유와 미국과의 관계 등에 대해 카다피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고 <BBC>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양국의 관계를 강화시키기 위해 리비아를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현재의 석유 가격은 적정하다"고 강조했다. 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모두 산유국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세계는 미국의 헤게모니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5일 미 국무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기 및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무기를 스스로 생산하기도 하며 유럽이나 아시아, 러시아 등에서 들여오기도 한다"며 별 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차베스는 또한 미국의 무기금수조치에 맞서 자국 석유의 미국수출금지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맥시코에 이어 3번째 큰 대미 석유수출국이다. 반면 베네수엘라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군수품은 34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미국의 무기금수에 베네수엘라가 석유금수로 맞대응 할 경우 피해는 미국 쪽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차베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카다피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美 "카다피가 차베스에게 대테러활동 협조하라고 얘기했을 것"
양국은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차베스 대통령의 리비아 방문도 이번이 네 번째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양국 모두에게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무기금수조치에 "이란에게 F-16 전투기 팔겠다"며 강력하게 맞대응하고 있는 반면 리비아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핵개발 포기를 선언한 이후 최근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겠다'며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이번 회동에 가장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울 곳은 미국이지만 미국은 겉으로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마 카다피 대통령과 리비아 정부가 차베스 대통령에게 테러협조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빈정거렸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정말 카다피가 그렇게 했을 것으로 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지 제안으로서…"라고 대답했다.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를 자진해서 폐기하는 등 미국에 협조적이라는 것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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