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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를 아십니까, 그 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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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를 아십니까, 그 집요한…

[핫 피플] 〈달콤, 살벌한 연인〉의 황대우 역

<달콤, 살벌한 연인>은 여러 면에서 박용우의 영화라고 할 만하다. 놀랍게도 이번이 첫 주연작인 박용우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철철 넘치는 끼를 선보인다. MBC 공채 탤런트로 시작해, 1997년 영화 <올가미>로 영화계에 데뷔한 박용우는 그동안 <쉬리>, <동감>, <무사> 등의 영화에서 조연급으로 출연해 왔으나 솔직히 그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 박용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5년 화제작 <혈의 누>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김인권으로 출연한 박용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한 캐릭터로 어필한다. 무색무취의 연기자라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강렬한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박용우라는 이름을 비로소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기 시작한 것. 그의 이런 변신은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조연상과 춘사나운규영화제 남우조연상 등의 수상으로 입증됐다.
박용우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박용우는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엄정화와 함께 나오는 휴먼 드라마 <호로비츠를 위하여>, 소녀 연쇄 실종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휴먼드라마 <조용한 세상> 등 세 편의 영화에 잇달아 주연으로 출연하는 등 영화 데뷔 10년 만에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용우를 만났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어떤 영화?
대학에서 영문학 강사로 일하는 황대우(박용우)는 서른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 해본 순진남. 연애에 목말라하면서도 어떻게 연애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친구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하는 그야말로 사랑에 관한 한 숙맥인 황대우 앞에 어느날 미스터리로 가득찬 여인 이미나(최강희)가 나타난다. 같은 오피스텔 아래층으로 이사온 이미나의 이삿짐 나르는 걸 도와주다 사귀게 된 두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진한 키스를 나누며 연애 모드로 접어든다. 그러나 이미나와 사귈수록 황대우는 점점 이미나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영화는 제2 라운드로 돌입한다.
- 영화에 만족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건방지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한국영화 중 제대로 된 코미디영화가 별로 없었다. 아니라고들 하는데, 한국 코미디영화 중에 몸을 이용한 슬랩스틱 코미디가 안 들어간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색다른 코미디영화다. 그게 가능했던 건 이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영화가 아니라 스릴러 장르와 혼합된 독특한 코미디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여느 코미디영화와는 차별화된 코미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코미디와 스릴러를 섞어서 이렇게 만들기가 쉽지 안다. 손재곤 감독이 잘 뽑아냈다. -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도 만족하나? 만족한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연기는 평소 자신 있었던 부분인데다 치밀한 스릴러 장르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 두 가지가 섞인 작품이라 자신 있었다. 연기의 톤을 잡을 때 전체적인 느낌은 감독과 상의를 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내가 많이 찾았다. 감독은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이 나는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하고 싶어 했지만 나는 좀 더 대중적인 쪽으로 가닥을 잡고 연기했다. 그래서 가끔 과장된 연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거다. 예를 들면 황대우와 이미나가 첫 데이트를 한 후 집에 바래다주면서 "오늘 즐거웠어. 내가 내일 전화할께"라고 반말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주인공 황대우는 서른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숙맥이지만, 이런 순간은 맥락상 한번쯤 흔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과장되게 연기했다. 내 생각엔 그렇게 하는 게 대중에게 더 친숙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중에 편집한 걸 보니까 감독도 내 의견을 받아들였더라. 이런 장면을 통해서 나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름대로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박용우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매우 진지하게 연기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학구적이기까지 한 것 같다. 토론을 매우 좋아한다.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 다른데 어떻게 감독이 배우를 다 이해해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프리 프러덕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에도 프리 프러덕션 단계에서 토론을 많이 해서 전체적인 부분을 감독과 합의했다. 