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후보단일화가 극적 타결에 이르자 단일화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 민주-통합21 측의 역공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와 당직자들이 총출동 '거짓 술수' '시정잡배' 등의 원색적 용어를 써가며 후보단일화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맞서 민주당과 국민통합21 측 역시 '협량의 정치인' '이성을 잃은 행태' 등의 표현으로 역공에 나섰다.
후보단일화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찬반논란을 시작으로 이미 대선정국은 양자구도로 전환된 형국이다.
***한나라당 "단일화 협상, 시정잡배 뒷거래보다 더 치졸"**
1강2중구도에서의 필승을 낙관하던 한나라당은 삐걱거리던 후보단일화가 극적 타결을 이루자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아직 산 넘어 산"이라며 여전히 단일화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자세이지만, "최악의 경우가 현실화됐다"는 초긴장의 빛이 역력하다.
우선 이회창 후보가 직접 나서 단일화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이 후보는 22일 노-정 단일화 타결에 대해 "정치적 명분이나 정당성이 없다"면서 "너무나 국민을 속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전에서 개최된 충청권 5개 방송사 토론회에 출연, "단일화를 걱정스러워 한다고 오해할까 봐 자제해 왔지만 정치가 아무리 급하고 이득을 쫓아간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념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단일화로 누가 되든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오후 한밭대 초청강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느 당이 집권당이 되면 `이런 길로 갈 것'이라는 예측을 줘야 하고, 선거란 이런 예측을 보고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누가 돼서 어떤 길로 갈지 모르겠다고 하면 국민도 굉장히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당직자들도 총출동했다.
이날 열린 확대선거대책회의에서 서청원 대표는 "노ㆍ정간 후보 단일화는 일종의 사기극이며, 김대중 후계자를 뽑는 단일화"라고 비판했다.
김영일 사무총장도 "단일화 협상을 보면 국민에 대한 배려나 정체성과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고 온통 거짓과 술수만 넘치고 있다"면서 "시정잡배의 뒷거래보다 더 치졸하고 이해타산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변인단도 "노ㆍ정 두 후보가 정강ㆍ정책 방송연설을 통해 선거법상 금지된 지지호소와 이 후보에 대한 비방으로 경고를 받는 등 불법선거에는 난형난제"라고 비꼬았고,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은 일반 유권자를 속이는 정치판 주가조작"이라고 공격했다.
또 민주당 정균환 총무의 행보를 겨냥해 "DJ 복심인 정 총무가 후단협 회원들과 만찬을 갖는 등 수상한 행보를 하는 것은 청와대가 단일화 흥정을 원격조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설도 빼놓지 않았다.
***민주ㆍ통합21 "이 후보의 이성 잃은 행태 측은하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통합 21은 `속좁은 후보의 흠집내기'라며 역공을 가했다.
민주당 홍성범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노무현 후보의 대승적 결단으로 후보단일화가 성사된 데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두려움과 초조함이 대단한 것같다"며, "그동안 교란공세에도 불구, 극적으로 타결되자 이성을 잃은 행태를 보이고 있어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반격했다.
또한 "협량의 정치인 이 후보는 남을 흠집내기에 앞서 왜 65% 가량의 국민이 이 후보의 당선을 원하지 않는지 차분히 생각해보기 바란다"며 반창(反昌)정서를 거론했다.
통합21 전성철 정책위의장은 성명에서 "한나라당이 단일화를 야합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선진정치의 행태와 세계사적 조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라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념과 정책이 다른 두 정당이 연합해 정권을 잡는 경우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동선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몽준 후보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공약에 대해 한나라당이 비난 공세를 펴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후보'를 모시고 있는 한나라당다운 발상"이라며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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