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의원이 9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보랏빛 감성보다는 '서울의 경쟁력'"이라는 일성으로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장관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2년4개월 간 서울시정 연구해 왔다"**
오 전 의원은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또 다시 화려한 포장을 통해 국민의 아픔을 애써 무시하는 정치가 계속될 수도 있게 된 현실이 두렵다"며 열린우리당에 각을 세웠다. 그는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단 한번의 선거로 면죄부를 받게 될까 두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현 상태에서 그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부분은 당내 경선. 그는 "내가 출마 마음을 접었던 지난해 11월 말까지의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의 수위를 달리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서울시정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의 요청에 의해 갑자기 등장한 '깜짝스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지난 2년4개월 간 생업인 변호사로 돌아가서도 틈틈이 국가경쟁력에 관한 연구 작업을 계속했다"며 지난해 8월 자신이 대표집필자로 관여한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는 책의 출판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그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정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들을 만나 서울시정에 대한 철학과 구상이 어느 정도 정립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결과적으로 그것이 준비작업이 됐지만, 이런 작업이 없었다면 아무리 출마요구가 있었다고 해도 출마를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평소 책임 있는 공직에 나서는 자는 준비되지 않고서는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준비된 후보임을 역설했다.
오 전 의원은 이와 함께 "90년대 초반 환경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에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했고, (16대 국회) 의정활동 4년도 환경노동위에서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환경이라는 화두로 씨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자산이 자연스럽게 서울시정에 녹아들 것"이라며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문화와 복지, 환경이 어우러지면서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나라당 경선 국민 시선에서 멀어져"**
오 전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구도는 맹형규-홍준표-오세훈 간의 3파전 양상으로 넓어졌다. 맹형규ㆍ홍준표 등 기존 주자들이 지난 6개월여 간 다져 온 '조직력'을 오 전 의원이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
그는 "지금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선배 의원들은 경륜과 품성에서 나보다 앞서 계신 분들"이라면서도 "그러나 경선이 너무 일찍, 조기에 시작되고 과열돼서 국민들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진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나라당의 당원으로서 언제까지나 뒤로 물러서 있을 수만은 없다는 책임감 때문에 출마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다만 "일주일 전쯤부터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승패에 대해 본능적으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이틀 가량 지나면서 승패는 이미 내 손을 떠났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승부에 대한 집착은 이미 버렸다"고 짐짓 승패에 초연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오 전 의원은 경선에 패할 경우의 행보와 관련해서도 "경선에서 다른 후보자가 당선되고 그 분이 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요청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최선을 다해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 전 의원이 당내 경선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선대본부장으로 기용돼 정치권 복귀 전망을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오 전 의원은 또한 지난 4.15 총선에서의 불출마 선언을 뒤집고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정치권 복귀를 타진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론을 의식한 듯 "17대 총선 불출마를 결심한 과정과 배경은 차떼기당의 오명을 쓰고 있는 한나라당의 대국민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바꿔보는 데에 기여하기 위해 선배들과 함께 물러나자는 제안을 하는 과정에서 불출마를 한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오늘의 결심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오 전 의원은 한편 전날 허태열 사무총장 등과의 전화통화에서 실무준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23일로 잠정 결정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일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해 놓았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공천심사위에서 이를 검토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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