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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길로 내닫는 아시아…아직은 요원한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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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길로 내닫는 아시아…아직은 요원한 '인권'

[아시아 인권 투어] <1> 한국인권재단 공동기획을 시작하며

가깝고도 먼 땅 아시아. 전에 없는 '아시아 열풍'이 한국에 불고 있다. 아시아의 각국이 우리나라 신혼 부부들의 단골 여행 코스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얘기일 뿐 아니라 아시아에 대한 경제 투자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 아시아 곳곳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인해 우리는 각국에 진출한 연예인들을 통해 아시아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류 스타'들을 통해 접하는 아시아의 피상적인 모습과 간혹 들려오는 대규모 시위와 폭동 소식들을 넘어서서 아시아의 진짜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경제·문화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그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더욱이 과거 군사독재시기 우리의 민주화운동이 이웃 국가들의 많은 도움과 관심을 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아시아의 현실과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따뜻한 마음의 표현'을 넘어 '의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프레시안>과 <한국인권재단>은 공동기획 '아시아 인권 투어'를 통해 가깝고도 먼 우리 이웃들의 현실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 기획연재가 아시아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독재정권의 폭압과 저항의 역사, 아시아는 지금 변하고 있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는 1960년대 이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 다양하게 전개돼 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 70년대 후반 민주화의 물결이 도래하기까지, 그 폭압성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개발독재정권이 많은 아시아 국가를 지배했다.

인도네시아는 65년에 수하르토가 300만 명에 이르는 공산당을 제압하면서 등장해 98년 퇴진할 때까지 그 폭압성은 지속됐다. 65년부터 86년까지 장기 집권한 필리핀의 마르코스도 72년 계엄령을 선포해 권위주의적 체제를 형성했다. 태국은 1932년 이후 수 차례의 쿠데타가 있었으며 그 때마다 대대적인 학살이 이어졌다. 71년의 학살, 76년의 학살, 92년 학살 등은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 아시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진은 가녠드라 네팔 국왕이 의회민주주의를 수용하겠다고 하자 기뻐하는 네팔 사람들의 모습. ⓒ 연합뉴스

최근 들어서도 네팔의 갸넨드라 국왕은 민주화 운동세력의 요구에 승복, 절대왕정을 포기하고 의회민주주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조기총선 실시와 의회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강경 대응하던 태국의 탁신 총리도 부패사건과 야당, 군중들의 시위에 무릎을 꿇고 사임을 선언했다. 히말라야의 작은 군주국 부탄의 왕추크 국왕도 2008년 의회민주주의로 전환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크메르루즈의 대량학살에 대한 특별법원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는 유엔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일련의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의 현대사는 독재정권의 학살과 폭압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역사 그 자체였다. 지난한 민주주의를 위한 수많은 싸움들이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오늘에도 아시아는 여전히 '인권문제의 전시장'처럼 보인다. 아직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권위주의 정권이 국민들을 억압하고 있으며 가부장적 질서와 분쟁, 그리고 빈곤 등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십니까?

오늘날 아시아 곳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유린의 실상을 몇 가지로 분류해봤다.

법치주의의 부재(Lawlessness)

공권력에 의한 살인·고문·강간 등 극도로 불안한 치안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온갖 인권 침해의 희생자들은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장애로 인해 기본적인 법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고, 인권법 전문인의 부족과 함께 소송절차가 지연됨으로써 법이 실제적인 구제수단으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비롯한 시민·정치적 권리 영역의 인권 침해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고문'은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고질적 인권 문제로 남아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개발로 침해되는 인권으로서의 빈곤(Sustainable Development and Poverty)

빈곤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과제로 부각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는 점점 개발과 빈곤 퇴치의 뒷전으로 물러나고 있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개발을 이유로 한 강제퇴거가 자행될 뿐 아니라 실업률의 증가가 인력수출로 이어져 여성, 심지어는 10세 미만의 소녀까지 인신매매대상이 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의 무의지와 역량 부족은 빈곤으로 인한 굶주림과 질병 등 기본권의 침해는 물론이고, 교육의 불평등 등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따른 각종 차별까지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에이즈 문제다. 현재 아시아 전체 감염인구는 9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는데, 인도와 태국은 에이즈 감염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으며 곧 아프리카 대륙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무력분쟁과 자결권에 대한 요구(Self-Determination)

역사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각종 분쟁은 일본, 유럽과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한 식민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식민지배 시기를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종족, 인종, 종교, 민적의 문제들이 신생국가권력을 둘러싼 투쟁의 과정에서 분출되고 혼합됐던 것이다.

