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편에 한국영화들이 '박살'이 났다. 지난 주말의 사흘, 황금의 연휴 동안 말 그대로 황금을 손에 쥔 영화는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3>였다.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41만여 관객을, 전국적으로는 무려 165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이 정도면 '돌풍' 혹은 '태풍'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 싶다. 한국영화로서는, 특히 <사생결단>과 같은 영화로서는 '벼락' 혹은 조금 심하게 말해서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미션 임파서블 3>를 위해 배급사인 UIP코리아는 전국적으로 무려 460개의 스크린을 열었다. 전국 308개 스크린이었던 <사생결단>은 배급력에 있어서도 결국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사생결단>을 만든 최호 감독은 데뷔작인 <바이준>에서부터 시작해 이번 영화의 전작인 <후아유>까지 계속해서 배급의 소용돌이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크게 보면, 그게 바로 영화 일이라는 것이고 또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 됐든 그는 이번 <사생결단>을 '사생결단'하는 심정으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진정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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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3 ⓒ프레시안무비 |
<미션 임파서블 3>, 흔히들 〈MI3>라고 불리는 이 영화는 당분간 순항에 돛을 단 듯 블록버스터 시즌의 초입기를 순조롭게 보낼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으로는 더 이상의 경쟁작이 없는 현실에서 〈MI3>는 아마도 400만 고지는 무사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400만까지만 끊는 것은, 18일에 그 유명한 <다빈치 코드>가 개봉되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의 위력은 현재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그 내용이 공개된 해외에서는 이미 폭풍이 불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극장가에서도 일정 정도의 회오리가 예상되며 그렇다면 5월 한달은 완전히 할리우드판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벌써부터 일부 국내 영화 관계자들은 이런 지경을 지켜보면 역시 스크린쿼터 일수가 줄어들어서는 안된다고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걱정들처럼 한국 영화시장의 판세가 완전히 뒤집어질지 아니면 이번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가 여름 성수기 시즌의 '반짝 흥행'으로 끝이 날지는 좀더 두고본 후에야 명쾌한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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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 ⓒ프레시안무비 |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생결단>과 <맨발의 기봉이><도마뱀> 그리고 <국경의 남쪽>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들 영화가 순위에서 뒤진 것은 작품의 경쟁력 탓일까, 아니면 배급이나 마케팅 탓일까. 답을 얻기가 쉬운 계절이 아니다. <사생결단>은 첫 주의 파괴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MI3> 개봉 때문에 한풀 꺾이는 추세다. 그건 <맨발의 기봉이>도 마찬가지다. <도마뱀>은 아예 <아이스 에이지2>에까지 밀리고 말았다. 이번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경의 남쪽>의 몰락이다. 예상보다 더 심하게 망가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이 탈북자를 수용하겠다는 등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아서였을까, 아니면 그런 현실조차 영화를 배급하고 마케팅하는 쪽에서 활용하지 못해서였을까.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명쾌한 답을 얻기가 참으로 어려운 계절이 돌아왔다. 한국 영화계를 보면서 자꾸 심란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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