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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인가, 투항인가'…하마스 정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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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인가, 투항인가'…하마스 정부의 선택은?

[심층분석]출범 2주만에 재정위기 맞은 팔레스타인 신정부

팔레스타인 인민들이 민주주의를 선택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즉각적인 재정 지원 중단으로 하마스 신정부가 출범 2주일만에 고사 위기에 놓인 것이다다.

지난 1월 25일 역사상 중동지역서 치러진 선거 중 가장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하마스 신정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집권한 이들은 결국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의 '하마스 죽이기' 작전으로 붕괴하고 말 것인가?

***이스라엘 미국 등의 '하마스 죽이기' 본격화…하마스는 '위태롭다'**

하마스 집권 이후부터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재정 지원 중단' 압박은 이미 하마스 정부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출범 당시부터 부패로 얼룩진 파타당으로부터 텅 빈 금고를 넘겨받은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미국, EU의 잇따른 원조 중단으로 심각한 재정 위기에 놓여 있다. 하마스 정부는 지난달부터 15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의 영자 주간지 〈알아흐람 위클리〉에 따르면 EU와 25개 회원국들이 매년 지원하던 6억1500만 달러 가운데 절반이 유보됐으며 캐나다와 노르웨이 등 EU의 회원국이 아닌 국가들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이스라엘도 매달 팔레스타인 정부를 대신해 걷어주던 세금 5400만 달러의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과거에 팔레스타인과 맺은 협정들의 위반"이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미국은 NGO 등을 통한 인도적 지원을 57% 증가시키겠다고 발표했으나 이 역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아니다.

팔레스타인의 예산은 대략 연간 19억 달러 정도로 지난해에는 이 중 13억 달러를 외국의 원조에 의존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잇따르는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은 팔레스타인 정부의 유지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EU는 표면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의 첫 번째 민주적 실험을 좌절시킬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며 "아랍의 국가들도 마지 못해 약속한 재정 지원을 시간에 대어 지불할 모양이어서 이제 겨우 2주째를 맞고 있는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정부는 벌써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지난 15일에는 3월 월급을 받지 못한 팔레스타인 경찰관들이 하마스 정부의 봉급 체불에 항의해 실력행사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가자 타운의 도심 칸유니스의 주도로를 봉쇄하는 한편 정부 청사 한 건물로 진입해 총을 들고 건물을 에워싸고 무력 시위를 벌였다.

아부 하산이라는 한 시위 주동자는 "우리는 봉급을 원한다"며 "그들이 만일 우리의 봉급을 보장하고 인민들에게 좋은 생활여건을 보장할 능력이 없다면 물러나거나 인민들에게 다음 단계는 무엇이 돼야만 하는지를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하마스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재정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미래도 어둡다. 〈알아흐람 위클리〉는 "제 때 월급을 줄 수 있느냐가 팔레스타인 새 정부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팔레스타인의 한 정치학자는 만약 정부가 3개월 연속 공무원들의 월급을 지불하지 못한다면 "분명히 붕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압력에 굴복하나, 모험을 지속하나…하마스의 선택은?**

이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아랍권에 재정지원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 모든 외교적 채널을 총가동해 '자금줄'을 찾아나서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미국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은행들에도 압력을 넣어 하마스 정부의 모든 계좌를 동결시키도록 했다. 외국의 원조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하마스 정부가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막아버린 셈이다.