인도의 독립과정에서 발생한 인도-파키스탄의 경우만 해도 식민지 유산과 종교, 국경의 문제들이 혼재돼 있다. 2001년 기적적으로 독립을 쟁취한 동티모르의 경험, 현재 진행형인 인도네시아의 아체와 웨스트파푸아,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네팔, 스리랑카와 같은 지역에서 자결권과 분리 독립을 둘러싸고 무력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비록 분쟁의 당사자들이 갈등의 해결책을 추구하고 있지만, 정부군과 무장세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한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와 같은 나라들은 분쟁의 장기화로 여성, 아동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2001년 9.11 이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아시아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반테러'라는 명분 하에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거 인권탄압이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그간 어렵게 쌓아 온 여러 국제적 인권개선 협약과 조건들을 일시에 후퇴시킴으로써 인간안보를 총체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또 아시아에서 대테러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사실 이미 아시아 국가들의 대부분은 강력한 국가보안법과 치안법을 가지고 있다.

반테러조치 하에서 공권력에 의한 비사법적 처형을 비롯해 자의적 구금, 불공정 재판 등 형사절차상의 인권침해가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권침해 상황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인도, 네팔, 말레이시아 등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자연재해와 부패

쓰나미가 가져다 준 충격은 아직도 우리 머릿속에 생생하다. 이 외에도 아시아는 파키스탄의 지진, 필리핀의 산사태와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로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인명이 희생됐고 재산피해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문화, 환경 등 공공재의 파괴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에게는 2차적으로 다가오는 재앙이며, 복구의 지연이나 소외로 인한 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사실 자연재해는 아시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자연재해 그 이후'를 곰곰히 뜯어보면 아시아의 많은 이들이 자연재해 그 자체보다 그 이후의 미흡한 대책으로 2중, 3중의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스리랑카의 한 감사원 직원은 2004년 12월 쓰나미 이후 전 세계로부터 쏟아진 구호금중 70%가 사라졌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무시했다. 심지어 진상조사단마저 구성하지 않았아. 이같은 '방기' 속에서 스리랑카와 인도의 해안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재해 이후 1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 임시막사에 머물고 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 서벵갈만 파드마강의 침식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어서 수 년 전부터 이 지역의 주민들의 삶터를 잃게 만들고 있으며 현재 아사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600여 명이 굶주림 속에 살고 있다.

인권활동가와 그 가족에 대한 위협(Protection of Human rights Defender)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행방불명이 되고 일정 시간 후에 변사체로 발견되는 일. 군사독재라는 암울했던 우리 현대사에서 종종 일어나던 일이 아직도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특히 반테러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인권활동가와 그 가족들 및 단체에 대한 학대와 불법적 구금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종과 살인 사건도 빈번하다. 특히, 무력분쟁 지역의 경우는 분쟁세력 양 당사자로부터 인권활동가에 대한 위협이 가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인권변호사 무니르의 독살과 태국 인권변호사 솜차이의 의문의 실종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필리핀에서는 2005년에 이어 올해에도 바탕가시에서 2명의 인권운동가가 납치됐다. 2005년 12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킴 소카(Kim Sokha)와 영 비락(Yeng Virak)이 훈센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는 일제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간 사람들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그러나 위의 말이 나타내고 있는 함의는 그보다 훨씬 크다.

종교문화제도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은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여아살해, 다우리(결혼지참금) 살해, 샤티(아내 순장)와 남편과 오빠 등 가족에 의해 자행되는 명예살인, 평생을 세상과 등지게 만드는 염산폭력 등이 있다.

이처럼 아시아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일은 남성의 경우보다 곱절의 고통과 위험을 수반하곤 한다. 심지어 태국에서는 두 명의 여성 노동자가 경찰의 알선으로 고용주에게 강간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고용주에 대한 법적 심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아시아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

전에 없이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에 보내는 따뜻한 눈길과 손은 물론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아시아의 상은 아시아의 인권 현안만큼이나 다양하다. 우리 역시 아시아인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시아를 대상화하며 '우월한 우리'의 왜곡된 시각으로 아시아를 바라본다.

그러나 탈식민지화 과정이 곧 근대화일 수 없고, 나아가 근대화 과정이 또 다른 식민화의 과정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다면 우리는 아시아를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아시아공동체로서 어깨 겯고 인권과 민주화를 고양시켜 나간다는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개발단체들이 '국제연대'를 연호하며 아시아를 만날 때, 경제성장이 아닌 인권에 기초한 개발(Right based approach)을 명심해야 하듯.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신설된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 선출된 아시아 국가들의 면면이 내심 불안하다. 유엔개혁의 일환으로 유엔인권위원회는 이사회로 승격됐고, 지난 9일 뉴욕에서 열린 이사국 선거에서 한국은 아시아에 배정된 13개 국 중 7등으로 선출됐다. 인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들도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유엔이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권단체의 보고서에 뻔질나게 거론되는 인권문제를 가진 나라들이 앞으로 입에 달고 지낼 인권옹호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불안하기 그지없다.

* <프레시안>과 <한국인권재단>의 공동기획 '아시아 인권 투어'는 매주 목요일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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