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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나그네와 마술사 Travellers & Magicians

감독,각본 키엔츠 노르부 출연 티세왕 댄덥, 소남 라모, 소남 킹, 르하크파 도르지 수입,배급 판씨네마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108분 | 2002년 젊은 공무원 돈덥(티세왕 댄덥)은 시골 생활이 지루해 죽겠다. 그의 꿈은 부탄의 이 조그만 곳을 벗어나 미국으로 가는 것. 미국만 갈 수 있다면 공무원이란 번듯한 직업이 아니라 사과만 따고 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비자를 받아줄 수 있다는 친구의 연락이 돈덥의 귀에 들려온다. 당장 짐을 꾸려 도시로 떠날 채비를 마친 돈덥은 길 위에서 우연히 사과장수와 스님(소남 킹), 종이장수와 그의 딸 소남(소남 라모)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돈덥의 달콤한 '아메리칸 드림'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을 좇았던 마술사에 관한 우화를 그에게 들려준다.
나그네와 마술사 Travellers & Magicians ⓒ프레시안무비
티베트 승려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야기 <컵>(1999)으로 영화감독이 된 티베트 불교 지도자 키엔츠 노르부는 이번엔 히말라야 부탄 왕국에서 영화를 찍었다. 히말라야 고지대의 희박한 공기만큼이나 희박한 영화 인력과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졌지만 <나그네와 마술사>는 히말라야 산맥 지역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인간미 넘치는 모습들을 풍성하게 담고 있다. 여행길을 따라 펼쳐지는 부탄의 청정 풍광도 숨 막히게 아름답다. 길을 따라가는 이들의 여행담과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 풋내기 마술사에 관한 우화가 교차하며 진행되는 <나그네와 마술사>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부탄의 현실 위에 수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불교의 가르침을 새겨 넣는다. 영화감독인 동시에 승려이기도 한 키엔츠 노르부 감독은 평소 "불교가 과학이라면 영화는 그 도구라고 생각한다"는 자신만의 영화관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감독의 가치관에 기초해 불교의 말씀이 영상과 이야기를 지닌 '생명체'로 재탄생한 영화 <나그네와 마술사>는 낯설고 생경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관객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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