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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제와 전주영화제, 국내 영화제 지형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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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성영화제와 전주영화제, 국내 영화제 지형도 바꾼다

[특집] 이혜경 집행위원장 Vs 민병록 집행위원장, 릴레이 인터뷰

4월 6일 개막되는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와 함께 본격적인 영화제 시즌이 시작될 전망이다. 여성영화제의 바통을 이어받아 4월과 5월에 계속해서 열릴 영화제는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4월 26일)와 제3회 서울환경영화제(5월 4일). 하지만 이번 4,5월은 6월 월드컵 시즌을 염두에 둔 영화사들이 집중적으로 신작들을 개봉시키는 시점이어서 영화제의 흥행 여부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 이에 따라 영화제 관계자들은 현재 자신들의 행사를 일반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영화제들이 끝나고 나면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급 영화제들의 지형도, 혹은 그 판세가 다소 바뀔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국내 4대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필두로, 부천과 전주, 광주국제영화제가 꼽혀 왔다. 하지만 광주국제영화제의 경우 올해는 개최 여부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부천국제영화제는 지난 해 집행위원장의 해촉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그 파장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올해 행사 역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천과 광주영화제가 쇠락하고 있는 틈바구니를 비집고 올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제는 바로 전주와 서울여성영화제. 특히 이 두 영화제는 지난 해 각각의 영화제 사상 유례없는 관객동원에 성공함으로써 비교적 안정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영화제의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지난 해의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는 국내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서의 이미지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다. 서울여성영화제의 경우는 지난 몇 년동안 영화제 객석점유율이 거의 100%에 육박할 만큼 인기몰이를 했던 만큼 올해는 단순한 지역 축제적 성격에서 벗어나 다른 국제영화제만큼 광역화된 전국 행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이 두 영화제의 올해 성공 여부에 따라 국내 3대 영화제 혹은 4대 영화제는 그 내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영화제의 이혜경 집행위원장, 전주영화제의 민병록 집행위원장을 차례로 만났다. .
이혜경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서울을 넘어 전국 행사로 발돋움하는 게 꿈 이혜경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 국내에서 여성들은 차별받고 있는 소수자들이지만 서울여성영화제만큼은 그렇지 않다. 영화제로서 이미 권력을 갖고 있다. 천만에. 그렇지 않다. 그런 얘기, 농담으로 알겠다. 당신 말대로라면 이렇게 국고지원을 받는다거나 등등 영화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겠는가. 서울여성영화제는 여전히 '소수자'들의 행사다. - 서울여성영화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관객들의 호응도가 엄청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점에서 우리는 돌파해야 할 지점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여성영화제는 서울로 한정된, 지역 축제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걸 좀 광역화시키고 전국화시켜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그렇다. 조직이 확대되어야 하고 그럴려면 인력과 돈이 투입돼야 한다. 근데 여성영화제는 늘 그 점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와 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 더 큰 도움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또 다른 변화라면? 영화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은 압도적으로 여성관객들이 중심이다. 관객의 '성적 평등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여성들의 축제가 아니다. 여성의 문제는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하며, 또 때에 따라서는 함께 즐기고 누려야 할 문제다. - 여성영화제는 여성의 권리를 확대하는 쪽을 우선시 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평등을 확대하는 쪽을 우선시하는가. 기계적인 구분일 뿐이다. 두 가지 문제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돼 있고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이념이나 논리의 껍데기가 아니라 여성들의 삶,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삶과 구체적으로 맞닿아 있는 얘기들을 다룬다.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우리는 중요시 한다. - 여성영화제가 인기를 얻고 따라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올바른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회적으로는 끊임없는 성추행 사건 등이 터진다.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사회가 그만큼 여성문제에 대해, 이 사회 소수자들의 문제에 대해 그 해결방안을 시스템으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의식을 좀더 명료하게 가질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여성영화제에서 선보이는 많은 영화들이 매우 유효적절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이 땅의 남성들이, 여성영화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 집행위원장으로서 특별히 추천할 만한 작품들은? 우리에게는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여성감독 마를린 고리스, 정확한 발음은 마를린 호리스가 될텐데, 어쨌든 이 감독의 특별전을 기억해 달라. 여성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러면서도 매우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 여러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다. 또…아프리카 문제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달라. '아프리카 특별전'은 세상에 대해, 세상의 여성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마련해줄 것이다.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의 선구자들: 천개의 목소리'는 이른바 페미니즘 운동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꼭 보시기들 바란다. . 전주는 밤새고 영화를 보는 불면의 축제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전주영화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해 성과는 남다르다. 그 성공 배경은? 아마도 지역 시민들을 배려한 대중적인 섹션 등 보다 다양한 프로그래밍이 도움이 컸던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영화제를 이원화 시킨 셈이 됐다. 영화제 골수 팬들, 보다 실험적이고 대안(代案)적인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서도 섹션들을 강화시켰고 그 한편으로는 일반 영화팬들을 위한 공간과 시간도 충분히 배려했다. 그런 노력이 영화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대중적인 호응도 이끌어낸 것 같다. - 올해는 어떻게 전망하나? 솔직히 올해 상황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화제는 한마디로 '진화하는' 영화제다. 처음엔 여건이 쉽지 않았다. 지역 인구수도 국제급 영화제를 하기에는 큰 규모가 아니었다. 7회까지 오기 전, 중간에 많이 흔들렸던 건 그런 등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관객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왔고 그 성과가 지난 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특히 올해는 고사동에 있는 '영화의 거리'에 비교적 큰 규모의 인포메이션 센터가 들어선다. 이전까지는 영화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분산된 시설을 이용해야 했는데 올해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영화제에 대한 집중도가 강화됐다는 얘기다. - 개막작이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오프 사이드>다. 전주영화제의 변하지 않는 모토는 자유, 독립 그리고 소통이다. 특히 이 '소통'에 우리는 주목한다. 우리는 지금 세상의 변화, 거기에 따른 고통과 어려움을 나누고 있는가, 최소한 인식하고 있는가. 개막작으로 이란영화를 선택한 건 그때문이다. <오프 사이드>는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축구관람이 금지돼 있는 이란 내 상황, 그래서 남장을 하고서라도 축구를 보고싶어하는 이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이면서도 매우 유머러스하고 대중적으로 쉽게 읽힐 수 있는 텍스트다.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올해 영화제 전체적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소개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디지털 삼인삼색'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해외 영화제에서 잇따라 초청되고 있다. 칸영화제 같은 곳에서는 지금까지의 디지털 삼인삼색 작품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소개하고 싶다는 주문이 있을 정도였다. 전주영화제가 그만큼, 국제적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삼인삼색은 카자흐스탄 감독인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싱가폴의 에릭 쿠, 태국의 펜엑 라타나누앙의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작품들이다. - 국제영화제를 즐기기에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호사스런 호텔은 아니지만 장급 여관들을 깨끗하게 리노베이션 했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영화를 사랑하신다면 충분히 지낼만 할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또…아예 그런 분들을 위해서는 '전주-불면의 밤'같은 섹션도 있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아예 극장에서 밤을 새울 수도 있다. 밤새고 영화를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주영화제의 매력 중의 매력이다. 많이들 전주를 찾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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