〈알아흐람 위클리〉는 이같은 현 상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하마스 정부의 붕괴로 그치지 않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자체가 무너져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르 제잇 대학의 한 팔레스타인인 정치학 교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절망은 폭탄테러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알아흐람 위클리〉는 최신호의 기사 "'민주주의'를 선택했더니…"를 통해 이스라엘 및 서방 국가들의 압박이 지금과 같이 지속될 경우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세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첫째는 하마스가 현 정부를 해체하고 비정치적인 인사들도 구성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이는 하마스가 의회만이라도 장악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둘째로 하마스 역시 강경하게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력에 굴복하는 '매국노'가 되기보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무정부 상태에서 이들과 맞서 싸우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두려워 하는 시나리오이지만 하마스 정부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마지막으로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정부와 의회를 해산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도 있다. 신문은 이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으나 이 경우 하마스와 하마스를 선택했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쿠데타'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깔끔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자치 정부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 잡지는 "하마스가 저지른 치명적 실수 중 하나는, 그토록 가혹한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하에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정부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근본적으로 잘못된 가정을 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하마스는 이 과오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라면서 하마스정부 출범 이후 2주간의 경험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점령 하의 정부란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 등의 앞잡이가 되든지 아니면 이들과 정면대결하든지 양자택일밖에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우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알아흐람 위클리〉의 기사 "'민주주의'를 선택했더니…('Democracy' at work)" 전문이다. 원문은 http://weekly.ahram.org.eg/2006/790/re61.htm에서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선택했더니…('Democracy' at work)" **

지방자치부 소속의 젊은 기술자 나사르 오드와는 새 하마스 의회의 의장 압둘-아지즈 두와이크를 만나기 위해 몇 시간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오드와는 노르웨이 정부가 지원하는 도시환경개선 프로젝트의 책임자인데,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의 정권을 잡은 이후 갑자기 지원이 취소돼 그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두와이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됐더라면 정화조를 거치지 않은 대 흘러나오는 가자지구의 하수 문제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텐데... 이처럼 절실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대안을 듣기 위해서 두와이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오드와 한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 새 정부에 대한 원조를 대폭 삭감하고, 이스라엘은 외부와 상품이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교역통로를 봉쇄하며 공무원들의 월급 지불을 위한 세금수입의 지급을 유보한 이후, 팔레스타인은 식량과 연료 등을 비축하는 등 경제 원조 중단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자지구에서의 긴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편 바로 지난 주에 이스라엘의 공습과 대포 공격으로 15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생명을 잃었고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금요일(7일)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정부가 비폭력, 이스라엘 승인, 이전에 맺어진 협정 존중 등 4자회의의(Quartet, 중동평화 협상을 주도하는 유엔, 유럽연합, 미국, 러시아를 말함: 역자) 원칙을 거부했기 때문에 미국은 팔레스타인 정부와 내각에 대한 지원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그 뒤를 이어 유럽변합(EU)도 지난 10일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산과 팔레스타인 공무원 15만 명의 월급을((팔레스타인 인구의 대략 3분의 1이 이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포함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대한 직접적인 원조 중단을 유보한다고 선언했다. EU의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 베니타 페레로-발드너는 "기본적인 인권을 위한" 유럽의 자금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EU의 지원은 최소 한 달은 동결될 것이다.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 몇몇 EU 국가들은 이미 팔레스타인 새 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으며 더 많은 나라들이 이에 동참할 것이다. EU와 25개 회원국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6억15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데 그 중 절반이 유보됐다. EU의 이번 결정으로 당장 이번 달에 받게 될 3650만 달러의 지원이 끊겼으며 이미 절망적 상태에 있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캐나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비(非) EU 국가들 또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하마스는 미국과 EU의 지원 중단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두와이크는 〈알아흐람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모범적인 민주선거를 치렀다는 이유로) 우리는 벌을 받고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1월 25일의 총선 결과는 이제까지 진행돼온 이른바 중동평화 협상이란 것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믿지 않음을 세계에 보여줬다. 우리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자 한다. 팔레스타인인의 국가 창설의 권리를 인정받고,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인정받기 위해 게임의 규칙을 바꿀 것이다. 우리가 이스라엘을 인정한다해도, 그들은 변기통에 집어넣고 물로 쓸어버리면 없어지고 말 종이 쪽지 한 장만을 우리에게 줄 것이다."

한편 미국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에 대한 공식지원은 중단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만은 57% 증가시켜 모두 2억4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말한다. 이중 6500만 달러는 긴급 식량 지원을 위한 예산인데 그 대부분은 유엔의 세계식량프로그램이 배급을 담당한다. 또 3100만 달러는 건강 프로그램, 1400만 달러는 교육, 1억3500만 달러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제기구(UNRWA)의 예산이다. 황당한 것은 4200만 달러는 소위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 책정된 예산이다. 팔레스타인은 이 돈이 미국이 하마스에 대한 반대세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돈이라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지원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는 관계가 없는 조직들, 즉 지역단체나 국제 NGO들을 통해서 이뤄질 예정이다. PA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금 4500만 달러는 취소됐으며 3억5900만 달러어치의 또 다른 프로그램 또한 유보됐다.

