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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 참여정부서도 타성에 젖은 말만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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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정원 개혁, 참여정부서도 타성에 젖은 말만 나와"

신기남 정보위원장 "우리당 지도부 무관심도 걱정"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장(열린우리당)이 연일 국가정보원의 제도적 개혁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 헛바퀴만 굴린 그동안의 논의를 4월 임시국회를 통해 본격화하자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3일 〈프레시안〉 과의 인터뷰에서도 '수사권 폐지'와 '정부부처에 대한 기획조정권 축소', '정치활동 금지' 등을 국정원 개혁의 핵심 골자로 강조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지금처럼 가면 제도적으로 큰 개혁을 안 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우리당 지도부도 선거를 앞두고 벌집을 건드리고 싶지 않은 눈치다. 4월 국회에서 개혁안을 마련해 늦어도 6월 국회까지는 처리해야 한다는 게 신 위원장의 주장이지만, 아무래도 동력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한편 신 위원장은 국정원의 새로운 업무분야로 대테러 업무를 강조하며 '테러방지법'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원의 해외 파트와 국내 파트의 분리 요구에 대해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정원 개혁, 참여정부서도 타성에 젖은 말만 나와"**

프 : 정보위원장이 전면에 나설 정도로 국정원 개혁이 시급해진 이유가 뭔가.
신 : 국정원 개혁 문제가 설만 난무하고 실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대로 놔둬선 흐지부지된다고 생각했다. 서두르자고 촉구하는 의미에서다. 작년 12월에 정보위원회에 국정원 개혁소위를 만들어서 여야 의원들이 논의토록 했다. 공청회는 두 번 했는데 결과물이 안나왔다. 그래서 정보위원장이기는 하지만 논의를 촉발시키는 의미에서 내가 이야기 한 것이다.

프 : 국가정보원의 민주화와 현대화라는 개혁의 기본 취지를 다시 상기시킨 의미인데….
신 : 내가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는 기본 입장은 국정원을 악의 기구로 낙인찍거나, 필요없다는 식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은 필요한 기관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개혁론을 이야기한 것이다. 민주화와 현대화는 개혁의 방향이다. 정권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도록 하자는 게 민주화이고, 경쟁력을 갖춰서 효율적인 일을 하자는 게 현대화다. 이것이 핵심이다. 국정원 측은 걱정을 많이 하는데 애정을 갖고 하는 일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프 : 내용에선 수사권 폐지가 가장 민감하다.
신 : 수사권 폐지가 국정원 제도 개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수사권 폐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정보기관의 위상에 관한 문제, 즉 권력기관이냐 순수한 정보기관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사권은 권력이다. 과거 중앙정보부, 안기부가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주된 원인은 수사권 때문이었다. 밀실수사와 고문이 수사권에 근거를 갖고 집행됐다. 과거시대 어두운 기억이 수사권 때문에 비롯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순수한 정보기관의 위상을 확립하려면 수사권 폐지가 선결돼야 한다.

프 : 국정원 측에서는 반발이 크다.
신 : 알고 있다. 하지만 수사권은 권한남용의 소지가 크다. 앞으로 인권유린을 하지 않겠다고 해도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한다. 또한 정보기구의 생명은 은밀성인데, 그런 정보기구가 수사를 하게 되면 법의 사각지대, 즉 인권침해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공개수사가 되지 않고 피의자가 자기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그렇게 흘러가게 돼 있다. 준법의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또한 법의 논리에 맞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 수사권은 법을 집행하는 행위인데, 국정원은 정부조직법상의 기구가 아니다. 대통령 외에는 아무런 지배도 받지 않는 특수한 기구다. 이 기구가 법 집행의 가장 강력한 권한인 수사권을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 행정조직법에 없는 기구가 국민에게 강제력을 행사하는 게 타당한가. 당초 국정원에 수사권을 줬던 게 잘못이었다. 중앙정보부가 1962년에 탄생된 배경이 그랬다. 이제 44년이 지났다. 원래대로 선진국화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사권 폐지는 민주개혁세력의 정치적 공약이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함께 정보기관 개혁 부문에서 제1번으로 꼽혀왔던 게 수사권 폐지였다. 민주개혁세력을 표방한 정권이 벌써 두 번째 아닌가. 왜 이걸 못하나. 수십 년 간 공약 사항이었다면 참여정부에선 이제 해야 한다. 그런데 또다시 타성에 젖은 말만 나와서 안타깝고 불만이다.

