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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곤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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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곤의 도전은 계속된다

[뉴스메이커] '원 테이크 원 컷' 영화 〈마법사들〉 개봉

송일곤 감독은 '거칠고 험한' 국내 영화판에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불린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가 아름답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전작들, 그러니까 <소풍>이나 <꽃섬><거미숲><깃> 등은 결코 이 세상을 예쁘고 아름답게 그린 것이 아니다. 그의 영화들은 대체로 이 엄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좌절하고 지친, 그래서 주류사회에서 훨씬 비껴서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때론 어둡고, 음울하며, 비관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일곤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동류의 시선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그래서 늘 상업적이지 않다. 그는 대부분 극도의 저예산으로 독립영화를 만들어 왔으며 아주 느린 속도로 확장되고 있을지언정 손쉽게 자본의 세계와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 왔다. 그의 영화속 주인공들이 힘든 만큼, 송일곤 역시 한국의 영화판에서 쉽지 않은 행보를 걸어 왔지만 이제 서서히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그의 진정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있다.
송일곤 감독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송일곤 감독은 최근 다시 한번 그의 영화적 도전을 감행했다. 역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신작 <마법사들>을 완성하고 소규모나마 극장개봉을 서두르고 있는 것. 특히 이번 그의 영화는 기획과 촬영에서부터 상영에 이르는 전 과정이 100% 디지털 작업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요즘 모든 것이 다 디지털로 이루어진 세상이라지만, 영화상영만큼은 여전히 99%가 필름 영사기로 이루어져 왔다. 반면에 <마법사들>은 경기도 분당에 설치된 CJ CGV 중앙콘트롤센터에서 광네트워크망을 통해 디지털 파일 형태로 CGV 강변과 상암, 인천과 서면에 있는 CGV 인디영화관의 디지털 영사기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상영된다.(프레시안무비 3월21일 '이제 필름은 끝이야, 디지털이야!' 기사 참조)
<마법사들>은 어떤 영화?
마법사들 ⓒ프레시안무비

한 멤버의 죽음으로 해체된 음악밴드 '마법사'의 얘기가 기둥이다. 남은 멤버 재성과 명수는 재성이 운영하는 강원도 산골의 한 카페에서 만난다. 이날은 바로 죽은 친구 자은의 3주기 기일. 또 다른 멤버 하영을 기다리며 재성과 명수는 지난 시절을 추억한다. 눈물과 웃음이 오가지만 그들의 마음 속 진짜 회한은 자신들 모두 음악을 접었다는 것. 자신들 가운데 가장 음악적 열정을 불살랐던 자은의 죽음과 그로 인한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뒤늦게 카페를 찾은 하영과 함께 이들은 다시 음악을 시작할 수 있을지, 그럼으로써 다시 한번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상영방식만큼 이번 그의 작품이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96분에 달하는 영화 전편이 이른바 '원 테이크 원 컷'의 방식으로 촬영됐기 때문이다. '원 테이크 원 컷'은 커팅이 전혀 없이 단 한번의 샷(shot)으로 촬영되는 기법을 말한다. 현대영화사에 있어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이 1948년에 만든 <로프>가 이 같은 방식의 영화로서 시조격 작품으로 꼽히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김기덕 감독이 2000년에 <실제상황>을 만들면서 시도한 바 있다. 송일곤은 왜 이번 영화를 '원 테이크 원 컷'으로 찍었는가. 왜 그는 여전히 저예산독립영화를 지향하는가. 그가 꿈꾸는 영화세상, 그리고 현실세상의 모습은 무엇인가. 다음은 송일곤 감독과의 일문일답. - 왜 '원 테이크 원 컷'을 택했는가. 뭐랄까… 영화예술의 정통을 이어받고 싶다는 생각, 욕심 때문이라고 얘기하면 이해될지 모르겠다. 폴란드에서 공부할 때부터 (그는 폴란드 국립영화학교인 우츠에서 수학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의 기초는 어쩌면 매우 연극적인 것, 다른 말로 하면 사람이 최고로 할 수 있는 행동의 퍼포먼스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지만 이른바 걸작의 명장면들은 대체로 한번의 롱테이크로 찍혀진 것이 많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히치콕의 <로프>를 생각하기 보다는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율리시즈의 시선>을 생각했다. 그 작품 다시 한번 보시라. 내가 꿈꿨던 장면이 어떤 것인지 아실 수 있을 것이다. - 작업과정이 정말 만만치 않았겠다. 당연히 그랬다. 배우들, 스탭들 모두 6번의 리허설을 거쳤다. 여기서 리허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찍어 보는 것을 말한다. 카메라를 한번도 끊지 않고. 배우들은 자신들의 동선을 모두 숙지하고, 대사를 암기하고, 매번의 리허설마다 자신의 연기력을 진화시켰다. 카메라 감독은 카메라 감독대로 96분동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버텨야 했다. 조명, 음향 모두 완벽한 일심동체가 돼야만 했다. 한치의 오차나, 순간적인 착오, 그런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오히려 극적인 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창의력 등등 모든 것이 요구됐다. 감독인 나 자신이 프리 프로덕션 때 외에는 실제 촬영과정에서는 할 일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촬영현장에서 아예 떨어져서 모니터를 보는 일 정도였으니까. 이번 영화의 공은 연기자와 스탭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송일곤 감독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맞다. 연기자들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난, 이번 영화에 출연한 정웅인, 장현성 그리고 여배우들 모두 천재라고 생각한다. 별도의 디렉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연기들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저예산영화가 갖는 극도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영화에 출연해 준 정웅인 장현성 두 사람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 전해주고 싶다. - 두 사람의 연기호흡이 척척 들어맞던데. 아마도 실제 친구 관계여서 그랬을 것이다. 두 사람은 특히 연습을 통해서, 리허설을 통해서, 그리고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 자신의 캐릭터를 스스로 진화시켰다. 처음 시나리오에 비해 실제 영화 속 캐릭터는 훨씬 더 풍부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 - 당신의 영화는 늘 아픈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우리 모두는 작든 크든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상처마저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나누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희망이다. 우리가 구원받고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 우리가 좀더 나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내 영화가 그렇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 이번 영화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늘 그랬지만 영화작업을 통해 내가 잃은 것은 거의 없다. 난 늘 주변의 많은 도움과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과분할 정도로. 이번 작업을 통해서는 특히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한번에 찍어야 하는 영화이니 만큼 프리 프로덕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다. 이제 영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 흥행은 아쉬었지만 <거미숲>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 상업영화는 안할 생각인가? 아니다. 다음 작품은 상업영화권에서 작품을 해볼 생각이다. <러브 히스토리>란 작품이다. 제목이 어떤가. - <사랑의 역사>가 좋겠다. 나도 그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다음 영화 역시…. - 치유에 대한 영화인가. (웃음) 그렇다. 치유에 대한 영화다. 난 늘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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