예루살렘 주재의 미국 총영사 잭 월래스는 팔레스타인 기자에게 "우리는 PA와 어떤 접촉도 하지 않을 것이며 (하마스) 정부의 어떤 관리와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과는 가깝게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웰치 미 국무부 차관보는 압바스에게 자금을 직접적으로 전달할지 말지는 좀 더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미국은 하마스를 만나 긴장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신 말이 맞다. 우리는 그들과는 접촉하지 않아 왔다. 그것이 우리의 이제까지의 정책이었다. 그것은 또 미국법을 반영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하마스 또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1년 예산은 대략 19억 달러 정도이다. 팔레스타인은 지난해 그 중 13억 달러를 외국의 원조로 충당했다. 이는 대략 팔레스타인 국내총생산(GDP)의 32%에 해당되는 양이었다. 팔레스타인은 1인당 해외 원조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국가수반인 압바스는 최소한 명목상으로 미국과 유럽의 재정 지원 중단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압바스는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를 만난 직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민주적인 선택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우리는 거부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특히 가자지구의 사람들은 미국과 EU의 결정에 충격을 받았다. 가자 지구의 성난 군중들은 EU의 발표가 있은 직후 항의의 의미로 유엔 사무실에 계란을 집어던졌다. 가지 하마르 하마스 정부 대변인은 "우리에 대한 이스라엘의 횡포에 대해 유럽 사람들이 비난해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은 빈곤한 난민들에 대한 도움을 정치적 사안과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5400만 달러의 세금을 PA에 지불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그 돈은 PA 공무원들의 월급을 가까스로 충당할 수 있는 액수이다. 하마스의 총선 승리에 대한 보복인 이스라엘의 세금 지불 유보 결정은 오슬로 협정에 따라 1994년 체결한 파리 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미국 총영사관과의 만남에서 압바스는 PA와의 접촉을 금지하고 세금 지급을 동결시킨 이스라엘의 결정이 국제법 하에 체결된 팔레스타인과의 모든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이스라엘은 안보각료회의를 열어 하마스 내각을 우회해 압바스 수반과 상대하려던 계획마저 철회했다. 나아가 2010년까지 서안지구의 유태인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편입시키려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의 계획을 재확인했다. 아사프 샤리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압바스와의 관계는 한계가 있으며 평화적 회담은 생각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의 제안은 이날 내각 전체에 의해 승인됐다.