프 : 수사권 폐지 문제는 자연스럽게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되지 않겠나.
신 : 과거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행사한 것은 대부분 국가보안법 사건이었다. 요즘 와서는 국보법 위반 사건도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는 국보법도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보법도 사문화된 시점에 무엇 때문에 수사권에 집착하나. 수사권 폐지 문제는 명분의 문제다. 국정원은 수사권이라는 명분이라도 쥐자는 것인데, 이것은 국정원에게도 실리가 없다.

프 : 국보법 존치론자들의 입장에선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를 국보법 폐지 수순으로 가기 위한 다리놓기 정도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신 : 만약 국정원이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도 국보법이 따라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보법이 있어도 검찰이나 경찰 같은 훌륭한 수사기관이 있다. 국보법이 폐지되건 아니건 상관 없다. 설령 국보법이 존치되더라도 그 문제는 검찰이나 경찰 같은 기구가 담당하면 된다. 국보법 폐지와 수사권 폐지는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가 결코 아니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국보법을 수호하는 사람과 수사권을 수호하자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같을 수는 있다. 하지만 엄연히 논리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나는 국보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정원은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게 국정원 강화인가. 무조건 낡은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위상 강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 : 기획조정권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다. 이것도 지금까지 행사된 국정원의 실질적인 권한 중 하나여서 반발이 심하다.
신 : 각 기관과 정부부처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최고의 기관으로 군림했다. 제도적 근거를 가지고 군림한 것만은 아니지만 그 권한은 각 정부 부처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획조정권이었다. 또한 그것이 업무조정 같은 유기적 기능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권한은 합리적으로 축소 조정돼야 하고 시행 방법도 엄격하게 규정돼야 한다.

프 :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될 수 있나.
신 : 그건 논의를 해야 할 사항이다. 대상 부처나 권한 행사를 조정해야 할 필요도 있고 법정화 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한 얘기를 한 것이다. 구체적인 제한 방법의 문제는 중론을 모아봐야 한다. 기획조정권은 폐지보다는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프 : 정치관여 금지를 명문화시키는 것에도 방점을 찍고 있는데….
신 : 옛날처럼 권위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국정원은 아직도 국내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과거처럼 감시하거나 하는 것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정치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부처에 출입을 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에 관련이 없는 부분은 줄여야 한다. 국내정치에 관여하지 않도록 제도적 명분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정치에 관련된 부분은 해방시켜줘야 한다. 사실 국정원이 이를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나. 물론 이렇게 되면 국정원 기구가 다소 줄어든다는 국정원 측의 두려움은 인정하고 이해한다. 권한을 축소하고, 기구와 예산이 줄어들면 세가 위축된다는 걱정일 것이다. 따라서 너무 급격한 충격이 가지 않도록 원칙을 세워두고 순차적으로 정리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점진적으로 인원이나 기구를 조정하는 문제는 지혜를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

***"국정원 대테러 업무 강화해야"**

프 : 상대적으로 보강돼야 할 기능은 어떤 분야인가.
신 : 시대변화에 맞게 새로운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테러 임무다. 이제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축은 대테러 업무가 됐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대테러 업무는 정보기구가 주도권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가는 게 필요하다. 세계 각국을 보더라도 정보기관의 주요 업무가 이념보다는 테러와의 싸움이 돼버렸다. 우리야말로 테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나라다. 그럼에도 법적인 근거가 없다.

