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 선거에 한국이 선출됐다.
기존의 유엔인권위원회에서 그 지위나 역할 면에서 한 단계 격상을 시도하는 유엔인권이사회는 총 47개 국의 이사국을 뽑아 국제사회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한국은 이날 유엔총회장에서 실시된 이사국 선거에서 148표를 얻어 아시아에 배정된 13개 이사국 중 하나가 됐다.
이날 선거에서는 총 64개 국이 입후보해 경쟁을 벌인 가운데 아시아 13개 국과 중남미 8개 국, 아프리카 13개 국, 동구 3개 국, 서구 7개 국 등 총 44개 국이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아시아는 총 18개 국이 입후보한 가운데 인도가 173표로 가장 많은 찬성을 얻었고, 이어 인도네시아(165표), 방글라데시(160표), 말레이시아(158표), 일본(158표), 파키스탄(149표)에 이어 한국의 순으로 표를 많이 얻었다. 중국은 146표를 획득했다.
동구의 경우 원래 6개 이사국이 배정돼 있으나 러시아, 폴란드, 체코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국들이 191개 유엔 회원국의 절대과반수인 96표 이상을 얻지 못해 탈락됐다. 동구의 나머지 3개 국을 추가로 선출하기 위한 재투표는 10일 실시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 이사국 지위에 걸맞게 인권 위해 구체적 노력해야"
국내 인권사회단체들은 한국의 이사국 진출에 대해 국내외 인권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고민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의 김기연 사무국장은 한국의 이사국 선출 소식이 알려진 뒤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인권이사회가 6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그 준비절차를 문제 없이 밟아가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이번 선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한국의 경우 그 동안 국제사회의 인권 증진이나 보호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당선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아시아 후보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을 뿐이라는 얘기다.
김기연 국장은 "이사국 선출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그에 걸맞게 인권 증진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4개 인권사회단체들은 8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평택에서의 무리한 강제진압이나 국내의 이주노동자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볼 때 한국 정부가 이사국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한 바 있다.
6월 19일 제네바에서 첫 회의 열고 공식 활동 개시
이날 이사국 선거에서는 쿠바를 포함해 중국, 파키스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선출됐다.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는 이들 5개 국이 인권 침해국이라며 이사국으로 선출되는 것을 반대해 왔다.
영국의 <BBC>는 이 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들 5개 국의 당선에는 그들의 정치적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당선에 실패했으며 아제르바이잔은 최종 투표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번 이사국 선출 선거에 미국은 입후보하지 않았다. 지난 3월 15일 유엔총회에서 표결에 붙여진 유엔인권이사회 신설안에도 미국은 불만을 표시하며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이사회 신설안이 여러 면에서 미흡하다며 이사국의 수를 30개 국 이하로 제한하고 수단과 짐바브웨, 쿠바 등 인권침해 사례가 있는 국가들의 이사국 진출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존 볼튼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표결 후 미국은 비록 이사국 선거에는 입후보하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사회를 가능한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이사회는 이날 이사국 선출에 이어 오는 6월 19일 제네바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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