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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만에 11개 줄기세포. 의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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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불과 몇 달 만에 11개 줄기세포. 의심됐다"

[검찰발표 이모저모] "김선종, 소환 첫 날 저녁에 자백"

검찰이 4개월여에 걸친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수사를 마치고 12일 마침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공식 브리핑을 위해 준비한 보도자료만 18페이지였고, 자세한 수사내용을 담은 보고서는 144페이지 분량에 달했다.

검찰은 또한 브리핑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프리젠테이션 장비를 활용해 직접 배반포 단계의 사진과 '섞어넣기' 과정 현장검증 장면을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상세히 설명을 했다.

○…류영준 전 연구원은 어떻게 알았나 : '황우석 팀의 유일한 의사'라는 류 씨는 이번 논문조작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결정적 제보자였다. 류 씨는 2004년 논문 줄기세포 팀장을 맡는 등 중책을 맡았으나, 2005년 논문 연구 당시에는 연구팀을 떠났다.

검찰에 따르면 류 씨는 2005년 논문 발표를 보고 '의심'을 하게 됐다. 2004년 논문 줄기세포 실험 당시 간신히 줄기세포 1개를 수립했을 뿐인데, 자신이 그만둔 뒤 몇 개월 만에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 배양 전문가로 꼽히는 박종혁 연구원도 없는 상태에서 11개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무더기로 내놓자 뭔가 의심스러웠던 것.

이 때 류 씨의 아내인 이유진 연구원이 황우석 팀에서 나와 서울대 조 모 교수의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당시 황우석 팀이 2번 줄기세포(NT-2)를 조 교수에게 건네며 실험을 요청했고, 이 씨는 실험하다 남은 2번 줄기세포 조각을 류 씨에게 건넸다. 류 씨는 2004년 연구 당시 확보하고 있던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1~15번 DNA자료를 NT-2번 줄기세포와 비교해 결국 '조작'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프레시안

○…소환 첫 날 자백 : 이번 줄기세포 수사는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진행되며, '검찰이 지나치게 사건을 끄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자신은 이번 수사기법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이번 수사의 특징은 주변 인물과 정황을 우선 조사한 뒤 핵심 인물로 압박해 들어가는 '가지치기' 방식.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수사의뢰를 받자마자 서울대 연구실, 미즈메디병원 연구실, 황우석 전 교수의 자택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이어 실무 연구진부터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김선종, 황우석 씨 등은 가장 나중에 소환했다. 비교적 일찍 노성일 이사장을 소환하자 검찰 주변에서는 "노성일 씨는 주요 인물이 아닌가보다"고 보이고 했다.

이렇게 초기 한 달 가량의 수사를 통해 검찰은 김선종 씨의 동료 연구원들을 통해 '그가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는 결정적인 정황을 포착했고, 김 씨의 '섞어심기'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했다. 그리고 김 씨를 첫 번째 소환한 날 자백을 받아냈다.

검찰 관계자는 "김선종이 소환 첫 날 자백을 했다"며 "긴급체포까지 고려했는데 자백을 하는 바람에 체포하지 않고 돌려보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선종의 자백을 바탕으로 '섞어심기' 상황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하느라 발표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씨와 황 씨에 대해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하기도 했다.

한편 김 씨의 '자실기도설'에 대해 검찰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김 씨는 '섞어심기' 등에 대한 부담감에 의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등 "한 시도 두 다리 뻗고 자지 못했을 것"이라고 검찰 관계자는 귀띔했다.

○…끝까지 혐의 부인 : 반면 황우석 씨는 상당 부분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2004년 논문 조작 지시와 관련, 황 씨는 자신의 'DNA 시료 조작' 지시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은 박종혁, 김선종 씨의 진술과 주변 인물들의 진술 등을 기초로 황 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연구비 사용 내역에 대한 감사를 받을 때 황 씨는 개인비서 고 모 씨와 돼지농장주 김 모 씨 등과 사전에 말맞추기를 시도했으며,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서로 검찰 진술 내용을 확인하며 대책회의 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SK 측에 5년간 매년 15억 원(총 75억 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가 3년간 매년 10억 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한 뒤, 10억 원이 지급되자 이를 개인 명의의 정기예금에 예치했다. 황 씨는 그러나 이런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다가 개인비서 고 씨가 검찰에 "황 교수가 10억 원 중 3억 원은 언제 쓸지 모르니 7억 원만 예치하라고 했다"고 털어놓고, 검찰이 황 교수의 자필 서명이 된 거래 신청서를 물증으로 내놓자 그 때서야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성일에게는 보고하지 말라" : 이번 사건의 주요 관심대상은 황 씨와 김 씨 외에도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이었다. 논문에 공동저자로까지 올라간 이들은 그러나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우선 황우석 지지자들이 표적으로 삼고 공격하고 있는 노성일 씨의 경우 2005년 논문 제2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황우석 팀의 연구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황우석은 김선종 등 미즈메디 소속 연구원들에게도 '보고할 것이 있으면 노성일에게는 보고하지 말고 다 나한테 보고하라'고 얘기할 정도로 황우석은 연구팀의 독보적인 존재였다"고 말했다.

