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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발언 키워드는 '원칙있는 양보'"

美 대북압박정책 반대…한나라 "지방선거용 아니냐"

"나는 북한에 대해 완전히 열어놓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서 얘기해보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9일 발언이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실상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라 볼 수 있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국제 정세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왜 지금 이 발언을 했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또 오는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7월 남북장관급회담 등을 거쳐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남 자체에 조건을 달지 않겠다"

노 대통령의 몽골 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에도 얘기했던 선을 유지한 것이다. 이 시점에 특별히 의미를 둔 것은 아니다"고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도 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핵 문제와 정상회담을 연계시켰던 기존 입장과는 달라진 것임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 부분이 달라졌다고 해석하면 그럴 수는 있다"며 "무슨 문제든 철도, 북핵, 남북 전반의 신뢰 구축, 경협 등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남 자체에 조건을 달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특별히 기조 변화라기보다는 남북 간에 서로 양보해서 신뢰를 구축하고 불신 제거에 대한 좀 더 과감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런 자세니까 북한도 그러면 좋겠다는 데 무게를 두는 발언"이라고 노 대통령이 언급한 '양보'의 의미를 부연 설명했다.

그는 "오늘 발언의 키워드는 '원칙 있는 양보'라고 생각한다"며 "원칙있는 양보는 상호성과 신뢰 구축에 기초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핵문제의 가시적 성과'를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왔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정상회담 그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생각하고 너무 그것에 매달리게 될 때 오히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등을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도 있다.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대한 메시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제5차 회담 이후 6개월간 열리지 못하고 있는 북핵 6자회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이 처음으로 탈북자를 수용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미국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6자회담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북한은 소위 남침로를 완전 포기한 것이며 우리도 조금 믿음을 내보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에서 보기엔 불안한가 보다"며 "북한 내부에도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불신을 제거해 줘야 한다"고 북한 내 온건파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대로 있다가는 임기 내 북핵문제 해결이 어려워 지는 것만이 아니라 한미관계,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지방선거 판세 뒤집기 위한 카드?"

당연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강도 높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동의 없는 무조건적인 퍼주기식 지원은 동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핵, 남북문제, 통일문제는 남한과 북한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국제적인 협력 속에서 이뤄져야 하기에 한나라당은 한미공조를 강조해 왔다"며 "정부나 대통령이 우리의 한결같은 주장을 참조해서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투명하게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난조는 아니었지만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보인 데 대해서는 강한 경고음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과감한 대북 지원인지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국민 정서에 맞는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구걸식으로 하는 것은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나도 슬그머니 할 수 있다'고 했다는데 외교와 국방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나라의 격을 떨어뜨리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이 말한 '양보'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의장은 "물질적 지원은 또 이해가 되는데 제도적 양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연방제 등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양보를 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사고"라고 말했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의도적인 벼랑끝 전술일 수 있다"며 "결국 좌파 세력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본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발언을 지방선거용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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