황대우라는 캐릭터가 손재곤 감독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황대우 캐릭터는 감독의 평상시 행동을 참고했다. 손재곤 감독이 극중 황대우처럼 허리가 아픈 사람인데다 연애 경험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는 건 너무 많은 지식인인 거지. 똑똑한 사람이 어눌한 행동을 할 때 아이러니가 생긴다. 그 점에 착안해서 황대우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나름대로 아이러니한 코믹성이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 특별히 그런 면이 잘 드러난 장면을 꼽자면? 황대우가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 받는 장면이 있다. 서른 넘도록 연애 한번 못 해본 황대우는 허리를 다친 후 외로워지니까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데, 그 장면에서 황대우는 매우 진지하다. 그 다음 장면 바로 과장되고 웃기는 제스처로 넘어간다. 최대로 긴장했다가 확 풀어주는데 이런 장면에서도 아이러니한 코믹성이 살아난다. - 12시간 동안 키스신을 촬영하고도 편집에서 잘렸다고 들었다. 아쉽다. 슬프고, 씁쓸하고, 행복한 느낌이 한꺼번에 들어있는 4-5분 정도 되는 롱테이크 키스신이었는데…. 덜 대중적이라 잘랐다고 들었는데,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분위기상 빼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했다. - 최강희 씨와는 드라마 <종이학> 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최강희 씨는 철학적이면서 유아적인 데가 있는 사람이다. 아는 게 많은 애기라고나 할까? 내가 잘 적응하는 편이라 별 문제는 없었다. - 요즘 전성기라는 소리를 듣겠다.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연기를 하고 싶어도 못했던 배고픈 시절을 겪어봐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같이 작업하자고 불러줘서 너무 고맙다. 몸은 좀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이 끝나면, 엄정화 씨와 같이 출연한 <호로비츠를 위하여>, 그리고 <조용한 세월> 등이 올해 안에 개봉된다.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관람 키포인트 [제목] <달콤, 살벌한 연인>이라는 요상한 제목에서부터 짐작되듯 이 영화는 여느 로맨틱코미디와는 다른 길을 간다.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가 본디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으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데 비해, <달콤, 살벌한 연인>은 연인들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로맨틱한 무드에서 펼쳐지는가 하면 때로는 거짓과 살인이 오가는 살벌한 상황에서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는 대범한 시도를 한다.
달콤, 살벌한 연인 ⓒ프레시안무비
손재곤 감독은 이 영화를 "대체로 달콤하지만 때로는 끔찍하기도 한 연애의 속성을 기존의 아기자기한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방식으로 풀어가는 영화"라고 밝혔다. 손재곤 감독은 "<달콤, 살벌한 연인>은 히치콕 영화처럼 멜로와 코미디, 스릴러, 액션을 뒤섞되 히치콕과는 다른 방식으로 혼합한 새로운 장르영화"라고 설명했다. [남자 주인공] 별명이 왕새우인 황대우는 똑똑하고 지적인 대학 영문학 강사. 혈액형 이론과 별자리 운세 등에 열광하는 여자들을 유치한 부류로 치부하며 연애 같은 시시한 일에는 관심도 없는 시니컬한 남자, 황대우는 어느날 침대를 옮기다 허리를 다친 후 불현듯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까지 불사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달콤, 살벌한 연인 ⓒ프레시안무비
키스할 때 혀를 이용하는 것조차 몰라 이미나와의 첫 키스 때 당황하면서도 너무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는 순진함 그 자체가 매력인 남자 황대우는 <혈의 누>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박용우가 맡았다. 박용우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뜬 채 싱글벙글 웃는 표정을 지으며 과장된 톤의 목소리로 한편으로는 샌님 같은 순진남 황대우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창조해낸다. 영화를 로맨틱코미디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캐릭터. [여자 주인공]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이탈리아어 공부에 열심인 이 여자 이미나는 일단 너무 예쁘다. 게다가 적극적이기까지 한 이 여자는 황대우와는 달리 세상 물정을 알 만큼 아는 여자. 두 번의 결혼과 서너 번의 살인 경험이 있는 그녀는 황대우와 연애 중에도 집에 찾아온 옛남자를 칼로 찔러 김치 냉장고 속에 담아놓는 대범함을 과시하는 인물이다. 인생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누구나 단칼에 처리하고 야산에 묻어버리고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그녀지만 어리숙한 매력을 지닌 황대우와는 평범한 사랑을 꿈꾸는, 미워할 수 없는 악녀다.
달콤, 살벌한 연인 ⓒ프레시안무비
최강희가 연기하는 이미나는 비밀을 간직한 여자 특유의 무표정에 최강희 특유의 귀여움이 더해져 살벌하면서도 귀여운 살인자이자 사랑스러운 연인의 이미지를 풍긴다. 영화를 미스터리한 스릴러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캐릭터. [살인&폭력] 살인과 폭력, 미스터리가 난무하는 장면은 모두 이미나와 연관된 사건들이 펼쳐질 때다. 살인을 하는 장면이나 죽은 사람을 김치 냉장고에 넣거나 야산에 파묻는 장면, 사람들을 협박하는 장면 등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엽기적인 장면들이 로맨틱코미디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삽입돼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 스릴러와 멜로, 코미디, 액션 장르가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비교적 잘 혼합돼 있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달콤, 살벌한 연인 ⓒ프레시안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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