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왕 "하원 복원" 발표

반정부 시위대 '일단 환영'…'네팔사태' 진정국면 맞을까?

   갸넨드로 네팔 국왕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에 무릎을 꿇었다.
  
   갸넨드라 국왕은 25일 지난 2002년 5월 해산한 하원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20일간 악화일로를 거듭하던 네팔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갸넨드라 국왕 "민주주의 보호와 평화 회복 위해서"
  
   갸넨드라 국왕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2002년 5월 22일 해산된 하원을 복원할 것"이라며 "하원회기는 오는 28일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조치는 "여러 정당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갸넨드라 국왕은 이날 국민들의 왕정반대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으로 인한 희생자 및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는 TV 연설에서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삼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빈다"고 말했다. 
  
   국왕의 이같은 발표는 국민들의 총궐기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으로 야권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19일 째,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지 5일 만의 발표였다. 최근 반정부 시위로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서자 국왕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명령해 최소 14명이 사망하는 등 네팔의 민주화 요구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었다. 당초 야당연합 대표들은 25일 수도 카트만두에서 20만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지난 수 주 동안 네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 온 7개 정당연맹의 핵심 요구사항이 '의회정치의 회복'이었던 만큼 네팔 국왕의 이번 발표가 네팔 사태 진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원제를 선택하고 있는 네팔에서는 상원이 상징적인 의미만 갖는 반면 국민들로부터 직접 선출된 하원이 실권을 가져 왔다.
    
   지난 2002년 5월 하원이 공산반군들의 반란을 진압할 명분으로 6개월간의 비상사태 연장을 희망한 국왕의 요구를 거부하자 그는 하원을 해산시켜버렸다. 이어 그는 지난해 2월에는 부패 및 공산반군의 유혈반란 진압 실패를 이유로 내각을 해임하고 모든 권력을 장악한 바 있다.
  
   야권 일단 환영…네팔 사태 진정될까?
  
   공산당 등 7개 정당으로 구성된 야당연합은 일단 국왕의 '하원 복원' 발표는 '행정권 이양조치'보다 '진일보한 내용'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민들도 국왕의 발표로 축제 분위기다. 이날 국왕의 TV 연설 직후 늦은 밤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춤을 추면서 이를 반겼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지난해 2월 정부 해산 조치가 발표될 당시 행정부를 이끌고 있던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전 총리는 이날 국왕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하원이 복원되면 공산반군 세력이 민주주의와 평화의 주류에 편입하게 될 것"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하원이 복원돼 회기가 시작되면 1996년부터 반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산 반군측과의 무력 투쟁 중단을 전제로 한 협상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현지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BBC 방송은 국왕의 발표가 야권의 모든 정당을 다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며 성급한 낙관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갸넨드라 국왕이 자신의 직위 유지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네팔의 평화가 쉬이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