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면 북한도 융통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싶어 상당히 기대를 갖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양보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몽골을 국빈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울란바토르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에 대해 이같이 밝히고 "국민이 보기에 따라 자존심 상하게, 원칙 없이 양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양보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본질적 정당성의 문제에 대해서 양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제도적, 물질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왜 그렇게 해야 하냐 하면 서로가 옛날에 싸운 감정이 있고 무엇보다 불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고 자연히 군사력이 세니까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라거나 그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데, 그 불신이 있는 동안 어떤 관계도 제대로 진전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북한에 대해 완전히 열어놓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서 얘기해보자"며 남북 정상회담 제안의 유효성을 재확인한 뒤 "우리 국민들은 북한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어떻든 함께 안정적 토대 위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수십 번 얘기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달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며 "미국과 주변 국가들의 여러 가지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직까지 우리가 한미연합 훈련을 하고 있는데 훈련 내용이 북한에서 보기에 불안한가 보다"라며 "반격이 원체 단호해 보기에 따라 불안하게 볼 수 있고, 어찌 보면 시비일 수도 있고, 실제 불안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사정 때문에 북한도 마음을 선뜻 못 열고, 내부에도 복잡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사람의 마음과 대화에 있어 불신을 제거하는 것이 상대방과의 중요한 문제"라며 "불신, 불안감을 제거해주고 '해칠 생각이 없다', '흔들 생각 없다', '같이 손잡으면 그래도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가질 때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판단에 있어서 북한 내부도 서로 생각이 다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생각해 보면 (북한이) 개성공단을 열었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남침로를 완전 포기한 것이고, 금강산도 싸움 하면 대단히 중요한 통로인데 그런 것을 연 것을 보면, 우리도 조금 믿음을 내보일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