헌편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과 체결한 '통행의 자유 및 접근 보잗에 관한 협정'을 끊임없이 위반하고 있다. 라이스와 4자협의체의 대표인 제임스 울펜슨의 중재로 지난 11월 15일 체결된 이 협정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통행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가자지구로 오고 가는 상품의 유일한 교역 통로인 카르니 검문소는 올해 들어 거의 60%의 시간동안 닫혀있었다. 가자 지구의 주민들은 식량과 의학품의 공급이 점점 줄어듬에 따라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두와이크는 "이스라엘은 심지어 국제적 협약의 이행도 훼방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그들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권리를 존중하며 국제법의 정당성을 존중하고 잘못된 점령을 끝낼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과 EU는 팔레스타인의 첫 번째 민주적 실험을 좌절시킬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랍의 국가들도 마지 못해 약속한 재정 지원을 시간에 대어 지불할 모양이어서 이제 겨우 2주째를 맞고 있는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정부는 벌써 붕괴 위기에 직면해있다. 그들은 부정부패로 시달린 파타당 주도의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빈 금고를 들고 새 정부는 대부분 대가족의 가장인 15만 명의 공무원들의 3월치 월급을 주기 위한 자금 확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월급을 제때 줄 수 있느냐 여부는 팔레스타인 새 정부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한 팔레스타인 정치과학자는 만약 정부가 3개월 연속 공무원들의 월급을 지불하지 못한다면 "분명히 붕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까지는 자금 확보를 위한 노력은 실패했다. 아랍권의 지원약속도 언제 실행될지 불투명한 데다가 미국, EU, 이스라엘 등은 하마스정부가 하루 빨리 붕괴하기를 바라면서 가차 없이 그들의 생명줄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새 정부의 붕괴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 정부의 붕괴가 지난 1월 25일 총선에서 하마스를 지지한 사람들은 물론 대다수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선택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그 보호세력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적개심을 감안할 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러한 소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신정부의 운신의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미국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은행들에 대해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팔레스타인 정부와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하마스 내각의 곤경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점령에 반대하며 싸워온 역사 때문에 워싱턴에 의해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요르단에 기반을 둔 아랍 은행(Arab Bank)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팔레스타인 정부의 모든 계좌를 동결시키기로 결정했다. 자본가들은 겁쟁이들이라는 오랜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른 은행들도 이같은 조치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정부 은행 계좌들의 폐쇄는 설사 다른 국가들이 원조를 지속한다 하더라도 그 돈을 정부가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막아버린 셈이 됐다. 결국 끔찍한 곤경에 직면한 것이다. 현재의 이같은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 하마스로서는 뭔가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하마스가 실패한다면,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측 권력을 장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바로 몇 주 전에 어떤 저항도 없이 정당하게 쟁취한 대중적인 선거의 승리를 적들이 백주대낮에 강탈해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하마스 지도자들은 하마스 주도의 정부 붕괴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몇 차례나 경고한 바 있다. 또 하마스 정부의 붕괴는 팔레스타인 내부 뿐 아니라 크게는 중동지역 전체에 엄청난 반향과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다. 팔레스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전 위원장이면서 비르 제잇 대학의 정치과학 교수인 알리 알-제르바위는 만약 팔레스타인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압박을 받는다면 지역 전체가 그 결과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절망은 폭탄테러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반면에, 하마스 지도자들은 국제사회 특히 EU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결정을 재고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흐무드 알-자하르 외무장관은 EU에게 지금처럼 "나치식의 군대 점령으로 매일 매일 고통받으며 배고픔과 봉쇄로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스라엘과 협력할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정부와 대화하자고 강력히 청원했다. 그는 "나는 유럽인들이 왜 우리와 대화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무자비하게 우리를 괴롭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들과 국가들 사이의 문제가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유럽은 알 자하르의 이같은 비탄에 거의 아무 관심이 없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같은 호소가 미국이나 유럽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가 최후의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아마도 선택은 다음의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첫 번째는 그들이 현 정부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부 구성에 나서는 것이다. 새 정부는 어떤 정치세력이나 저항세력과도 연관이 없는 독립적인 인사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이다. 이것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의회만이라도 장악할 수 잇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세계는 팔레스타인의 민주적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했으며, 팔레스타인 또한 이스라엘의 점령과 미국인 후원자들의 꼭두각시가 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언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전면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이다. 그들은 죽지 않을 만큼 약한 팔레스타인 정부를 원하지만 팔레스타인 정부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지지보다는 이스라엘-미국에 더 의존적인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약하지만 간신히 살아있는' 그런 정부를 미국와 이스라엘은 원한다.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세 번째 시나리오다. 압바스 수반이 스스로 정부와 의회를 해산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이다. 팔레스타인은 국가의 이익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예외적으로 특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 국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하마스와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실상 쿠데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압바스는 일련의 상황들이 팔레스타인 대중들이 적어도 정상적인 정부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때까지 악화되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의 선포는 팔레스타인의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절대 아니다. 국가 주권과 정부 권위가 비록 조금이라도 부재한 상황에서는 이같은 방법은 실질적으로는 총체적인 절망을 더욱 악화시킬 뿐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결국은 궁극적으로 PA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하마스가 저지른 치명적 실수 중 하나는, 그토록 가혹한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하에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정부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근본적으로 잘못된 가정을 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하마스는 이 과오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지난 2주간의 경험은 많은 팔레스타인인들로 하여금 이스라엘 점령 하의 정부란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 등의 앞잡이가 되든지 아니면 이들과 정면대결하든지 양자택일 밖에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우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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