노성일, 문신용 씨 등은 연구과정에 참여하기는커녕, 논문 초고도 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기영 씨도 마찬가지였다. 박 씨는 연구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바 없었고, 2003년 5월 황 씨가 "2004년 논문 공동저자에 포함시키겠다"고 제안해 이에 동의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전적으로 황 씨 마음대로였고, 논문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로서는 논문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름을 올렸던 것이다.

○…섀튼은? : 또 한 명의 주요 등장인물인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학 교수가 '논문 조작 사실을 알았느냐'도 주요 관심 대상 중 하나였다. 검찰의 결론은 일단 "2004년 논문 조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3년 12월 섀튼이 황우석 연구팀을 방문해 공동연구를 제안할 당시는 이미 2004년 논문 초고가 사이언스에 제출된 상태였다. 섀튼은 당시 논문의 사진배열 등에 관한 조언이나 사이언스 리뷰어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영문 교정 등을 도와주는 데 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2005년 논문 조작 관여 여부. 섀튼은 이메일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2005년 1월15일 인도에서 황우석 교수를 만나 오염사고에 대한 얘기를 들었지만, 당연히 냉동보존된 줄기세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황 씨 측에서는 "섀튼 교수가 '오염사고는 연구에서 자주 있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논문을 쓰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직접 조사하지 못해 2005년 논문 조작 인지 여부에 대한 진위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선에서 조사를 일단락 했다.

○…논문조작의 책임은 학계가 판단할 몫 : 검찰은 이번 논문조작 사건 수사와 관련해, 김선종 연구원에 대해 연구를 방해한 책임을 물어 업무방해 및 증거인멸 교사로 기소했을 뿐 황 씨에 대해서는 논문조작 책임을 법적으로 묻지 않았다.

검찰은 "조작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볼 수 있으나, 지금까지 타인이 대작한 논문을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경우 이외에 조작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사례가 국내에도 외국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문의 작성, 제출은 학문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 중 하나로서 학술 논문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은 다른 학자들의 후속 연구를 통한 학계 내의 논쟁에 의해 검증.시정됨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다만 "조작된 논문을 숨기고 지원금 편취에까지 나아간 사안으로서, 논문 조작행위가 사기의 범행방법에 포함돼 법적 평가를 함께 받게 된다는 점을 감안, 논문 조작.게재 행위를 별도 업무 방해죄로 기소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 황 씨는 형법이 아니라 '특경가법상' 사기로 기소됐다. 편취 액수가 많기 때문이다. 황 씨는 28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특경가법은 이득액이 3억 이상 50억 미만일 경우 징역 3년 이상을 선고토록 하고 있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사기 혐의를 적용하는 데에 필수적인 '범의'(犯意)를 검찰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2004년 논문의 문제점은 줄기세포 수립 성공률이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는데, 2005년 논문을 완전 조작해 경제성이 높고 면역 반응, 바이러스 등의 부작용이 없는 환자 맞춤형 체세포 줄기세포를 만든 것처럼 발표했다"며 "이는 2005년 논문이 상업적 경제성을 속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이 검찰청사 앞에 붙여 둔 피켓들ⓒ프레시안

이 관계자는 또한 "황 교수에게 지원금을 낸 기업들이나 소액 후원자들도 '황 교수의 논문이 조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후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문 조작을 통해 이들을 기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황우석 씨는 SK 등에 지원금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줄기세포가 상용화되면 우선권을 주겠다"고 말하거나 "서울대를 통해 지원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금액이 줄어든다며 한국과학재단과 계약을 체결하자"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치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모두 사실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연구비를 요청한 것을 검찰은 '기망 행위'로 판단했다.

○… "매국 검찰"? : 이날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한 발표가 있던 시간에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는 50여 명의 황우석 지지자들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검찰의 발표를 기다렸다.

"우리 특허 못 지키면 검찰도 매국노다" 등의 문구가 든 피켓과 대형 태극기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던 이들은 오전 10시30분께 '황 교수 논문조작 주도', '사기 혐의 기소' 등의 수사결과 내용이 알려지자 격하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문신용, 노성일 등은 왜 처벌 안 하느냐", "서울대 조사위 발표랑 달라진 게 없다", "김선종을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는가 하면, 특히 정오 무렵 검찰 직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나오자 이들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매국 검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검찰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황우석 교수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수사팀 관계자는 "황우석 지지자들이 검찰 직원들에게 시비를 거는 일이 잦아졌다"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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