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평택 주한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과 평택에서 연달아 열릴 예정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92명이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과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이 경찰과 용역업체, 군인을 동원한 행정대집행과 이에 저항하는 주민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간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특히 정부가 해당 지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무리하게 지정하면서까지 직접 군인을 투입해 민·군 마찰로 확대되고 있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군기지 확장 이전, 왜 하는지 비용은 어떤지 솔직히 얘기해보자"
이들은 "최근의 충돌로 인해 갈등 상황이 종료되거나 해결된 것이 아니며, 갈수록 더욱 극한 대립과 마찰로 치달아 결국 국가 공권력과 주민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우려가 크다"며 "합리적 해결 대안과 보다 명확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군기지 확장 문제는 평택 주민들의 문제인 동시에 시민사회 전체와 연결된 국가적인 문제"라며 "이 점에서 정부가 그동안 평택에 조성될 미군기지의 용도와 목적·비용 등에 대해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는지 돌아볼 것"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미군기지 이전 용도와 목적이 용산을 포함한 한강 이북의 미군기지를 단순하게 이전하는 것처럼 국민들을 설득해 왔고 국회에도 그렇게 보고했으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지역적-지구적 역할 확대'. '중국 견제' 등의 목적에 활용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만큼,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미군기지 이전 비용과 반환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 문제 등에 대해 정부가 협상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토지 수용만을 강행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현재 많지 않다"면서도 "우리의 장기적 이익과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이고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 않으며,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제기된 질문들에 투명하게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십년 개척한 땅, 단순한 '보상'의 문제 아니다"
이들은 또한 "주민들이 평화적 생존권과 주거권을 포기하면서 수십 년간 스스로 개척해 온 삶의 터전을 떠나는 문제는 단순한 '보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공권력 행사 이전에 그 타당한 근거를 설득하고 합의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로, 정부가 주민들의 반대를 '보상을 더 받기 위한 전술'로 매도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신이며 공권력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군기지 확장 관련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진지하고 성실한 협의가 매우 부족했다"며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표방하고 갈등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한 입법도 추진하면서 정작 평택 문제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는 데 매우 인색하고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울러 ▲주한미군 기지 이전의 용도와 목적, 비용 문제 등에 대하 분명하게 답할 것 ▲정부와 주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공론의 장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중립적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 ▲국민적 협의 진행 기간 동안 강제집행 중단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이러한 입장과 제언을 공론화하기 위해 국무총리와 주민들의 면담, 공청회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진지한 성찰과 노력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에는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 박영신 녹색연합 상임대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안병욱 가톨릭대학교 교수, 오충일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 위원장,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돈명 변호사, 이석태 민변 회장, 이필상 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 이학영 한국YMCA사무총장, 임옥상 문화우리 대표,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정현백 여성연합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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