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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등록금 인상 반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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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등록금 인상 반대', 예사롭지 않다

학생들 '분노' 폭발…삭발, 단식, 집회, 촛불집회

29일 연세대에서는 학생 100여 명이 "등록금 12% 인상 무효"를 외치며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등록금 인상율이 예년의 6~7%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데 대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각 대학 총학생회, 일제히 등록금 투쟁에 돌입**

이성호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14일부터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23일에는 2300명 이상이 참가하는 학생총회가 열렸다. 이 정도 규모의 행사가 성사된 것은 개인주의적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의 대학가 분위기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다른 사립대학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화여대에서는 지난 6일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대학 측에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삭발한 데 이어 28일에는 동아리 연합회 회장과 법대 학생회장이 총학생회가 개최한 등록금 동결 요구 시위 도중 재학생 3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했다. 또 이화여대 단과대 학생회장들과 학생회 간부 30여 명은 23일 한 움큼씩 머리카락을 자르는 단발식을 진행한 뒤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숙명여대 총학생회장과 서강대 총학생회장이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도 각각 15일과 5일이 지났다.

***학생운동에 무관심하던 학생들, 이번엔 참여 두드러져**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등록금 문제를 놓고 충돌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나타나는 모습은 학생운동을 하는 소수의 학생들만 참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관심하던 최근 몇 년 간의 대학 분위기와 다른 양상이다.

숙명여대의 경우 2000년 이후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에서 매번 비운동권 학생들이 당선돼 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 치러진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내건 운동권 학생들이 당선됐다. 그뿐 아니다. 학기가 시작된 3월 초 총학생회 집행부를 뽑는다는 공고가 나가자 40명 이상이 지원했다. 취업 준비가 최대 관심사인 요즘의 대학가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모습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숙명여대 4학년 이혜진(국어국문학과) 씨는 "등록금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일부 단과대학의 경우 1년 등록금이 1000만 원에 가깝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 과도한 등록금 인상에 대한 공분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 같은 분노가 학생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대체로 대학 본부에 대해 타협적인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보다 강경하고, 비타협적인 주장을 원하고, 그것이 학생운동에 대한 관심을 낳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경희대에서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대학본부와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합의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총학생회와 별도로 등록금 투쟁을 담당하는 학생조직을 꾸렸다. 이들은 27일부터 29일까지 총학생회를 대신하여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는 학생 총투표를 진행했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 아님에도 투표율이 57%를 넘겼다. 또 투표에 참여한 학생 중 93%가 총학생회와 대학본부의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등록금을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총학생회가 등록금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가는 학생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학생운동 진영은 등록금 문제를 올해의 주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민노당 학생위원회는 산하에 '2006년 대학 등록금 동결과 대학 무상교육 쟁취를 위한 민주노동당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대학 등록금 문제가 단지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교 졸업자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의 과도한 인상은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주고, 결국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최근의 경기악화로 인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진 것도 학생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중고생 과외교습인데, 보습학원이 늘어나면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그나마 일자리를 구한다해도 최근 1000만 원 가까이 올라간 일 년 등록금을 한 달에 30만 원 안팎인 과외비로 감당하는 것은 무리다.

***연구가 아니라 학비 마련이 본업이 된 대학원생**

학부생들은 부모가 등록금을 대주는 경우가 많아서 학생 자신이 체감하는 고통은 그나마 덜하다. 아르바이트나 장학금으로 생계까지 해결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연세대 철학과 대학원생 강수희 씨의 말을 들어보자. "대학원생은 연구하는 게 곧 직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은 연구가 아니다.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가 본업처럼 돼버렸다."

강 씨가 속한 연세대 인문대의 경우 1년 등록금이 800만 원 가량이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60만 원 이상의 돈을 벌어야 한다. 거기에 책값과 용돈,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어지간한 직장인 수준으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구에 쏟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에 수긍이 된다.

게다가 최근 도입된 치·의학 전문대학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국립대인 서울대 치의학 전문대학원의 1년 등록금이 1521만 원, 경북대 의학전문대원은 1133만 원이다. 사립대인 경희대 치의학 전문대학원은 1790만 원, 포천중문의과대학 대학원이 1895만 원이다. 곧 문을 열 경영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등록금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대졸 정규직 초임이 2800만 원 정도다. 등록금에 생활비와 책값 및 용돈을 합치면 또래의 직장인이 일 년간 벌어들이는 돈을 모두 쏟아 부어도 부족하다.

***낙선운동과 촛불집회로 분노를 모아낸다**

2월 22일 서울 지역 10여 개 대학원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지역 대학원 총학생회협의회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를 외면할 경우 오는 5월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 40여 개 대학 총학생회로 이뤄진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교육인적자원부를 항의방문한 뒤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 지역의 각 대학 총학생회는 총궐기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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