프 : 테러방지법 자체가 인권침해 등 똑같은 위험성을 지적받고 있는데, 국정원 권한을 그쪽으로 강화해야 하나?
신 : 인권침해 우려는 테러방지라는 목적 때문에 국민들에 대한 새로운 강제수단이 등장하지 않겠느냐는 걱정 때문에 생긴다. 또한 대테러 업무를 하는 정보기관이 또다시 군림해서 강력한 권력기구화 되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이다. 첫 번째 것은 어쩔 수 없이 요건을 엄격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국정원이 권력이 아닌 국민의 편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다. 제도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새로운 영역을 확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테러방지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개혁이 선결되지 않으면 통과될 수 없다고 본다.

프 : 국정원 개혁을 먼저 해야 테러방지법이 처리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개혁과 반개혁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다.
신 :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필연적으로 국정원의 역할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권침해와 억압의 우려가 있다. 강력한 강제권을 국가에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은 그 의미가 소수의 권한을 잠시 유보하면서 더 큰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게 제도적 본질이다.

프 : 그건 국보법이 존재하는 논리와 동일하지 않나.
신 : 목적이 다르다. 또한 테러방지법 시행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부작용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라면 처리될 수 없지 않겠나. 결론적으로 국정원의 제도적 개혁이 있어야 테러방지법이 추후에 논의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프 : 해외파트와 국내 파트의 분리 등 국정원 업무 분할에 대한 얘기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신 : 그건 국정원 수사권 폐지, 국정원 권한조정, 정치관여 금지 명문화, 국정원에 대한 통제감시 강화 외에 여러가지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와 국내 파트의 분리라든지, 국정원 조직을 기능별로 나누는 것 등 기구 개편의 문제는 개혁의 원칙적 문제라기 보다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본다. 기술적인 문제는 얼마든지 논의를 통해 합의가 가능한 쉬운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파트와 국내 파트를 분리했을 때 국정원 조직이 오히려 방대해질 수 있다고 본다. 기구와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정보의 성격상 국내와 국외를 분리하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분리하지 않고 함께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를 분리했다가 두 가지 업무를 연결하기 위해 DNI(국가정보국)이라는 옥상옥을 만들지 않았나. 분리하는 나라도 있고 통합하는 나라도 있다. 분리하는 것만이 민주화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 지도부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걱정"**

프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3일 인터넷 대화에서 "지금처럼 가면 제도적으로 큰 개혁을 안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말해서 논란이 있었다.
신 : 대통령 발언은 제도 개혁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라고 이해한다. 그만큼 참여정부 들어 국정원이 탈권위와 탈정치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본다. 지난 3년간 노 대통령이 이 부분은 철저히 지켰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지 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본다.

프 : 국정원 개혁을 하자는 것은 탈권위의 성과가 언제든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처방을 하자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말은 아무리 봐도 부정적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신 : 언론이 부각시켜서 그런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내가 청와대나 국정원과 교류해본 입장에선 결코 그렇지 않다.

프 : 여당에서도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박약해 보인다.
신 : 안타까운 부분이다. 한나라당이 최근 정형근 의원이 안을 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피해갔다. 주로 기술적인 부분이 많다. 우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마치 국보법 폐지를 가지고 의견이 갈렸던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기로는 시민단체가 국정원 개혁안을 준비 중이라는 희망적인 얘기를 들었다. 각 정당의 안과 시민단체의 입법청원도 적극 수렴해서 그 내용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과감한 내용이 담긴 시민단체 안은 개혁안의 방향에 도움이 될 것이다.

프 : 엊그제 남한강 워크숍에서도 4월 국회의 중점과제 범주에선 국정원 개혁이 빠져 있다. 언제까지 처리 가능하다고 보나.
신 : 애초 계획대로라면 금년 상반기까지다. 4월에 개혁소위에서 본격적으로 안을 내서 논의해보고 6월에 통과가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정기국회까지 늘어지지 않도록 독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프 : 4월 내에 우리당 내에서 당론을 모을 수는 있겠나.
신 : 해야 한다. 하지만 지도부가 바뀌고 선거가 닥치고 해서 쉽지 않음은 인정한다. 지도부의 관심도 많지 않다는 게 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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