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몽구 회장 소환조사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과연 정 회장이나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구속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26일 사법처리의 범위와 수위에 대한 수사팀의 의견을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뒤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생각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4가지다. 정몽구 회장 구속-정의선 사장 불구속, 정 회장 불구속-정 사장 구속, 모두 구속, 모두 불구속.
이 중 '모두 불구속'과 '모두 구속'은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 불구속할 경우 '재벌 봐주기' 논란이 일어날 것이 불보듯 뻔하며, 최근의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하라는 여론에도 맞지 않는다. 모두 구속하는 것도 가능성이 낮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국내 재벌 서열 2위인 거대 기업임을 감안했을 때 '기업 경영의 숨통'은 터줘야 하지 않느냐는 '경제론'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 구속, 정몽구 회장이냐 정의선 사장이냐
그렇다면 '둘 중 하나를 구속'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리적 상황만 두고 봤을 때는 정몽구 회장만 구속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비리에 대한 책임 측면에서 정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고, 각종 기업 비리에 정 회장에 개입한 단서를 검찰은 이미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시인했을 뿐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범죄 혐의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이러한 혐의 부인은 '증거인멸의 우려'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굴지의 그룹 총수가 도주할 우려는 없지만, 검찰은 '실형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관행이다.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 회장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횡령 및 배임 죄목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어느 정도 '중형'이 예상된다는 점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이밖에 '수사상 필요성'에 의한 판단을 고려할 때, 이후 이뤄질 현대차 관련 정관계 로비 수사에 '누굴 구속시켜 두는 것이 유리한가'도 검찰이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정의선 사장 구속론 급부상
일각에서는 '정의선 사장 구속'을 점치는 의견이 부각되고 있다.
검찰로서는 현실적으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했을 때 생기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타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타격은 곧바로 국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경제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가 수사를 받는 동안 사회기부 약속이라든가 계열사 지원 약속 등 '반성'의 행동을 보여준 것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정의선 사장이 대체로 혐의를 시인한 데 반해 정몽구 회장은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차에서 모든 책임의 정점을 정 사장으로 한정시키면서 '정 사장이 구속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정 회장은 절대 안 된다'고 검찰에 사인을 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정 사장 구속으로만으로도 이번 수사에서 검찰의 몫은 다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구속은 수사방법 중 하나이지 처벌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최근의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최종 처벌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구속과 처벌은 구분돼야"
특히 검찰이 자체의 원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론에 떠밀리는 식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처럼 비쳐질 때 앞으로 더 큰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25일 모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구속과 처벌은 구분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총수든 서민이든 교수든 누구든 간에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무죄추정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천 장관은 이어 "그렇다고 모든 사건을 불구속하자는 것은 아니고, 구속의 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 구속을 훨씬 더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원칙'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