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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월드]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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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월드]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

감독 롭 마샬 출연 장쯔이, 와타나베 켄, 공리, 양자경, 야쿠쇼 코지 시간 144분 | 화면비율 애너모픽 2.40: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 | 2005년 | 소니 픽쳐스 중국 배우가 일본 게이샤를 연기하는데 대사는 영어로 하는 기묘한 영화. 개봉 당시 <게이샤의 추억>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2차 대전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노예 출신의 게이샤 사유리(장쯔이)가 어린 시절 만난 회장님(와타나베 켄)에 대한 사랑을 가슴 속에 지닌 채 곡절 많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지만, 드라마 후반부가 다소 늘어지면서 지루해지고 말았다는 불평도 들었다. 게다가 주연배우 장쯔이보다는 난폭하고 질투심 많지만 한을 품고 사는 하츠모모(공리), 그리고 사유리의 선배이자 스승인 마메하(양자경)가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도 많았다.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 ⓒ프레시안무비
하지만 <게이샤의 추억>은 그리 허투루 볼 만한 작품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에는 엄청난 세공술이 깃들여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디온 비비), 의상상(콜린 앳우드), 미술상(존 마이어) 등을 수상한 것만 보더라도, 이 작품에 참여한 영화의 테크니션들이 최상의 기량을 투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과 음향 및 음향 편집 역시 아카데미 위원회의 호평을 받으며 후보에 올랐다. 작품과 각본, 연출과 연기 등 주요 부문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질 정도다. 장편 데뷔작 <시카고>로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평정한 롭 마샬 감독으로서는 애석한 일일 수 있겠으나, 탁월한 스탭들을 모아내고 영화의 시청각적인 면에서 최상의 성취를 이뤄냈다는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게이샤의 추억> DVD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롭 마샬 감독과 안무가이며 그의 파트너인 존 들루카의 음성해설, 그리고 프로덕션 디자이너 존 마이어와 의상 디자이너 콜린 앳우드, 편집 담당 피에트로 스칼리아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첫 번째 음성해설은 다국적 배우와 스탭들이 모인 상황에서 연출이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상황이었는지를 자세히 해설한다. 스크린 이면의 배우들의 모습에 대한 롭 마샬 감독의 진솔한 증언이 귀를 쫑긋거리게 만든다. 두 번째 음성해설은 영화의 시각적 요소에 대한 전문가들의 탁월한 해석과 문화적 식견을 엿볼 수 있다. 작은 소품부터 각 장면의 무드와 컬러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모든 요소에 신경을 곤두세운 영화 장인들의 혜안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보너스 피처는 양과 질 면에서 웬만한 타이틀을 압도한다. 프로덕션 단계별로 잘게 쪼개진 부가 영상은 총 11개. 먼저 '사유리의 여행(Sayuri's Journey)'은 <게이샤의 추억>이 철저히 1997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아서 골든의 원작에 기대고 있음을 역설한다. 원작자 아서 골든은 물론 시나리오 작가 로빈 스위코드(<작은 아씨들><프랙티컬 매직>) 등의 인터뷰를 통해 책의 중요성에 대해 들을 수 있다. '게이샤 훈련소(Geisha Bootcamp)'는 세트장에 마련된 작은 방에서 배우들이 게이샤가 되기 위한 단계별 훈련을 받았던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언어 교정부터 자세와 몸가짐, 춤과 샤미센 연주 등을 배우는 모습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나마치 짓기(Building the Hanamachi)'와 '게이샤의 모습(The Look of a Geisha)'이다. 주인공 게이샤들이 살았던 마을인 하나마치 세트를 통째로 짓고, 캘리포니아의 따가운 햇살을 차단하기 위해 풋볼 경기장 두 개를 합친 크기의 거대한 천을 씌워 겨울 장면을 촬영했다는 기막힌 설명이 이어진다. '게이샤의 모습' 역시 게이샤가 착용했던 각종 의복과 장신구, 화장법 등에 대한 넉넉한 설명을 담았다.
전반적으로 <게이샤의 추억> DVD 서플먼트는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가진 서양 관객들을 배려한 각종 메뉴가 눈에 띈다. '게이샤의 세계(The World of the Geisha)'는 단순한 '기생'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게이샤의 역사적 근원을 설명하고, 스탭으로 참여한 라이자 달비의 체험을 들을 수 있는 영상물. '스모의 길(The Way of the Sumo)'은 극중 스모 장면에 등장하는 스모 선수와 심판, 그리고 스모라는 스포츠의 유래와 기원을 설명한다. 그밖에 안무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롭 마샬의 개인 이력에 대한 짤막한 다큐멘터리도 있다. '주방장 노무 마츠히사와의 하루(A Day With Chef Nobu Mausuhisa)'는 <카지노><오스틴 파워 골드 멤버> 등에도 출연했던 일본 요리사 노부에 대한 설명과 그가 권하는 간단한 일식 요리법을 담았다. <게이샤의 추억>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는 그는 할리우드에 일본의 음식 문화를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게이샤와 스모, 일본 음식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는 이 서플먼트를 보다 보면, 미국을 잠식하고 있는 일본 문화의 저력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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